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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과 신흥국 불안으로 휘청이던 뉴욕증시가 다시 정상궤도를 회복했지만 이제 역사상 가장 약세를 보였던 9월로 접어들면서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증시가 강했던 만큼 9월이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내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인 2%에 도달하고 기업 이익은 8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데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타결 기대가 커지면서 증시 전망 자체가 밝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지수 하락폭이 가장 컸던 9월 장(場)에 대한 우려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뉴욕증시는 한 해 12개월 가운데 9월에 가장 약한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 1945년부터 올해까지 73년간 S&P500지수는 2월과 8월, 9월을 제외하고 매월 상승세를 보였는데, 9월에는 평균 0.62% 하락하며 가장 부진했다. 연초 1월 효과가 사라진 2월(-0.91%)과 여름 휴가에 따른 비수기인 8월(-0.15%)보다 더 좋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북한과의 긴장 국면, 2016년에는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불확실성, 2015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폭이 더 컸다.
아울러 일부는 지난 2~3주간 뉴욕증시 상승폭이 크고 상승속도가 빨랐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7개월간 횡보하던 S&P500지수는 8월에만 3%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고 나스닥지수는 이보다 더 올라 지난달 5.7% 상승하며 최근 18년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애플과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등 대표 IT주 주가 조정 전망을 높이는 대목이다.
마크 센스먼 더웰스컨설팅그룹 CIO는 “IT기업들의 실적이 강한 흐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많은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은 너무 높아 보인다”며 지난 2000년대 닷컴 버블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대금으로 인해 조정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센스먼 CIO 역시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난 뒤 거래량이 다시 늘어날 경우 어떤 상황이 생길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쪽에서는 글로벌 무역전쟁과 신흥국 불안에 따른 아시아나 유럽 증시에서의 매도공세 등을 걱정하기도 한다. 실제 S&P500지수는 올들어 8.5%나 올랐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 유럽 스톡스유럽600지수는 1.8%, 홍콩 항셍지수는 6.8% 각각 하락했다. 그 만큼 뉴욕증시의 조정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제이슨 드래호 UBS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미국 자산배분 대표는 “지금까지 미국은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에서 다소 빗겨나 있었다”며 “그동안 중국 등 신흥국은 무역전쟁을 충분히 가격에 반영해온 만큼 앞으로 이런 우려가 고조될 경우 뉴욕증시가 오히려 더 큰 조정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그러나 시장 낙관론이 커지면서 반작용이 생겨날 수 있는데다 서서히 11월 중간선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방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닉스 CIO도 “때때로 시장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될 때마다 우리가 딛고 있는 시장 기반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증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낙관론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