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퉁이'' 그것참 신통한 맛이네

겨울 동해 별미 도치&물곰
  • 등록 2010-02-18 오전 11:38:00

    수정 2010-02-18 오전 11:38:00

[조선일보 제공]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말이 이보다 어울릴까. 꺼림칙한 외모 때문에 거들떠보기는커녕 잡혀도 바다로 도로 던져버리던 생선들이 요즘 속속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겨울 동해바다에서 맛볼 수 있는, 야릇하게 생겼지만 맛은 좋은 생선 두 마리를 소개한다.

◆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도치

"이거 툭툭 발로 차기만 하고 먹지도 않던 건데, 출세했어요."
 
▲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과 톡톡 터지는 알이 희한하게 조화로운 '도치알탕'./조선영상미디어

 
강원도 속초 중앙시장 지하 수산시장 수조에서 야릇하게 생긴 '생명체'가 둥둥 떠다녔다. 야구공보단 크고 배구공보단 작은 크기. 회갈색에 옅은 무늬가 있다. 물에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수조 유리벽에 붙어 있기도 한다.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아니라, 부표처럼 둥둥 떠있는 느낌. 손으로 대도 재빨리 피하지 않는데, 만지면 물컹하고 미끈하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묻고 싶다.

"도치라는 생선이에요. 이게 참 말(이름)이 많아. 오소리라고 부르기도 하고, 심통 난 사람 같다고 해서 '심퉁이'라고 하기도 하고." 속초에서 도치알탕으로 손꼽히는 '통천 청기와집' 주인 김용제(65)씨가 말했다. 잡히면 재수 없다고 바다에 던져버리거나, 너무 많이 잡혀서 지겨워 걷어찼을 정도라고 했다. 김용제씨의 아들은 "어릴 때 바닷가에서 놀다가 배고프면 바위에 붙은 도치를 삶아서 먹기도 하고 그랬다"고 했다.
 
▲ 아귀찜처럼 볶아 내는 '섭(홍합)무침'./조선영상미디어  

 
아이들이나 잡을 정도로 흔하고 인기 없던 생선 신분이 최근 격상했다. 동해에 고기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치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이 퍼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도치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게 김용제씨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 고향 통천에서 먹었죠. 어릴 적 부모님이 해주시던 맛이 이 안에 들어 있지요."

▲ 홍합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섭죽'./조선영상미디어 
도치는 겨울이 제철이다. 김씨가 도치를 반으로 가르자 은단만한 알이 가득 든 알집이 쏟아져 나왔다. 놀랍게도 알집 크기가 도치 몸통만 하다. 도치가 겨울이 철인 건 바로 이 알 때문이고, 이 알 때문에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비싸다. 통천 등 강원도 동해안 사람들은 '도치알탕'을 해먹는다. 양념은 묵은 김치 딱 하나. "이게 김치가 맛있어야 돼. 쉰 김치를 들기름 약간 넣고 볶다가 알집을 넣고 볶아요. 껍데기는 별 맛이 없어요. 회로 먹어요. 이게 좀 매워야 맛있어요. 대파를 송송 썰어 넣고, 청양고추가 들어가요. 고춧가루를 풀고 국물이 자작하게 해서 먹죠. 양 늘리려고 국물 많이 잡는 집도 있는데, 그럼 이 맛이 안 나."

칼칼한 묵은 김치와 씁쓸하면서 고소한 들기름 속에서 알이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독특하다. 흐물흐물한 도치 살은 젤라틴 덩어리다. 무미(無味)하지만 쫄깃쫄깃 씹는 맛은 기막히다.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 순식간에 밥 한 공기가 사라진다.

도치 암컷 한 마리가 들어가는 한 냄비 3만원. 명태 한 토막을 넣은 명태칼국수(6000원), 메밀떡국(6000원), 모둠생선조림·장치조림·장치찜(2만5000·3만·4만원)도 훌륭하다. 속초 조양동 삼성디지털프라자 맞은편 (033)631-2888

◆ 인상은 험악해도 맛은 선하기 짝이 없네-물곰

물곰의 정식 명칭은 곰치. 인상이 보통 험악한 게 아니다. 길고 굵은 몸통이 구렁이 같기도 하다. 험상궂은 인상 덕분에 설움도 많이 당했다. 도치와 마찬가지로 '재수없다'며 잡혀도 바다로 되던져지기 일쑤였다.

▲ 못생겨도 맛있는 곰치 드래요
곰치로 국을 끓이면 처음 보는 사람은 그리 입맛 다시지 않을지 모른다. 맑은 국물 속에 흐물흐물 반투명한 물곰 토막이 든 국그릇을 들여다보면 입맛을 다시기는커녕 물리고 싶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용기를 내 일단 한 숟갈 떠 입에 넣어보면 반응이 확 달라진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속초와 양양 등지에서는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다. 동해·삼척·울진 등지에서는 묵은 김치만으로 곰치국을 끓인다. 고춧가루와 묵은 김치를 함께 넣기도 한다. 회로 먹기도 하고, 말렸다가 쪄 먹기도 한다. 흐물거리는 부위가 적은 수놈이 낫다고들 한다. 국물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속초에선 사돈집(033-633-0915), 옥미식당(033-635-8052) 등이 물곰탕으로 이름났지만 맛 차이가 크지는 않다.

시세대로 받는데 요즘 1만3000~1만5000원쯤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상큼한 'V 라인'
  • "폐 끼쳐 죄송"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