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머리 본드마켓 25시)LG카드 박광호 과장(상)

  • 등록 2002-06-12 오전 10:45:58

    수정 2002-06-12 오전 10:45:58

[edaily 하정민기자] 우리나라 채권시장는 발행잔액으로 400조원이 웃도는 거대한 시장이다. 한해 발행되는 채권만 200조원이 넘는다. 발행시장(primary market)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 국가 등을 채권 투자자와 연결시켜주는 시장이다. 발행시장은 하루에도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거대한 채권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곳이지만 유통시장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채권시장 종사자들조차 발행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랜기간 베일에 쌓여있던 채권 발행시장이 올들어 역동적인 변화를 나타내고있다. 듀얼FRN, 콜러블노트(callable note), 디지털노트(digital note) 등 갖가지 신종채권이 발행되면서 현선물 시장 및 금리스왑과 같은 파생상품 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 edaily는 채권발행의 제반 업무를 담당하는 각종 금융기관, 공사, 기업들의 발행 담당자들을 만나 발행업무의 상세한 과정을 들어보는 집중 시리즈를 연재한다. 그 첫번째 대상자는 LG카드 박광호 과장이다. 최근 카드업계의 눈부신 발전을 바탕으로 카드사들은 연일 채권을 찍어내며 발행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0년 말부터 인버스FRN 등 다양한 신종채권들을 발행하는 데 앞장서 온 박 과장을 만나 수조원의 자금을 주무르는 카드업계의 채권발행 비법을 들어봤다. -LG카드 입사계기는 무엇인가요. ▲95년에 LG카드 인턴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1월부터 인턴으로 일하고 8월 졸업 후 정식으로 취직을 했죠. 사실 처음부터 카드사에 갈 마음은 없었어요. 그 때 당시에는 카드사들의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도 않았고요. 사실 그 당시 여자문제때문에 고민을 많이해서 원서를 제대로 내지도 못했어요. 하하 학교다닐 때부터 재무론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과목을 열심히 들었는데 LG카드에 가면 금융팀에 바로 배치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느 회사보다는 부서를 고려한 거죠. 지금 인사팀장님으로 계신 상사께 "무조건 금융팀에 가겠다"고 말했고 부서배치도 그렇게 받았습니다. -금융기관의 트레이더를 생각해보진 않았습니까. ▲당시 공부 잘 하던 친구들은 종금사에 많이 갔는데 저는 성적이 안 돼서 못갔습니다. 그 친구들은 지금 중개업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LG카드의 전체적인 자금조달 흐름을 설명해주시죠. ▲카드사들은 수신이 없으니 차입규모가 상당히 크죠. 저희 자산규모가 30조입니다. 자금부서에서 조달업무를 담당하는 팀이 차입과 유동화팀으로 나뉩니다. 차입팀에서 채권발행, CP발행, 콜 머니 조달 등을 담당하고 유동화 팀, 즉 ABS 담당팀이 따로 있습니다. 지금은 45:55 정도로 ABS 담당팀 비중이 좀 더 커졌습니다. 차입 만으로 20~30조원씩 자금조달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니까요. 회사가 성장하면서 유동화시장을 적극 이용하겠다는 방침이 섰습니다. 실제 지난해 유동화시장에서 저희가 발행한 물량만 20%를 넘게 차지할 겁니다. -채권발행 비중이 줄었다고 해도 채권발행 금액이 13~14조원 정도 되는군요. 무척 큰 금액인데요. ▲현재 잔액기준으로 12조원 정도 됩니다. 5월달에는 CP발행을 많이했고 채권발행은 3000억원 정도였지만 현 시장상황에서야 상당히 큰 금액이죠. 2000년에는 제가 발행한 채권만 4조원이 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그룹 전체의 유동성을 고려, 차입금을 가급적 안 늘리는 쪽으로 업무를 진행해서 2조5000억원 정도 발행했죠. -위험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자산 듀레이션을 짜서 관리하는 RM(risk management)팀이 있구요. CP 및 채권 만기만 저희가 결정합니다. RM팀이 이전에는 ALM(asset liability management)팀이라고 불렸는데 운 좋게 ALM팀 설립당시 업무를 관여했어요. 그 때 일이 채권발행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있습니다. -FRN 발행 붐을 조성하신 걸로 아는데요. 그 외 몇몇 신종채권들을 가장 먼저 발행하셨죠. ▲카드채 FRN을 제일 먼저 발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00년이었는데 처음에 3000억원을 발행했어요. 당시 투자자의 요구가 있어서 발행은 쉽게 됐는데 가격을 저희한테 불리하게 발행한 감이 없지않아요. 하하. 지금이야 스왑시장이 활성화돼서 스왑과 맞춰보면 가격이 유리한지 아닌지 분명하게 나오지만 그 때는 달랐습니다. 저희도 스왑을 잘 몰랐고 스왑을 했지만 비교도 어려웠어요. 이후 CD금리가 엄청나게 하락하면서 저희한테는 상당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당시 발행했던 2년 채권들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상당히 잘했다고 자부합니다. 당시 FRN 1000억원을 발행하고 나서 저희가 스왑을 하면 스왑시장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비드-오퍼 스프레드도 20bp씩 됐고 거래할만한 은행도 2~3곳에 불과했습니다. -인버스FRN 발행은 언제 했습니까. ▲지난해 11월에 했습니다. 그때 인버스FRN과 기본 FRN을 합해서 금리수준을 6.5% 정도로 맞췄어요. 규모는 각각 1000억씩으로 총 200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그때는 다시 6%대 금리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보니 잘 한 것 같습니다. -여러 신종채권 발행을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첫 발행이면 리스크도 클 텐데. ▲보고체계의 강점이죠. 보고체계가 순발력을 갖춘 구조라야 가능한데 저희는 기본적으로 매우 잘 돼 있습니다. -보고체계를 설명해주시죠. ▲채권발행의 책임과 권한이 상당부분 실무자에게 이양이 됐습니다. 매일같이 선네고를 하는데 금액이 크지않다면 제가 확정을 하고 팀장님께 보고하고 서류만 올려보내면 됩니다. 발행금액이 1000억원 정도 넘어가면 기안을 만드는 정도입니다. 작년에는 스왑 한 건하기도 힘들었어요. 그때는 모든 걸 사장님께 싸인을 받았습니다. 보고서 만들고 내려와보면 다시 스왑금리가 변해있는 일이 종종 있어서 가격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가격에 버퍼를 많이 발생시켜 보고를 드리고 그 안에서 확정을 지었습니다. 올해 위임장 전결규정이 바뀌고 나서 한층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상사에게 시장동향도 자주 보고합니까. ▲네. 채권발행도 무조건 사장님께 보고를 합니다. 신종채권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제가 "투자자 입장에서도 괜찮고 발행자도 조달금리를 낮추고 스왑뱅크도 먹을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다" 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게 좀 의아하셨는지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엔 이 모든 것이 수익률곡선에서 나온다고 보고 이러저러하다고 열심히 설명을 했죠. 어쨌든 그 분들이 전적으로 맡겨주신 덕에 발행이 쉬웠습니다. 스왑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그 부분을 정리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스왑을 얼마 규모로 하고, 누구랑 할 것이냐는 내부 방침도 새로 만들었죠. 거래 상대방 신용등급도 살펴보고 디폴트 리스크도 산출해서 각 업체나 스왑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비중을 산출했습니다. 윗분들도 서류가 계속 쌓이니깐 생각이 달라지셨나봐요. 예전엔 결제받으러 올라가면 기안서만 잔뜩 놓여있었는데 지금은 채권, 스왑시장 현황 등 관련 서류를 많이 가지고 계시더군요. 하하 -신종채권을 처음 판매할 때는 어땠나요. 투자자들도 처음 보는 거니까 당황했을 텐데요. ▲어려웠죠. 한번은 부장님이 다음날 출장이신데 인버스FRN만 1000억원을 네고중이었습니다. 부장님은 보고를 해야하는데 출장이시니깐 무척 바쁘셔서 보고할 시간이 없었어요. 제 생각에는 "1000억원 인버스FRN는 정말 좋은 기회니까 다 해야한다. 그리고 헤지를 위해서 보통 FRN을 내일 시장이 열리자마자 매수하자"고 말했습니다. 부장님이 놀라시면서 "다 살 수 있겠냐"고 하세요. 그래서 "하다 안되면 옵션CP라도 하겠다"고 강경하게 말씀드렸죠. 결국 다음날 다 잡았습니다. 당시 금리수준이 "CD+70bp" "CD+80bp" 였는데 "CD+100bp" 으로 잡았습니다. 그렇게 잡았어도 나중에는 먹으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딜러는 아니지만 그럴 때 이 일의 묘미를 느끼죠. 출장간 부장님이 홍콩에서 다시 전화를 하시더군요. "시장에서 잡아서 다 헤지했으니까 편하게 돌아오시라"고 말했죠. -최초 인버스FRN을 산 투자자는 기억하십니까. ▲외국계 투신사에서 가져갔는데 나중에 바이백해달라고 왔더군요.인버스FRN은 금리가 하락해야 좋은데 지난 연말에 금리가 많이 올랐잖습니까. 현재까지 들고왔으면 좋았을텐데 12월말에 금리가 막 올라가니까 겁이 난 모양이더라구요. -듀얼FRN은 좀 나중에 하셨죠. ▲듀얼FRN은 다른 캐피탈사에서 먼저 발행했습니다. 오퍼를 받긴했는데 금리수준이 맘에 들지않았어요. 먼저 발행한 쪽은 "테이블+a"로 발행했는데 테이블 파나 언더로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었습니다. 설날 지나고 발행했는데 처음에는 파로 찍고 나중에는 언더로 했습니다. -듀얼FRN은 최근 유행하는 콜러블이나 디지털에 비해 발행물량이 많았습니다. 누가 사는지 체크하십니까. ▲누가 사 가는지 다 파악합니다. 그때 듀얼FRN이 정말 열풍이었습니다. 말그대로 패션이었죠. 은행들도 사고 투신도 사고 보험도 사고 골고루 들어왔습니다. 발행사들끼리 경쟁도 심해요. 브로커들도 "어디도 했는데 너희도 이거 해라" 라는 식으로 찾아오죠.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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