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의 블토경]글로벌 불확실성과 암호화폐의 위험분산

  • 등록 2019-01-26 오전 10:05:00

    수정 2019-01-26 오전 10:05:00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지난 1997년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제와 금융 시스템 상 한 번은 겪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였는데, 그 이유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1970년대 이후 계속 지연되고 있었으며, 금융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며 폐쇄적이었고, 정부는 인위적 저환율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데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당시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가 심각했다. 즉 1997년 외환위기는 금융 시스템의 후진성이나 단기 유동성 문제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의 불균형, 이른바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의 문제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임밸런스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970년대 유로달러와 유로본드 시장의 등장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밀접하게 연결되어 갔다. 유로달러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1980년대 금융시장의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 갔는데, 이는 안전자산인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국제 유동자금의 투자를 더욱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다. 비록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와 국채 덕분에 외국의 막대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미국에 대한 투자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미국, 독일,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그 주체가 되었다.

이와 같은 무역에 있어 불균형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것으로는 일본이 이 체제 하에서 대규모 외화자산을 축적하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무역을 통한 일본으로의 외화자산의 유입과 그로 인한 과도한 통화의 공급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형성되는 원인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 자산을 다량 보유한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로 표시된 부채에 비해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축소되게 되었다. 이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자본을 축소시키고 재무구조를 약화시켰다. 일본 거품 경제의 붕괴 이후 이러한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면서 결국 국내 대출을 회수하고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신흥국에 다량의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었다. 즉, 무역의 불균형이 금융시장의 불균형과 국제 유동성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1970년대 이후 국제 금융 시장이 통합되고, 유동성 공급은 크게 증가한 반면,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투자의 대상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은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에너지, 생명공학 등 새로운 산업은 아직 거대 자본을 끌어들일 정도로 도약하지 못한 상태였고, 그 당시 상황에서 보면 정보기술은 더 이상 자본을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는 듯 보였다. 90년대 이후 실질적인 투자의 출구가 독일의 통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인한 동유럽 국가들의 시장개방 그리고 아시아의 성장으로 나타났지만, 세계에 유통되는 거대 유동성을 다 흡수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글로벌 부동자금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개발도상국 외환시장에 투자되거나 혹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목적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와 같은 국제 금융 시스템적 문제는 한국을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에도 나타났는데, 수출 위주 정책을 폈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는 수출로 벌어들인 외환을 투자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에 안전한 미국 국채에 투자하거나 혹은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보유고로 비축하는 정도에 그쳤다. 즉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를 투자하고 운용할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은 미국, 영국, 일본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운용 가능한 외환의 규모 정도다.

이러한 대외적 상황에 더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의 경우 금융시장의 규모가 작았고, 정보가 폐쇄적이었으며, 거래가 투명하지 못하고,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국제 금융 시장에서 움직이는 막대한 규모의 외환 투기 세력을 유인하는 요소로 나타났고, 국가 경제 규모가 이러한 외환 투기를 이길 정도가 되지 못해 결국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이렇게 1970년대부터 외환위기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세계 경제 상황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경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양적완환로 인해 달러화 가치는 저하되었다. 유럽은 브렉시트를 비롯해 여러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역시 2000년대 중후반에 BRICs 라고 불리며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여줄 당시의 위상을 많이 상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자금은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했다. 즉 현재 세계 경제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위험을 적절하게 분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암호화폐는 다른 금융자산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종의 금융자산이 될 수 있다. 비록 현재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상존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충분히 하나의 금융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금융자산으로서 암호화폐의 이러한 기능의 여부가 아마도 암호화폐의 향후 발전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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