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노''처럼 여유있게 살아보기

이것저것 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하루… 현지인처럼 살기
①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
  • 등록 2007-10-18 오후 12:10:00

    수정 2007-10-18 오후 12:10:00

[조선일보 제공]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어른 알프레도를 울렸던 그 필름을 돌리던 작은 극장은 어디 있을까. 정답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도시 ‘팔레르모(Palermo)’ 근교. 이 곳은 영화 ‘대부’와 ‘말레나’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버스·지하철을 이용하기도 좋고, 대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팔레르모. 이 곳에서 현지인처럼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은 이렇다.

첫째, 집을 구할 것. 둘째, 자동차보다는 스쿠터를 탈 것. 셋째, 시칠리아인 특유의 느긋함에 익숙해지고, 사람들과 흥정하는 법을 배울 것. 이 세 가지를 갖추면 일단 반은 성공이다.

팔레르모 대학에서 사진과 비주얼 아트를 강의한다는 산토(Santo Eduardo Dimiceli)는 “현지인처럼 살려면 잠을 많이 자고, 느리게 먹고, 도둑을 피해 다니는 조심성과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을 구워 삶는 노련한 자세가 필수”라고 충고해줬다.
▲ 팔레르모 근처 몬델로 해안가에 위치한 주택가의 모습. 첫날 근처 시장과 시내의 극장들을 둘러보았다면, 둘째 날부터는 인근 교외의 휴양지와 작은 서점, 카페들을 둘러보면서 시칠리아 사람 특유의 느긋함에 적응해보자.

‘느리게 살라’는 팔레르모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자 철학이다. 굳이 시간을 쪼개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약속에 좀 늦는다 해도 사람들은 그다지 화내지 않는다. 어차피 작은 도시 팔레르모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친구를 다 마주치게 될 테니까. 다른 섬으로 떠나는 배가 하루 쉰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오후 8시를 넘어야 저물기 시작하는 긴 태양은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지인과 커피를 마시며 오래 수다 떨어도, 일을 마친 후 집까지 걸어간다 해도, 아직 하루가 꽤 많이 남았다는 생각마저 갖게 해준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이방인들에게도 관대하고 친절하다.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어딜 가도 곧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시장통에서, 카페에서, 시청 앞에서 당신이 낯선 나라의 지리와 관습을 몰라 쩔쩔매고 있다면,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자. 당신과 눈을 맞추고 “도와줄까?”라고 묻는 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단 하나 조심할 점, 도둑도 그만큼 많으니 지갑과 여권은 언제나 소중히 간직할 것.

▲ 팔레르모에서 현지인처럼 지내고 싶은 이에게 스쿠터나 오토바이는 필수 아이템. 남녀노수 할 것 없이 누구나 ""씽씽족""의 자유로움을 즐긴다.

아파트 빌리기 & 스쿠터 마련하기

팔레르모의 집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이 1주일~한 달 기준으로 방을 빌려주는데, 100~1000유로(1유로=약 1300원)까지 다양하다. 시장 근처의 집들은 싸지만 위험하다.

해변가를 중심으로 늘어선 집들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미디어베케이션렌털닷컴(www.media vacationrentals.com)에서 소개하는 테라스가 있는 방에 침대와 주방을 갖춘 곳은 1주일에 최소 330유로, 홈어웨이닷컴(www.homeaway.com)에서 소개하는 침실 세 개, 욕실 1개가 있는 집은 일주일에 500유로다. 방 하나만 원할 경우, 200~300유로에 빌릴 수 있다. 테라스에 앉아 눈부신 바다와 파란 하늘을 감상할 수 있고, 몇 발짝만 걸어나오면 매일 아침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사람들과 섞여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를 만들 수도 있다.

팔레르모에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동차보다 스쿠터를 더 많이 탄다. ‘베스파’ 같은 예쁘고 인기 있는 스쿠터를 빌리려면 하루에 40~50유로 안팎(일주일에는 200~250유로 안팎)을 줘야 한다. 빌리는 기간이 늘어나면 싸진다. 인터넷보단 직접 빌리는 게 싸다. 비아지 에 투리스모(Viaggi e Turismo·091-662-2372)는 팔레르모 시내 큰 길 ‘비아 로마(Via Roma)’ 한복판에 있어서 찾기 쉽다. 중고 스쿠터는 한 대에 500~1000유로 안팎.
 
레스토랑 대신 시장에서 장보기

시칠리아의 시장은 남대문 시장 같다. 없는 것이 없고, 구성진 노랫가락이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음식을 살짝 맛본 후, 사지 않아도 크게 노하는 사람도 없다. 시장통 주인 아저씨에게 “목이 마르다”고 말을 걸면, 기꺼이 물 한 컵을 내주기도 한다.

팔레르모에선 부치리아 시장과 델 카포 시장, 발라로 시장, 이 세 곳이 가장 유명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것이 부치리아 시장(Vucciria)이다. 각종 해산물과 과일, 시칠리아의 길거리 음식은 물론, 권총 모양의 라이터와 아이 다리 크기만한 호박, 영화 ‘대부’에서 알파치노가 썼던 것과 비슷한 ‘시칠리안 모자’까지 없는 게 없다. 식재료 용으로 내다 파는 달팽이와 호박꽃, 사람 다리만한 가지도 볼 수 있다.

델 카포(Del Capo) 시장은 사람 구경을 하기 좋은 곳이다. 시장 구석구석에 잼과 파스타 소스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있어 골목골목 심심하지 않다. 시장 안에 작은 성당들도 볼거리. 이 곳 사람들은 시내 대성당보다 이렇게 시장 어귀 안에 있는 작은 성당에서 잠깐씩 예배를 보고 간다. 파로치아 디스 이폴리토(Parrocchia Dis Ippolito)가 대표적이다.

시장은 새벽 4시에 잠을 깬다. 어부들은 전날 밤 티레니아 해에서 잡아 건진 생선들을 시장으로 옮기기 시작하고, 상인들은 물건을 늘어놓는다. 새벽 6시만 되면 시칠리아 사람들의 물결이 시작된다.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고함을 들려온다. “토마토 1㎏에 단돈 3유로!”

포도(uva) 0.5㎏를 2.5유로에 샀다. 껍질을 벗겨 먹는 달콤한 시칠리아의 선인장 열매는 보통 1㎏에 약 4유로에 판다.

이 곳 사람들은 농담처럼 “부치리아 시장 바닥이 마른다면” 이란 말을 주고 받는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 수많은 현지인들의 축축한 땀 냄새로 가득 찬 팔레르모의 붐비는 시장통을 연상하면 이해가 될 법도 한 말이다.

쉽게 만드는 '이탈리아 가정식'

산토는 “시칠리아 음식은 대단히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팔레르모가 해안을 끼고 있는 만큼, 주 재료는 역시 해물. 특히 오징어(calamari)가 싱싱하다.

이 곳 사람들은 아침은 보통 바에서 커피와 브리오슈(빵 종류)를 서서 먹는 것으로 때운다. 대신 점심은 오전 11시30분부터 늦게는 오후 3시까지 그야말로 ‘길게’ 먹는다. 제일 먼저 파스타 전에 나오는 음식인 ‘안티파스타(Antipasta)’를 먹고, 그 다음엔 파스타와 리조또를 먹은 후, 메인요리로 스테이크나 생선 요리를 먹고, 디저트와 커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늦게까지 점심을 먹었으니 저녁도 늦게 먹을 수밖에. 시칠리아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오후 9시~10시에 저녁 영업을 시작한다. 서서 먹는 저녁밥을 파는 바(bar)도 많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가장 일반적인 ‘안티파스타’는 ‘해물 샐러드’(insalate frutti di mare). 보통 문어를 끓는 물에 삶아 먹기 좋게 자른 후, 절인 올리브와 양파와 각종 야채를 넣고 버무려 먹는다. 오징어 튀김(calamari fritti)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싱싱한 오징어를 잘 손질해 녹말가루를 묻혀서 올리브 기름에 튀겨낸 후, 레몬이나 라임을 잘라 튀김 위에 뿌려주면 된다.

쌀과 고기를 둥글게 빚어 튀긴 ‘아란치(Arancie)’도 인기 있는 현지 음식이다. 먼저 소스 팬에 오일과 버터를 넣고, 양파와 샐러리, 당근을 다져 함께 볶아준다. 소금과 후추, 허브를 넣고 양념한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함께 볶다가 스파클링 와인을 한 숟갈 넣어준다. 따뜻한 물을 한 컵과 쌀 한 줌을 더 넣고, 충분히 익혀준다. 달걀 노른자와 파마산 치즈를 섞어서 둥글게 손으로 빚은 후, 밀가루에 묻혀 올리브 오일에 노릇노릇하게 튀겨주면 된다.

▲ 오페라 극장 앞은 만남의 장소다. 오후만 되면 친구를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카페에서는

시칠리아의 커피는 대부분 브라질에서 수입해 온 것. 커피를 주문할 때 ‘운 카페(un caff?)’라고 하면 에스프레소를 준다. 이보다 조금 연한 커피는 ‘카페 룽고(caff? lungo)’. 같은 에스프레소 잔에 좀 더 묽은 커피를 담아준다. 이보다 더 연하고 양이 많은 커피를 먹고 싶다면 ‘카페 도르조(caff? dorzo)’를 주문할 것. 조금 더 큰 컵에 설탕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연한 커피를 내준다. 

▲ 점심을 오래 먹는 대신 저녁은 오후 9시쯤 바에 서서 간단히 때우는 게 이 곳 사람들의 특징이다.

현지인들이 가는 여행지

팔레르모 사람들이 주말에 가장 많이 가는 근교 여행지는 몬델로(Mondello)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스투르초(Sturzo) 광장에서 1유로를 내고 806번 버스를 타면 된다. 30분 정도 달려가면, 코발트 빛으로 빛나는 바다가 눈부신 해변가 마을 몬델로에 도착한다. 작은 서점과 레코드 가게, 카페들이 늘어서 있어 토요일 오후 한낮을 여유롭게 보내기엔 제격이다.

▲ 펠레그리노 산 속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 족. 이 곳에 서면 팔레르모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시칠리아의 깎아지른 절벽과 산을 구경하고 싶다면 역시 스투르초 광장에서 826번 버스를 타고 탄산수 산 펠레그리노(San Pellegrino)가 나오는 곳으로 유명한 몽테 펠레그리노(Monte Pellegrino)로 갈 것. 30분이면 갈 수 있다. 버스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준다. 산 아래에서 팔레르모 시내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다. 
 
▲ 시내 한복판을 점령한 ""훈남""들.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고 몸에 붙는 티셔츠를 입어주는 게 이 곳 멋쟁이들의 법칙.

스키니 진과 원색 티셔츠는 기본

‘비아 로마’ 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팔레르모 시내는 우리나라 서울의 명동과 분위기 비슷하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멋쟁이 청소년들이 커플로 손을 잡고 다니는 ‘훈훈한’ 광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곳에 있는 오페라 극장은 특히 젊은이들에겐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 오후 7시를 넘기면 친구를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쇼핑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자라(Zara)’, ‘H&M’, ‘시슬리(Sisley)’, ‘페르지(Fergi)’ 같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많아, 한국에서부터 몇 주치의 옷가지를 굳이 싸올 필요를 못 느낀다.

이 곳에서 멋쟁이가 되려면 일단 스키니 진과 원색의 티셔츠를 소화할 몸매부터 갖춰야 한다. 검정색 스키니 진에 플랫슈즈를 신고, 몸에 달라붙는 원색의 티셔츠를 입을 것. 고글 선글라스나 테두리가 화려한 안경도 이 곳에서 인기다.

●항공권 정보

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에 따르면, 11월에 인천공항에서 로마로 떠나는 항공권은 에어프랑스는 75만2000원, 루프트한자는 75만2000원, 영국항공은 64만6000원, 일본항공은 66만5000원, 케세이퍼시픽항공은 68만4000원. 인천에서 로마를 경유해 팔레르모에 도착하는 왕복 할인 항공권도 있다. 알이탈리아항공을 이용하면 성인 2명이 함께 예약할 경우 1명의 요금이 109만3500원, 성인 3명이 함께 예약할 경우 1명의 요금이 99만7500원이라고. 모두 세금은 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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