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 화장품세트 팝니다"…'무용지물' 추석선물 어쩌나

[당신의 추석은 안녕하십니까]
취향·필요 무시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추석선물 부담 백배
추석 앞두고 중고나라에 '선물 되판다' 매물광고 수십건
"선물을 안주고 안받는 문화 정착도 고민해 봐야" 지적도
  • 등록 2018-09-23 오전 11:00:00

    수정 2018-09-23 오전 11:00:00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추석만 되면 맘에 안 드는 선물을 어떻게 처리할까도 고민이지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도 신경 쓰여요.”

직장인 2년차 이모(29)씨는 거래처 사람에서 추석 선물로 과일즙을 받았지만 입맛에 맞지 않아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이씨는 “블루베리즙을 받았는데 너무 달아 한 번 먹고 안 먹고 있다”며 “그렇다고 이미 포장을 개봉한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어 처치곤란”이라고 말했다.

이씨에겐 받은 선물 뿐 아니라 주는 선물도 골치거리다.

그는 “주변 어르신들께 선물을 해야하는데 마땅한 선물 찾기가 쉽지 않다. 한두분만 할수도 없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감사의 의미로 주고받는 추석 선물. 그러나 세태가 변화하면서 명절선물 문화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늘고 있다. 별 소용없는 물건을 선물로 받으면 부담스럽기만 하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추석선물을 되파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국내 최대 중고제품 거래장터인 온라인 카페 중고나라에는 ‘미개봉 추석선물을 싼값에 판다’는 글이 수십개 넘게 올라와 있다. 화장품 세트나 식용유 세트, 건강식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직장인 유모(34)씨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추석선물로 인스턴트 식품세트를 돌렸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않는데다 누굴 주기도 애매해 온라인 중고매장에 올렸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18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아산캠퍼스에서 농특산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기업 휴넷이 직장인 102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13.8%가 추석연휴 지출 예상 비용 가운데 선물비용 부담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부모님 용돈(51.2%)에 이어 두번째다. △차례상 차림(12.7%) △여행 비용(8.5%) △교통비(2.9%) 순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감사의 마음을 담는다기보다는 명절때 의례적으로 해야할 의무처럼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인사업자인 안모(55)씨는 “명절 때면 주변에 선물을 돌리는 게 당연한 일처럼 돼 있어 꼬박 꼬박 챙기고 있만 요즘처럼 어려울 때는 감사보다 마지못해 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그는 “받는 분들 연령이나 취향이 다 다른데다 미리 뭘 받고 싶냐고 묻기도 민망해 결국 무난한 식품류를 고른다”고 덧붙였다.

명절이라는 이유로 의례적으로 주고 받는 선물은 부담만 될 뿐인 만큼 명절 선물문화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주고받는 선물은 결국 양쪽의 부담감만 낳는다”며 “선물에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담겨야 하는데 명절이라는 시기에 맞춰서 부담감을 느끼며 하는 선물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절 선물은 사람 간의 친밀감을 키워주기 보다 예의상 주고받는 측면이 크다”며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가 부담이라면 차라리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문화 정착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추석을 앞두고 원주우편집중국에 선물용 택배 물량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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