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KT합병)⑨방송통신, 규모경쟁을 해라?

후발사업자들 "KT Vs SKT 대결구도 고착"우려
`시장뺏기 난타전 가능성 대비 정책수립` 목소리
  • 등록 2009-02-19 오전 10:10:00

    수정 2009-02-19 오전 10:10:0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이제부터 방송통신 시장은 KT그룹와 SK통신계열 양자구도로 가는 건가요"

최근 KT-KTF 합병 진행과정을 지켜보던 케이블TV 업계 한 임원이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그는 KT-KTF 합병시 진정한 피해자는 SK텔레콤이 아니라 케이블TV 업계와 LG텔레콤 등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KT(030200)가 유선통신 부문에서 보유한 지배적 지위를 지렛대로 활용, 단기간내 이동통신과 IPTV 부문에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KT의 지배력이 힘을 발휘하면 이에 따른 영향은 이미 이동통신 부문에서 지배적 지위를 확보한 SK텔레콤이 아니라 LG텔레콤과 케이블TV업계 등 후발사업자와 잠재적 신규사업자가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KT는 콘텐츠 자회사들을 직접 거느리며 IPTV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방송 사업자들의 위기의식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 사업자들은 "방송통신 시장환경이 변해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면, 시장 플레이어에 로드맵을 밝히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정책결정의 핵심이라는 것. 방송통신과 같은 규제 산업에선 정부정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들은 KT-KTF가 아무런 조건없이 합병이 될 수 있을 만큼, 시장환경이 조성됐는지를 점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소비자 혜택과 글로벌 진출을 통한 `IT한국` 위상정립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국내시장 여건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정부가 고민해 달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몸집을 키우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 아니냐"는 불멘 소리까지 나온다. 유효경쟁정책이 사라진 것인지 궁금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룡기업 KT`라 불리는 이유

KT와 KTF가 합쳐지면 매출규모는 20조1311억원이 된다. 단말기 재판매 등 양사간 내부거래액 1조원을 감안해도 19조원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포함한 케이블TV업계 전체 매출 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LG통신계열사 매출액 합 7조7191억원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이다.

KT·KTF의 EBITDA 합은 4조8892억원으로 여타 경쟁기업군 보다 높다.

또 KT-KTF 합병은 전체 통신용 주파수 중 1.8GHz·2.1GHz 이동통신 대역과 2.3GHz 와이브로 대역을 포함해 44%가 한 사업자에게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합병 전에도 KT·KTF를 합한 주파수 보유는 동일하게 44%이나, 별도의 법인에서 한 회사로 합병됨에 따른 경쟁력 확대를 고려할 때 휠씬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여기에 공기업 시절부터 자연독점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필수설비를 기반으로 유무선 사업을 한 기업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되면, 후발사업자와의 공정경쟁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T-KTF 합병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800MHz 주파수 독점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면서 "공정위와 방통위간 논쟁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방통위가 주파수 회수 재배치 계획에 따라 800MHz 주파수 재배분이 결정된 만큼 KT의 주파수 집중화 문제는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대로 KT-KTF 합병이 이뤄지면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입도 어렵게 된다"면서 "방통위가 와이브로 음성탑재를 허용하면서 신규사업자 진출을 희망하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 누가 손들고 나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KT 공략에 SK 맞대응 불보듯..피해자는?

유선부문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KT가 KTF와 합병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무선부문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시장전망이 강하다.

하지만 SK텔레콤 역시 자금력이 풍부해 시장방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KT와 SK텔레콤이 출혈경쟁에 들어가면 우선 영향은 LG텔레콤으로 갈 것이란 분석이다. LG텔레콤은 앞으로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고 4세대 투자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자금력을 내세운 경쟁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LG통신계열사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LG 통신계열 고위 관계자는 "합병 후 KT가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SK텔레콤 계열이 맞대응할 경우 타격이 우려돼 대책을 고민중"이라며 "앞으로는 각 역무별(유선, 무선, 방송 등) 구분없이 전방위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이 오면 앉아서 죽을 순 없기 때문에 KT의 약점인 인터넷전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등 일전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같은 난타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선진 IT국가, 소비자편익을 내세운 정부의 정책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작년 `유무선 사업자 통합 관련 조사·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배적 사업자의 인수·합병은 통신시장의 과점화를 유발해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혜택과 사회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과도한 요금인하 전략을 통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고, 기존 경쟁자의 존립을 위협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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