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코로나19 장기전 대비…`방어`보단 `완화` 전략으로"

지역내 감염 확산 초기 단계 진입
연결고리 없는 환자 더 많아질 것
의료시스템 붕괴 전 대비해야
  • 등록 2020-02-23 오후 12:00:01

    수정 2020-02-23 오후 12:00:01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한달여만에 확진자가 400여명을 넘어섰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며 현재의 방어전략이 더는 효율적이지 않다고 봤다. ‘코로나19’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완화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3일 한국역학회장인 김동현 한림의대 사회의학 교수는 “그동안 밀접접촉자를 격리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대구에서 집단 환자가 발병해 전국적으로 흩어지면서 전국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지역사회 감염 확산 초기에 접어든 만큼 대응도 심각 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유입 차단보다도 이제는 지역 내 확산 방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현 교수는 “봉쇄전략보다 완화전략을 펴야 한다”며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이행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맡은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현재 특정 종교집단과 연관된 사례가 많이 진단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로 인한 다수의 역학적 고리를 못 찾는 확진자가 발견될 것”이라며 “지역사회 감염 확대가 예측되는 상황인 만큼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감염병 경보 4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는 코로나19의 ‘예비 R0 추정치’를 1.4∼2.5로 제시했다. R0는 전염병이 사람 간 전파되는 정도를 수치로 R0가 1보다 크면 전염병이 감염자 1명에게서 다른 사람 1명 이상으로 전파된다는 의미다. 사스의 재생산 지수는 4이며, 메르스는 0.4∼0.9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경우 1명이 최대 2.5명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경란 교수는 “RO를 적용하면 한 지역에서 200명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이들이 2배가 넘는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다음주는 더 많은 사람들이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경란(오른쪽 두번째)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22일 오후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책위원회 간담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대한감염학회 사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급격히 늘며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한다고 했다. 중국 우한의 경우도 빠르게 환자가 늘며 의료시스템 마비로 이어졌고 결국 속수무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완화전략으로 가는 속도도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속히 진행해야한다”며 “(대구의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의료자원 효율적 활용 등과 같은) 전국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한국역학회 등 11개 범학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대정부, 국민 권고안을 냈다. 이들은 정부에는 △감염병 경보 단계 ‘심각’ 격상 △비상 의료전달체계 마련 △위기소통활동 대폭 강화 △진단서 없이 공결이나 병가 쓸 수 있도록,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병가를 쓰는 것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지원하는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국민에게는 △손 씻기와 기침 예절 지키기 △호흡기 증상 시 외출 자제, 일반 감기약 복용하면서 4~5일 경과 후 증상 심해지면 병원 진료받기 △65세 이상 어르신 여러 사람 모이는 장소 출입 삼가기 △학생 중 열 호흡기 증상 있는 경우 등교 중지 등을 권했다.

백경란 이사장은 “일본의 경우 4일, 싱가포르의 경우 5일 정도 집에서 쉴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 정도 집에 있어서 좋아진다면 감기일 가능성이 많다. 만약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에 연락받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소아감염학회 부회장을 맡은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모든 국민이 다 이 예방수칙을 지켜야만 폭발적인 환자 증가를 예방할 수 있다”며 “현재 폭발적 환자가 생기지 안도록 초동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예방의학회에서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을 맡은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 권고가 있지만 사실 국민에게 드리는 권고가 더 중요하다”며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따라달라. 조금이라도 일탈행위가 나타나면 지금의 방역망으로 위기 극복이 어렵게 된다. 한마음으로 차분하게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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