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주가조작 해법, 민사소송 활용하자”

  • 등록 2013-04-17 오전 10:00:00

    수정 2013-04-17 오전 10:00:0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갈등에는 밥그릇이 걸려 있지요. 중요한 건 ‘밥그릇 싸움’을 중재하는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그 결과가 국민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근 30년 동안 증권업계와 호흡해 온 전문가에게 주가조작 근절 대책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 국민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보이는가에 대한 이 전문가의 대답은 “단연코 아니다”였다.

주가조작 행위자의 형량을 무겁게 하고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는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까? 형사상 범죄자는 징역과 같은 인신구속적 처벌을 내리는 만큼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유죄를 선고하기 어렵다. 과징금 액수만 늘리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에서 ‘종이 호랑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사소송의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방식이 그렇다. 죄질이 나쁘면 형사 고발하지만, 대부분은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으로 해결한다.

지난해 SEC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 행위 718건을 조치했는데, 이중 민사소송으로 제재한 사건이 272건에 달한다. 검찰로 이첩한 사건은 122건에 그쳤다. 지난 2010년 일반인에게도 민사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도드-프랭크법(Dodd-Frank Rule)이 발효된 뒤부터는 상장기업이나 개인의 부당거래 행위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널리 쓰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은 온정주의적 관점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해 부당이득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발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설득력 있지 않은가? 결국 종합대책의 핵심이 주가조작 등으로 불공정하게 돈을 번 사람이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하는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 죗값은 부당 행위로 피해를 본 투자자 보상금이나 부족한 복지 재원으로 써 국민 편익도 늘릴 수 있다. 주가조작,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부당 거래 등은 그렇지 않아도 증거 입증이 어려운 죄목들이다. 죄를 짓고도 증거 부족으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사람만 양산하는 대책이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아니다.

밥그릇 싸움 얘기로 돌아가자.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위원 자리에 검찰 출신이 오느냐 금융관료가 오느냐가, 금감원 조사역 지휘를 검찰이 하느냐 금융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상징적인 형량이나 과징금 액수만 늘려놓고 대통령의 뜻에 맞게 제도를 만들었다고 생색낼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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