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통령제하에서 결선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유권자들이 갖는 사표 방지 심리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다. 프랑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신생 정당이었다고 할 수 있는 앙마르슈(En Marche!)의 후보였던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결선투표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이원집정부제라고는 하지만, 내각제보다 특정인에게 권력이 몰릴 수밖에 없는 대통령제에서는 유권자들이 안정 지향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권력이 집중돼 있는 만큼, 대통령을 뽑을 때는, 원활한 국정 운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는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결선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한 번 더 투표의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첫 번째 투표 당시에는 사표 방지 심리가 상대적으로 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최소한 군소정당들 후보도 “지금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이외의 다른 제안들도 필요한 사안들이다. 그런데 유권자들과 다른 정당들이 이런 제안에 진정성과 신뢰성이 담겨 있다고 보느냐 하는 부분이 문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총선 직전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민주당을 도와 공수처 설치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돌아온 것이라고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설립으로 인한 “배신의 기억” 뿐이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정의당이 새삼스레 해당 제안을 반길 이유는 없다. 정의당 이외의 군소정당들도 해당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약속을 뒤집는 경우를 “종종” 목도했기 때문이다.
제안 주체의 진정성과 신뢰성을 의심케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만일 우리나라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해당 제안을 한 것이라면, 그 신뢰성과 진심을 담보한다는 차원에서 대선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이런 제안을 하고 성사시켰어야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절대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무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압도적 의원 수”를 내세워 통과시킨 적이 종종 있었는데, 자신들이 정치 개혁을 그토록 원했다면, 개헌이 필요한 사안 이외의 개혁안은 이런 방식을 다시 동원해서라도 성사 시켰어야 옳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치 개혁을 주장하며 다른 정당들과의 “공조”를 추구하겠다는 나서는 것은, 다시금 진정성과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만일 이번엔 진심이라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헌, 당규를 바꾸든지 아니면, 의총 등을 통해 최소한의 결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