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민주당의 정치개혁 제안, 통할까

  • 등록 2022-02-27 오전 11:53:28

    수정 2022-02-27 오전 11:53:28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기 위해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대통령 4년 중임제·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국민통합 개헌’을 동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치개혁안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대선 직후 국회에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특위에서 새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선거제도 개혁을, 1년 안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제안에는 다당제의 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사안들이 상당 부분 담겼다고 평가할 만하다.

특히 대통령제하에서 결선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유권자들이 갖는 사표 방지 심리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다. 프랑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신생 정당이었다고 할 수 있는 앙마르슈(En Marche!)의 후보였던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결선투표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이원집정부제라고는 하지만, 내각제보다 특정인에게 권력이 몰릴 수밖에 없는 대통령제에서는 유권자들이 안정 지향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권력이 집중돼 있는 만큼, 대통령을 뽑을 때는, 원활한 국정 운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는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결선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한 번 더 투표의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첫 번째 투표 당시에는 사표 방지 심리가 상대적으로 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최소한 군소정당들 후보도 “지금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이외의 다른 제안들도 필요한 사안들이다. 그런데 유권자들과 다른 정당들이 이런 제안에 진정성과 신뢰성이 담겨 있다고 보느냐 하는 부분이 문제다.

예를 들어 개헌만 해도 그렇다. 대선 때마다 “거의 항상” 등장하는 메뉴가 바로 개헌 추진이다. 자신이 집권하면 “이러이러한 개혁”을 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은 대선 때마다 거의 매번 나왔다. 그런데 집권하고 나서 개헌을 추진한 권력자는 아직까지 없었다. 한마디로, 개헌이라는 이슈는 권력을 잡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총선 직전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민주당을 도와 공수처 설치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돌아온 것이라고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설립으로 인한 “배신의 기억” 뿐이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정의당이 새삼스레 해당 제안을 반길 이유는 없다. 정의당 이외의 군소정당들도 해당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약속을 뒤집는 경우를 “종종” 목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들이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해당 재보선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당헌 당규를 바꾸기까지 했음에도, 민주당은 지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했었다. 이렇듯 “상황 논리”가 “공당의 약속”을 압도하는 경우를 종종 목도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이번 제안을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일 후보나 정당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제안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제안을 하는 주체의 신뢰성과 진정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안 주체의 진정성과 신뢰성을 의심케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만일 우리나라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해당 제안을 한 것이라면, 그 신뢰성과 진심을 담보한다는 차원에서 대선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이런 제안을 하고 성사시켰어야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절대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무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압도적 의원 수”를 내세워 통과시킨 적이 종종 있었는데, 자신들이 정치 개혁을 그토록 원했다면, 개헌이 필요한 사안 이외의 개혁안은 이런 방식을 다시 동원해서라도 성사 시켰어야 옳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치 개혁을 주장하며 다른 정당들과의 “공조”를 추구하겠다는 나서는 것은, 다시금 진정성과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만일 이번엔 진심이라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헌, 당규를 바꾸든지 아니면, 의총 등을 통해 최소한의 결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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