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 국물에 배추만 넣었을 뿐인데… "달다 달아! 누가 찌개에 설탕 넣은겨"

충남 태안 게국지… 김치와 간장게장이 만났다?
  • 등록 2009-11-05 오후 12:00:00

    수정 2009-11-05 오후 12:00:00

[조선일보 제공] "태안 안에서도 스타일이 다 달라유. 안면도는 꽃게를 다 으깨서 넣고. 태안은 국물을 좀 싱겁게, 게는 토막내유. 쓰는 젓국도 지역마다 다르고. 지역별로 다른 맛이 나유."

충남 태안군 태안읍 '전주영양돌솥밥' 주인 고순옥씨가 설명해준 건 '게국지' 만드는 법과 맛이다. 게국지는 간장게장 국물에 절인 배추를 김치찌개처럼 끓여 먹는 충남 해안지역 토속음식이다. 맵지 않고 약간 새콤하면서 개운하다. 태안 그리고 서산 일부 지역을 빼면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더 많을 법한데, 서울보다 좁은 태안군(약 505㎢) 안에서도 이토록 다르단 것이다.

▲ ‘전주영양돌솥밥’고순옥씨가 촬영 전날 만들어둔 게국지. 이 집에선 게국지에 늙은 호박을 넣는다. 이걸 팔팔 끓여 찌개로 먹는다. / 조선영상미디어

게국지가 대체 어떤 음식이기에. 지난달 30일 태안 농업기술센터는 40명이 넘는 주부들로 북적댔다. 부천 생활개선회 소속 주부들이 게국지를 배우겠다며 찾아왔다. 강사는 '곰섬나루' 대표 정숙희씨. 곰섬나루는 태안 남면 신온마을 농가 넷이서 힘을 합쳐 만든 태안 토속음식점으로, 정씨는 식당 대표를 맡고 있다.

정숙희씨가 미리 절여둔 배추를 나눠줬다. "김치 하듯 소금에 4~8시간 절인 배추예요. 배추 세 포기면 간장게장 국물 1리터를 부어요. 고춧가루는 봐서 넣었다 할 정도로만 넣으세요. 원래 고추는 마지막에 달린, 덜 익은 고추를 씨도 다듬어 내지 않고 절구에 거칠게 빻아 썼어요. 게는 꽃게도 넣고 참게도 넣고 '사시랭이'도 넣고 막 넣었어요. 주꾸미, 낙지도 있을 때는 넣고. 우리 어머니는 절구에 대충 찧어서 쓰셨어요. 아, 사시랭이요? 꽃게 새끼처럼 작은 게가 있어요."

언뜻 보기에 해산물을 잔뜩 집어넣고 담그는 김치 비슷하다. 민물새우가 날 때는 민물새우도 넣고, 대하가 날 때는 대하도 넣는다. 다진 마늘, 파, 양파도 들어간다. 국물이 자박자박 한 게 김치보다는 훨씬 흥건하다. 한참 버무리던 정씨가 간을 보더니 "싱거우면 액젓으로 간을 맞추라"고 한다.

얼마큼 숙성시켜 먹는지도 제 맘이다. 정숙희씨네 식당에선 3년까지도 삭힌 게국지를 찌개로 끓여서 낸다. 설탕을 넣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달다. 모두 게에서 우러난 맛이다. 곰섬나루에선 "게국지는 3년은 돼야 제 맛이 난다"고 주장한다. 고순옥씨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해서 바로 먹어야 해유. 삭히면 (배추가) 질겨서 먹간유? 전날 하면 다음 날 먹어유. 액젓은 멸치액젓이 들어가야 시원해유. 까나리액젓은 텁텁하고."

"집에서 끓일 때는 쌀뜨물 좀 넣고 김치찌개 끓일 때보다 국물을 넉넉하게 잡고 끓이세요. 조개 있으면 같이 끓여도 국물이 시원해요."(정숙희)

갓 만든 게국지를 비닐봉지에 담는 생활개선회 회원 주부들의 얼굴이 밝았다. "내일 저녁거리는 해결했다"는 표정이었다.

▲ 조선영상미디어

게국지 맛보려면_ 태안에는 게국지를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전주영양돌솥밥(태안읍 동문리 주공아파트 입구 앞·041-674-2577)은 전라도식당 같지만 호박게국지(6000원)를 판다. 게국지에 얇게 썬 늙은호박을 듬뿍 넣는다. 곰섬나루(남면 신온리 505-2·041-675-5527·www.gom seom.com)는 게국지(7000원) 말고도 우럭젓국(대 1만원), 간장게장(1인분 1만원,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등 태안 토속음식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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