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가득 쫀득쫀득한 실치의 매력에 빠지다

1년52주 당일치기 여행-충남 당진
  • 등록 2008-04-17 오전 11:13:00

    수정 2008-04-17 오전 11:13:00

[조선일보 제공] 석문방조제~대호방조제로 이어지는 충남 당진의 바닷길은 깔끔한 봄 바다를 즐기기에 좋다. 구석구석 작은 항구에는 활력이 넘치고 작은 섬과 방조제 일대의 바다는 잔잔하고 푸르다. 꽃과 바다, 그리고 초봄에만 먹을 수 있는 실치를 한꺼번에 즐겨 보자.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 아닌, 가장 풍성한 달로 느껴질 것이다. 
 
▲ 실치(뱅어 새끼)의 집산지 장고항에선 매년 봄 실치 축제가 열린다. 실가닥처럼 가는 실치는 의외로 쫀득쫀득 씹는 맛이 있다. / 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 기자

10:30 대호 방조제와 도비도 유람선

방조제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끝없는 직선의 행렬이 언제 끝날지 두려울 때가 있다. 당진의 석문방조제(길이 10.6㎞)와 대호방조제(길이 7.8㎞)를 이어 달릴 땐 중간중간 예쁘고 작은 항구들과 작은 섬이 있어 그 두려움과 지루함은 줄어든다.

대호방조제 중간쯤에 도비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방조제 건설로 본의 아니게 섬이 된 곳이다. 그 작은 섬에 농어촌휴양지(041-351-9200)가 들어서 각종 음식점, 숙박시설과 전망대, 산책로, 암반해수탕, 유람선 선착장까지 빽빽하다.

구경만 할 게 아니라 바다를 직접 몸으로 느껴보자. 도비도와 대호방조제 끝의 삼길포에서는 일대 바다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을 운행한다. 도비도 앞바다에 점점이 깔린 크고 작은 섬들을 배 타고 천천히 둘러보는 코스다. 도비도에서 비경도, 대산정유공단, 대난지도와 난지도해수욕장, 소난지도를 거쳐 도비도로 돌아오는 1시간 코스. 엄청난 비경을 보기보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 타는 즐거움에 몸을 내맡긴다는 기분으로 타는 게 좋다.

배가 뜨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대개 오전 11시부터 사람이 모이면 수시로 운행하므로 오전 10시 지나서 전화(청룡해운 041-356-6865~6)로 문의해 보자. 승선료는 1시간 코스 1만원, 1시간 30분 코스 1만2000원, 2시간 코스 1만5000원. 삼길포에서도 유람선 '동성호(041-663-7286, 011-9818-7286)'가 뜬다. 승선료 1시간 8000원. 시간이 별로 없다면 전화로 문의해 보아서 어느 쪽이든 빨리 운행하는 쪽의 유람선을 타도록 한다.

12:20 왜목마을―섬이 보이는 바다 풍경

왜목마을은 도비도에서 대호방조제를 다시 넘어가 왼쪽에 있다. 바다 쪽에서 마을을 보면 얕은 산과 산 사이가 움푹 들어가 가늘게 이어진 모양이 누워 있는 사람의 목처럼 잘록하게 생겼다. 그래서 '와목(臥木)'이라고 하다가 '왜목'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한다. 서북쪽으로 길게 이어진 지형적 특징 때문에 서해안에서 아침 일출 구경이 가능한 것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일출을 보려면 새벽 4시엔 서울서 출발해야 한다. 당일 여행이라면 욕심을 버리자. 그저 도비도에서 장고항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러 해안 따라 마을을 찬찬히 걸어 다니며 바다 풍경을 즐기고 바다 저편에 자리 잡은 국화도와 매박섬의 근사한 모습을 감상하면 좋겠다. 왜목마을에서 용무치항과 장고항으로 바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개통되어 있으므로, 이 도로를 따라 해안 드라이브를 즐겨도 괜찮다. 짧은 길이지만 바로 왼쪽에 바다가 보여 시원한 느낌이다.

13:10 장고항 실치회 즐기기

▲ 실치회는 보통 양념과 무쳐 먹는다.
음식 중 반드시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실치회가 그 중 하나다. 실치는 양식이 안 되고 시기를 놓치면 먹을 수 없게 되므로 4월만 되면 사람들이 서해안 당진으로 몰린다. 덕분에 서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항구인 장고항은 매년 3월말에서 4월말까지 유달리 바빠진다. 실치의 집산지로 널리 알려진 덕에 실치축제(올해는 4월 18일~20일)도 열린다.

실치는 전통적으로 백어(白魚)라고 불리었고, 우리말로는 뱅어라고 알려져 있다. 보통 실치 하면 어린 뱅어를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치는 길이가 2~3㎝, 길어봐야 5㎝ 내외로 대단히 작고 실가닥처럼 길게 생겼다. 몸이 온통 투명한 색깔을 띠고 있으며 두 눈이 까만 점처럼 보여 때로는 귀엽게 느껴진다. 3, 4월은 실치가 다 자라기 전, 아직 뼈가 굵어지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에 회로 먹기 좋다. 4월 말만 돼도 뼈가 굵어져 회로는 못 먹고 통째로 말려서 포를 만드는데 이게 뱅어포이다. 

▲ 뱅어를 말려 포를 만드는 모습.

사실 실치는 각종 야채와 양념에 무쳐 회무침으로 먹기 때문에 양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보기엔 빈약해도 젓가락으로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집어 입에 넣으면 쫀득쫀득 씹힌다. 대신 빨리 먹어야 한다. 고깃배에 잡히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리고 늦게 먹으면 쓴맛도 난다. 실치회무침은 보통 한 접시에 2만원. 간재미회무침(2만5000원)도 봄이 제철이다. 장고항 내 수덕회관(041-352-7787), 등대횟집(041-353-0261), 용왕횟집(041-353-0255) 등이 깔끔하다.

15:30 차브민 허브농원

기차의 '차', 허브의 '브', 민박의 '민' 글자를 따서 만든 작은 허브농원이다. 지금 허브농원 앞은 벌판이요, 저 멀리에 방조제로 막힌 석문호가 있지만 옛날에는 농원 바로 앞이 잔잔하고 얕은, 호수 같은 바다였다고 한다. 방조제가 들어서 그 바다는 진짜 호수가 되고 말았다. 갈대밭이 무성한 벌판을 보고 있자면 그 옛날의 낭만이 그리워진다.

농원엔 1652㎡(약 500평)에 걸쳐 허브가 심어져 있고 노천 재배지와 허브전시관, 허브체험장, 허브 카페가 마련돼 있다. 전체적으로 공간을 잘 활용한 아기자기한 구성이 돋보인다. 언제든 미리 전화 후 방문하면 허브향초 만들기, 허브 비누 만들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허브 차는 4000원(리필 가능).

대중교통


서울에서 당진까지: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 터미널(02-6282-0600, www.centralcity seoul.co.kr)에서 당진행 고속버스를 이용(오전 6시~오후 9시55분, 30분 간격 운행, 1시간 40분 소요, 일반 5600원·우등 8200원).

당진에서 도비도까지: 새로 단장한 당진버스터미널(041-355-3434)에서 삼길포행 버스(오전 6시 30분~오후 9시, 30분 간격 운행, 30~50분 소요, 1000원)를 이용, 도비도에서 내린다.

도비도에서 왜목마을·장고항: 도비도에서 장고항을 거쳐 당진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 왜목마을과 장고항에서 하차. 도비도 출발 오전 9시,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 5시

당진~차브민 허브농원: 차브민 허브농원은 당진에서 성구미행 버스(오전 7시~오후 8시 50분,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 40분 소요)를 이용, 가곡리나 가곡교회 앞에서 내린 후 20분 정도 걷는다.

※장고항에서 차브민 허브농원에 가려면 다시 당진읍으로 가서 버스를 이용해야 하므로 대중교통으론 불편하다. 차가 없다면 다음 기회를 노려보는 게 좋겠다.

자가용

서해안고속도로 송악 나들목→38번 국도 고대·석문 방향→가곡 삼거리에서 성구미·석문 방향 우회전→석문방조제→장고항→교로리 왜목마을→대호방조제→도비도·삼길포. 장고항과 왜목마을은 석문방조제와 대호방조제 사이에 위치하므로 먼저 도비도에 간 다음, 같은 길로 돌아오면서 왜목마을과 장고항에 들른다. 차브민 허브농원은 돌아오는 길에 성구미포구 입구를 지난 후 삼거리에서 우회전, 1.5㎞ 정도 간 다음 좌측 안내판 따라 약 300m 들어가면 된다.

당진군 문화관광과: (041)350-3101 당진버스터미널: (041)355-3434 도비도 청룡해운(유람선): (041)356-6865~6 삼길포 동성호(유람선): (041)663-7286, 011-9818-7286 왜목마을: (041)350-3121, www.waemok.org 차브민 허브농원: (041)352-7261, www.chavmin.com 장고항실치축제위원회: (041)353-6757

도비도(유람선)→왜목마을→장고항에서 실치 맛보기→차브민 허브농원(자가 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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