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로 푸는 사회문제]②영국서 첫발 뗀 SIB, 영역 넓힌다

영국 피터버러교도소 재수감자 줄이기로 첫 발 뗀 SIB
치매·비만·우울증·자살 예방, 취업 및 교육효과 제고 등
해외에선 검은코뿔소 보호 위한 SIB까지 등장해 눈길
  • 등록 2020-01-24 오후 1:05:00

    수정 2020-01-24 오후 1:05:00

첫 SIB사업이 진행된 영국 피터버러교도소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 버려졌던 영국 청년 조지는 길 위에서 떠도는 인생을 살았다. 구걸로 돈이 생기면 술을 마시고 시비가 붙기 일쑤였고 배가 너무 고플 땐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길에서 소매치기까지 했다. 한 번, 두 번 계속 사고를 치다 짧게 수감됐다가 풀려나길 수 차례, 피터버러교도소를 제 집 드나들 듯 들락거리는 지경이 됐다.

영국에서는 조지처럼 12개월 미만 단기재소자가 1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수감되는 비율이 63%에 이르렀다. 이런 경범죄 수감자가 늘어나다보니 교도소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 불어났다. 범죄자 1명을 1년간 수감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 5만파운드, 원화로 약 7700만원이었다.

이를 줄여 보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던 영국 사회적 기업인 소셜파이낸스의 토비 에클즈 사회투자미래전략담당관은 영국 정부에 예산 대신 민간투자자 자금을 모아 출소자들의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겠다고 제안했다. 피터버러교도소 수감자들의 재범자 수를 7.5% 이상 줄이면 투자원금에 추가 수익금까지 달라고 했고, 이 계약이 세계 최초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 프로그램이 됐다.

록펠러제단 등 17개 민간투자자들이 참여해 500만파운드(원화 약 78억원)를 투입한 이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SIB 사업 이전만 해도 매년 100명이 교도소를 나가면 1년 내에 평균 재수감 건수가 159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업 이후 1년만에 이 숫자는 141건으로 11%나 줄었다. 같은 기간 영국 전체 교도소에서의 재수감자 수는 10% 늘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SIB사업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 선전시의 경우 독신청년을 줄이기 위한 SIB를 추진했다가 성과 목표에 크게 못미치는 실패를 맛봤다.

통상 SIB에 적합한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이 있는데, 앞서 영국 사례 처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회 무제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경우나 사업 실패 위험이 있더라도 사회적으로 높은 효과가 기대되는 경우가 SIB에 적합하다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해 온 행정서비스를 대신 실시하는 것 뿐 아니라 이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보완하는 사업이나 새로운 행정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11개국 이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SIB 사업을 보면 치매나 비만 예방이나 우울증과 재범, 자살 예방, 취업과 교육 등의 효과 제고를 위한 분야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호 SIB 프로젝트가 경계성 지능 아동에 대한 학습을 통한 사회화였고, 기초생활수급자나 경력단절여성, 청년실업 예방을 위한 사업이었다. 사회 경제 문제화하고 있는 가계부채 감축에 SIB를 활용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도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SIB가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검은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한 SIB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영국 런던동물학회가 총 5000만달러 규모의 만기 5년 짜리 상품으로 SIB를 발행해 5년간 검은코뿔소 개체 수를 10% 늘리겠다는 목표다. 영국왕립제단과 세계자연기금(WWF) 등 7개 야생동물보호단체가 자금을 태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객관적인 성과평가가 불가능하거나 측정이 어려운 사업은 SIB를 피하라고들 한다. 또 SIB 방식보다 자금 조달이 더 용이한 경우나 사회에 이미 보급돼 있는 일반화된 사업의 경우에도 SIB가 아닌 다른 방식을 택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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