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GTX)②84미터 지하속 `모스크바 대심도전철`

`러시아 모스크바 대심도 지하철 탑승기`
환기·방재시스템, 장애인 이동수단 긴요
  • 등록 2009-07-09 오전 10:00:12

    수정 2009-07-10 오전 9:19:18

[러시아 모스크바=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제2차세계대전 승전탑이 우뚝 솟은 `승리의 공원`을 뒤로 하고 모스크바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지하철역 `파르크파베디(Park Pobedy)`역으로 들어섰다. 파르크파베디역의 플랫폼은 지하 84미터에 위치해 있다.

19루블(1루불=43원 : 약 800원)짜리 승차권을 구입한 후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이 방금 도착했는지 깨알같이 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온다. 에스컬레이터 길이만 126미터다. 계단수로 따지자면 총 740계단이며 개찰구에서 플랫폼까지 내려가는 시간만도 3분이 훌쩍 넘는다. 
 
모스크바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는 속도가 빠르다. 난간을 꼭 잡고 서 있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낄 정도다.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마다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다.
 
▲`승리의공원`역 내부의 126미터짜리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늘 안전요원이 배치돼서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 모스크바 곳곳에 뻗어있는 지하 84미터 대심도 전철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파르크파베디역의 실내 공기는 쾌적했다. 바깥 기온은 25℃가 넘었지만 역내는 서늘한 편이다. 깊은 지하 공간이라서 특별한 냉방장치를 가동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한다. 반대로 영하 40℃까지 내려가는 겨울에는 지하철역은 영상의 기온을 보일 정도로 따뜻하다. 항상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지하공간의 항온성 덕분이다.

파르크파베디역은 `아라바츠코-포크로프스카야`라는 러시아 지하철 3호선에 속해 있는 역이다. 1938년에 개통이 됐으며 총 연장 37.7㎞에 17개의 역이 들어서 있다.

▲`승리의공원`역 내부 모습


역사는 고풍스럽다. 대리석으로 마감한 아치형 벽면에 바닥은 체스판 모양으로 갈색과 흰색 타일을 깔았다. 전동차는 상당히 낡았다. 우리나라의 전동차에 비해 내부 공간도 비좁았다. 양 옆의 의자를 제외하면 한 두사람이 지나다닐 정도다.

지하철은 90초 간격으로 운행된다. 역으로 들어오는 터널 입구에는 90초를 재고 있는 스톱워치가 걸려있다. 지하철은 이 시각을 거의 어기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고 다음 목적지인 `플루사치레발루치(혁명광장 : Ploshachad Revolyutsii)`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중간에 키에프스카야 역에서 잠시 내렸다. 키에프스카야란 키에프로 가는 열차가 출발하는 역이란 뜻이다. 러시아의 역 이름은 기차의 종착지를 출발지의 역 이름으로 해놓는 곳이 많다. 때문에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역이 없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2개역을 지난 후 `플루사치레발루치`역에 도착했다. 혁명광장역의 벽면은 `볼셰비키 혁명`과 `노동자 계급`을 표현하는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모스크바는 `혁명의 도시`를 기념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마야코프스카야`역 내부의 천정화. 모스크바 지하철역 곳곳에서 이런 사회주의 예술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은 이렇듯 대부분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이 20~30미터 깊이의 지하철은 찾아볼 수 없다. 일부에서는 모스크바 지하철이 냉전의 산물로 핵전쟁에 대비한 방공호 역할도 겸하기 위해서 깊은 곳에 설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 건설되는 지하철은 그런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모스크바의 지질과 관련이 깊다. 모스크바의 지질층은 지하 24미터까지는 대부분 석회암층으로 구성돼 있다. 경암층은 지하 30~50미터에 자리잡고 있어 안전상의 이유로 대심도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이 불편하게 생각할 법도 하지만 역에서 만난 모스크바 시민들은 대체로 모스크바 지하철에 만족하고 있다. 

마야코프스카야 역에서 만난 드미트리예프 씨(24세)는 "깊다고 해도 에스컬레이터가 빨라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한다"며 "오히려 지하 깊이 있어 더욱 안전하고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12개 지하철 노선도


 
◇ 개통 75주년을 앞둔 모스크바 지하철

모스크바 지하철은 내년에 개통 75주년을 맡는다. 1935년 5월15일 지하철역이 처음 생겼으며 지금도 이를 기념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건설된 노선은 부토프스카야 노선으로 지난 2003년에 완공됐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모두 12개 노선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모스크바 메트로(모스크바지하철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연간 승객수는 24억7500만명, 하루 이용객 9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모스크바 시민들의 주요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있다.12개 노선의 총연장도 292.9㎞에 이르며 총 176개(환승역 60개)의 역이 설치돼 있다.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과는 달리 역간 거리도 비교적 길다.(최장 6km) 때문에 평균 시속 41.5㎞의 속도로 지하철이 운영된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서울 지하철과 같이 모스크바 시를 순환하는 노선 1개와 11개의 방사형 노선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모스크바 지하철 공사는 현재 순환노선 외곽에 두번째 순환노선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15년까지 40㎞에 달하는 모스크바 외곽을 잇는 광역연결노선을 완공할 계획이다. 

 
▲모스크바 지하철 전동차 내부 모습. 우리나라 지하철에 비해 상당히 좁다.

◇ 환기와 방재시스템·장애인 이동수단 마련 필수

대심도 지하철은 화재 등의 사고에 취약하다. 이외에도 열차가 빠른 속도로 터널을 통과해 역에 도착할 때 생기는 이명감 문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 수단 마련, 지하철 역 내부의 환기 등에서도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 역시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플랫폼마다 안전요원을 상주시키고 경찰병력도 배치해 놓고 있다. 2005년부터는 전 지하철 역에 레이저 화재감지 시스템도 설치해 놨다.

또 대부분의 지하철이 서울의 지하철과는 달리 한 개 터널에 한 개의 레일만 설치해 화재 사고시 대형사고로 번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미흡한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장애인 이동수단이 턱없이 부족하다. 니콜라이 표도르비치 바부쉬킨 모스크바 메트로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미약한 것이 맞다"며 "하지만 지속적으로 대안을 만들고 시설을 보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GTX를 건설할 때 이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창우 동아대 교수는 "화재 방재 시스템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 기술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만큼 소방방재지침 등을 GTX에 맞게 제·개정해 설계시에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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