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월가브리핑]'안전자산 비트코인' 가능할까…조금씩 바뀌는 시선들

①요즘 비트코인 가격은 왜 오르나
②기관·기업은 왜 비트코인을 사나
③비트코인은 안전자산 특성 갖고 있나
④비트코인 가격 추가 상승 가능한가
  • 등록 2021-02-19 오전 8:39:20

    수정 2021-02-20 오전 4:59:14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인 2017년 하반기로 기억합니다.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갑자기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습니다. 누구는 수천만원을 벌어 새 외제차를 샀다느니, 누구는 더 오를 테니 기다겠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떠돌았습니다. 2017년 2월만 해도 1개당 1000달러가 채 안 됐던 비트코인값은 그해 1만7000달러에 육박했습니다. 그러더니 2018년 2월 8000달러대로 거의 반토막 났습니다. 버텼던 이들은 돈을 잃었다며 자책하던 기억이 나네요. 말 그대로 도박판, 투기판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이 다시 뜨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8일 오후 3시(현지시간) 현재 비트코인 값은 5만1774달러입니다. 최근 24시간 내 5만2534달러까지 올랐습니다. 2009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단연 역대 최고치입니다.

비트코인은 최근 매우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과연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 답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지, 2017년의 전철을 밟을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 월가를 달구고 있는 최대 화두 중 하나입니다.

①요즘 비트코인 가격은 왜 오르나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을 뜻하는 코인(coin)을 합친 용어입니다. 가명의 프로그래머 나카모토 사토시가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기존 법정화폐(legal tender)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으로 2009년 개발했습니다. 가치가 안정적인 화폐를 지향했으나, 이후 10년은 그와 거리가 멀었지요.

분위기가 달라진 건 최근 여러 상황들이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천문학적 돈 풀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으로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에 따라 안전자산 특유의 믿음과 신뢰 화두가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부상했으며 △그간 잘 몰랐던 비트코인만 갖고 있는 안전자산으로서 본래의 특성이 떠오르는 과정에서입니다. 지금 비트코인값이 5만달러 이상 폭등한 건 이와 직결돼 있습니다.

(출처=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 트위터 제공)


②기관·기업은 왜 비트코인을 사나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먼저 인플레이션 우려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이번달 1일 기준 광의통화(M2) 규모는 19조4149억달러입니다. 팬데믹 직전인 지난해 2월24일(15조4468억달러)과 비교해 1년도 안 돼 25.69% 폭증했습니다. 달러화가 이렇게 단기간 많이 공급된 건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연준은 이번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조직의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연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현금을 가진 개인과 기업이 달러화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딱 이 시점에 깜짝 놀랄 뉴스들이 쏟아졌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월가 큰 손’ 블랙록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나와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는 가정 하에 가치저장소를 찾고 있다”며 안전자산으로서 비트코인 가능성을 주목했습니다. 블랙록이 움직였다는 건 매우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신(新)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습니다. “깔때기에 물을 마구 부으면 넘치기 마련”이라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한 뒤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지목한 겁니다. 그는 “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건들락 CEO는 올해 초만 해도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했던 인사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트코인을 보는 건들락 CEO의 눈이 바뀌었습니다. 월가에서 핫한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CEO는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겐슬러 위원장은 MIT 교수 시절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해 강의했다”며 “기술과 가치평가를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SEC는 비트코인 규제의 주무 당국입니다. 기관투자자와 함께 기업도 가세했습니다. 가장 주목 받은 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이지요.

특히 관심이 모아지는 건 독보적인 안전자산인 금과의 비교입니다. 공교롭게도 금값은 최근 하락세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본격적으로 뜬 지난해 11월부터입니다. 1만3000달러대에서 5만2000달러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기간 금 가격은 온스당 1900달러 중반대에서 1700달러 중반대로 내렸습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을 찾고 있던 기업들이 금 대신 비트코인 투자를 늘렸다는 추정이 가능한 겁니다. 이는 월가 일각에서 실제 나오고 있는 얘기입니다. 월가 한 금융사 관계자는 “비트코인 데이터가 더 쌓여야 한다”면서도 “안전자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관과 기업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선 건 2017년 장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입니다. 3년여 전에는 철저히 개인이 주도한 시장이었고요. 그래서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컸습니다. 이번에는 수요가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8일 오후(현지시간) 기준 전세계 자산들의 시가총액 순위. (출처=컴퍼니스마켓캡 캡처)


③비트코인은 안전자산 특성 갖고 있나

안전자산에 반드시 필요한 ‘믿음과 신뢰’를 비트코인이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아직 많고요. 기자도 그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기업(주식)처럼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닙니다.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처럼 산업 수요가 있지도 않습니다. 말 그대로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쓰고 있는 지폐 역시 본질은 그냥 종이에 불과하고요.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다이아몬드는 그저 빛나는 돌덩이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그래서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안전자산 특성이 주목 받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트코인은 2100만개까지만 채굴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땅 속에 묻힌 금 혹은 은의 양에 한계가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프린트할 수 있는 달러화보다 어쩌면 안전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없다는 측면에서 말이지요. 비트코인은 또 지폐와 달리 손상의 위험이 없고요. 인터넷만 되면 쓸 수 있어 편리합니다. 결제 가능성 측면에서 금보다 나을 수 있지요. 비트코인의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의 신뢰도가 커지고 있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비트코인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중요한 방증이 시가총액 규모라고 봅니다. 이날 오후 현재 비트코인 시총은 9707억달러로 전세계 자산 중 8위입니다. 현재 독보적인 안전자산인 금(11조2680억달러)이 시총 1위에 올라 있고요. 그 뒤를 애플(2조1780억달러), 사우디 아람코(2조37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조8390억달러), 아마존(1조6760억달러), 은(1조4790억달러), 알파벳(구글 모회사·1조4240억달러) 등이 잇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 안정성이 어떤 자산보다 높은 은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기자는 최근 레딧(Reddit)을 중심으로 결집한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게임스탑·GME) 다음 타깃으로 은을 골랐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후 “그건 체급 자체가 다른데…”라고 홀로 되뇌었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정부의 규제 가능성 등 이유가 다양한데, 그 중 하나는 은 시장의 규모는 게임스톱 종목 하나의 가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개미들은 하루 만에 은 투기에 꼬리를 내렸지요. 비트코인 시총이 불어난 건 가볍게 다룰 사안이 아닙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출처=코인마켓캡 제공)


④비트코인값 추가 상승 가능한가

여기서부터가 진짜 중요한 물음일 수 있겠네요. 비트코인값은 추가 상승이 가능할까요. 간단히 말해 안전자산으로 지위가 올라간다면 더 오를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겠지요. 금 혹은 은에 인플레이션 헤지용 투자를 했던 기업들이 그 대신 비트코인으로 조금씩 눈을 돌린다면 말이지요.

이번 <월가브리핑>은 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나오는 비트코인에 대한 최신 논의입니다. 안전자산으로서 가능성이 조금씩 엿보인다는 정도로 정리가 가능할 것 같은데요. 한 가지 꼭 말하고 싶은 건 이게 비트코인값의 단기간 우상향을 뜻한다는 건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건 불과 12년입니다. 금과 은의 역사, 달러화의 역사와 동일선상에서 견줄 수 없습니다. 당연히 앞으로 무수한 난관들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은 클 겁니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건 곧 언제 사야 하는가 하는 물음과 같은데, 사실 투자의 타이밍이라는 건 ‘신의 영역’이지요. 월가 내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곧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적지는 않습니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ridiculous) 가격에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고 했는데, 그 어떤 자산이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건 기본적인 투자 원칙입니다. 루비니 교수의 얘기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기자의 앞선 여러 보도들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요. 비트코인이 기존 법화를 대체하는 건 아직 먼 얘기라는 건 이견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의 논의는 안전자산 중 하나로 올라설 수 있을지 여부인 것이지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비트코인은 화폐(real currency)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중앙은행 차원에서 달러화, 유로화, 금처럼 준비자산으로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기관과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는 것과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사는 건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최근 트위터 글. (출처=누리엘 루비니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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