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산업연구원은 `탄소국경조정에 대한 주요국 입장과 국내 무역 경쟁력 변화` 보고서에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간 유럽과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1일 가격 최대 차이인 55.4달러로 계산하면 알루미늄산업은 21.9%, 철강산업은 20.6%의 대(對)EU 수출 감소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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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를 중위값인 33.1달러로 가정하면 알루미늄 13.1%, 철강 12.3%, 시멘트·비료는 각각 1.8%의 수출 감소 효과가 예상됐고, 최소값인 5.9달러로 계산하면 각각 2.3%, 2.2%, 0.3%씩 수출이 줄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한국의 배출권 가격 차를 중위값인 33.1달러로 설정한 경우 알루미늄 6.9%, 철강 8.6%의 수출 감소 효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탄소배출권거래제, 수출 경쟁력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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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 배출권거래제(ETS)의 확장 형태로 3년 간 과도기를 거쳐 2025년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 품목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배출권거래제가 수입에 내재된 탄소 배출량에 기반해 컴퓨터·전자 제품, 코크스·정유, 전기장비산업 등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이 경우 컴퓨터·전자제품의 수출액이 큰 한국 산업에 미치는 수출 감소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U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 주요국은 탄소국경조정 도입을 고려하거나 탄소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까지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제시했다. 이는 기존 목표인 26.3% 감축에 비해 높은 수준의 목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2800만tCO2e로 1990년 대비 149% 급증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탄소 다(多)배출 업종이 주력 산업인 산업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무역에 내재된 탄소 함량이 높아 중국, 러시아, 인도 등과 함께 탄소 순수출국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규제 강화하는 중국…“제도 변화 주목해야”
주요국이 탄소 감축 제도를 도입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중국의 제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과 중국은 대EU 역내 수출 경쟁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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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한국과 같은 가격 탄력성을 가정할 경우 중국의 철강·알루미늄산업 수출 감소 효과는 한국보다 클 것”이라며 “EU 수입시장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수입이 줄면서 EU의 철강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이는 한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국가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전력산업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2025년까지 석유화학, 화학, 건축자재, 철강, 비색금속, 제지, 민항 등 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어서다. 보고서는 “최근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거래하기 시작한 중국의 제도 변화 추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따라 변화할 국내 산업의 경쟁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산업계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규범 준수를 고려한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기후변화시장 메커니즘 논의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근 국가 또는 관할권과의 배출권거래제 연계와 탄소시장 확장 가능성과 영향에 관한 전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