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분양원가 공개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62개 항목보다 상세한 수준인 데다, 국내 최초로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하고 실제 투입 원가를 사후에 공개하는 등 기존의 분양가 공개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다. 실제로 서울시와 SH공사가 2020년 공개한 항동4단지 준공 건설원가 자료의 경우 직접 공사비와 건설자금 이자, 인건비, 경비 등 61개 항목만이 대상이었다.
분양가 공개 제도는 규제와 자율화가 반복돼 왔다. 1980년대 분양원가연동제로 시작된 분양가 규제는 1999년 분양가 전면 자율화로 폐지됐다가, 2006년 공동주택 분양가 상한제 시행,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으로 규제가 강화돼 61개 항목을 공개하는 제도로 변화했다. 다시 2012년 공개 항목이 12개로 줄었으며, 2015년 4월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기도 했다. 그러다 2019년 분양가 공시항목이 62개로 다시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현 제도는 공시 항목 자체가 입주자 모집시점에서 공개하는 추정치에 불과해 이번 서울시, SH공사가 공개한 실제 분양원가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소비자들의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분양원가 공개를 결정했다. 특히 소비자가 입주한 아파트가 품질대비 적정한 가격인지 비교할 수 있는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택지조성원가와 분양수익까지 투명하게 공개했다. 아파트의 품질에 따른 적정한 수준의 이익과 가격이라면, 굳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고덕강일4단지 분양가 공개로 같은 지역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어떻게 책정됐는지,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추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공개는 시민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공사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과도한 분양가에 대한 억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해서 민간건설업체들이 곧바로 분양가를 내리지는 않겠지만 원가가 아닌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관행에 대한 견제적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통해 분양원가 공개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공공주택은 시민의 세금으로 짓고 관리되는 시민의 자산이다. 이번 분양원가 확대 공개는 주인인 시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좋은 정보가 투명하게 유통되는 사회가 선진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