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 그리워, 꽃무릇 붉은 가슴… 전남 영광 불갑사

  • 등록 2009-09-17 오후 12:50:00

    수정 2009-09-17 오후 12:50:00

[경향닷컴 제공] 영광 하면 가을을 떠올리게 된다. 해마다 9월 셋째주면 꽃무릇 축제가 열리고, 모싯잎 송편 같은 별미도 많아서다. 요즘 여행하기 딱 좋은 곳이 영광이다. 꼭 봐야 할 것은 △불갑사 꽃무릇 △백수해안도로 △염산 염전이다. 백제불교 도래지, 원불교 성지, 기독교 순교지에는 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다. 거기에 가선 꼭 모싯잎 송편을 맛보자.

요즘 불갑사에는 꽃무릇이 지천이다. 영광군은 “상사화 군락지가 50㏊(15만평)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했다. (꽃무릇은 엄밀히 말하면 상사화와 다르다. 하지만 꽃과 잎이 따로 피어 서로를 못만난다고 해서 현지에선 두루뭉술하게 상사화라고 불렀다.)

▲ 영광 불갑사 입구에 핀 꽃무릇. 불갑사는 국내 최대 꽃무릇 군락지이며 꽃무릇은 19~20일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불갑사 ‘상사화축제’를 관람한 사람은 3일 동안 50만명. 영광군 관계자는 오후 4시가 넘어서자 불갑사 입구의 식당 음식이 동났을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고 했다.

1999년 처음 불갑사를 찾았을 때엔 자그마한 사찰이었는데 지금은 거찰이라고 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여기저기가 공사중이어서 어수선하지만 상사화는 좋다. 초입부터 꽃무릇이 많다. 산자락, 개울을 따라 꽃이 핀다. 대웅전 뒷자락 불갑사 저수지 쪽 산길을 따라가면 산사면이 온통 꽃무릇 밭이다. 자생지도 영광과 고창이란다. 꽃무릇은 절꽃이다. 금어(탱화를 그리는 스님)가 물감에 꽃무릇 뿌리를 찧어 넣으면 그림에 좀이 슬지 않아서 많이 키웠다. 이름은 운치 있지만 코끼리도 쓰러뜨리는 독초다. 코끼리를 잡을 때 뿌리에서 추출한 독을 썼다. 하여 눈으로만 보는 게 좋다. 괜히 꽃 한송이 떼어 입에 물고 ‘폼 잡다가’ 화를 당할 수 있다.

▲ 만나떡집 주인 정장성씨가 모시밭을 둘러보고 있다. 모싯잎 송편은 보통 송편의 2~3배 크기로 빚어 영광에선 머슴송편으로 불렸다.

불갑사는 갑(甲)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으뜸이라는 뜻이다. 삼국시대 최초로 불교가 전래된 곳이 영광이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침류왕때인 384년에 인도의 마라난타 존자가 불교를 전했다고 나와 있다. 영광이나 법성포 같은 이름도 불교적이다. 불갑사에서 대웅전과 일광당은 빼놓지 말고 꼼꼼하게 봐야 한다. 문화유산해설사 박해자씨는 “불갑사에는 인도양식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다”며 “대웅전(18세기에 중건)의 용마루 위에 있는 항아리 모양의 스투파가 인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투파란 탑(塔)을 의미한다. 대웅전의 부처가 정면을 향하지 않고 남쪽으로 돌아앉아 있는 것도 신기하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같이 부처가 서방정토인 서쪽으로 돌아앉아 있는 경우는 있지만 불갑사처럼 남쪽으로 돌아앉은 경우는 드물다. 일광당은 기울어져 있다.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다. 불을 때면 연기가 잘 빠져나가게 하기 위해서인데 건축학자들이 많이 보러 온다. 또다른 불교 답사지는 백제불교 도래지 기념관. 2005년 영광군이 법성포 너머에 이 기념관을 만들고, 인도 간다라 양식을 따라 지은 전시관과 4면대불을 세웠다. 대불상 앞에 서면 영광 앞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 염산의 영백염전. 보통 9월말까지 소금을 만든다.
2005년 완공된 17㎞의 백수해안도로는 아름다운 도로로 늘 손에 꼽힌다. 지난해에는 노을전시관이 생겼고, 10월 개장 예정인 해수탕도 시범운영 중이다. 전시물은 볼 만한 게 없고, 2000원짜리 라이더가 재밌다. 해안도로에서 눈여겨볼 것은 칠산 앞바다. 칠산도는 무인도. 어부들이 조기를 잡으러 갈 때 “돈 실러 가세, 돈 실러 가세…”라고 했던 바다다. 과거엔 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조기로 굴비를 만들었지만 요즘엔 어자원이 고갈돼 영광산은 많지 않다. 그나저나 영광굴비는 왜 유명할까? 비결은 염장법과 바람이다. 물에 소금을 타서 하는 염장을 하지 않고 아가미에 간수를 뺀 천일염을 집어넣는 섭간을 한다. 소금이 좋아야 굴비도 좋은 법. 소금 얘기를 잠깐 하고 가자. 영광은 신안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소금을 많이 생산한다. 생산량이 연 4만t으로 전국 생산량의 12%다.

영광은 쌀과 소금, 목화가 많이 나 예전에는 삼백의 고장으로 불렸다. 염전은 염산면에 많다. 영백염전의 김영관 회장은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 함량이 많은 것이 영광 소금”이라며 “간수를 뺀 소금은 나트륨 함량이 88% 정도로 오히려 단맛이 난다”고 했다. 친환경소금은 나트륨 함량이 더 적어서 74~78% 정도라고 했다.

바람도 한몫 했다. 대대로 굴비를 만들어왔다는 해다올의 박윤수 사장은 법성포에는 하늬바람이 몰아치기 때문에 포구 주변에 파리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굴비는 전통굴비와 약간 다르다. 옛날엔 굴비를 두어달씩 말렸다. 냉장기술이 발달해 요즘은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오래 말리면 조기가 오그라들게 마련. 굴비는 손톱 만큼의 길이 차이에도 가격이 벌어지므로 상인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럼 오래 말린 옛날 굴비는 없을까? 주문하면 만들어주고 한정식집에서도 가끔 맛볼 수 있다. 더 짜고 꾸덕꾸덕하다. 이런 굴비는 보리쌀독에 박아두었다가 쪄먹는 게 낫다.

모싯잎 송편은 4~5년 전부터 유명해졌다. 팥소보다는 모싯잎을 삶아 섞은 떡맛이 일품이다. 영광에 모싯잎송편집만 60여개인데 요즘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송편 제작과정을 보러 찾아간 만나떡집은 전화벨이 계속 울렸지만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손이 달려 더이상 주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집주인 정장성씨는 “멥쌀과 물, 모싯잎 배합과정이 노하우”라며 “주문의 95%는 서울·경기에서 온다”고 했다. 모싯잎 송편은 검은빛을 띠고 색깔이 진한 것이 좋다. 쑥을 섞으면 색깔은 좋지만 맛은 떨어진다. 값도 25개에 1만원 정도로 싸다. 영광 장어는 “생산량이 연 1800t으로 전국 1위”라고 영광군 측이 설명했지만 “압권이다”라고 할 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빠진다. 18일부터 20일까지는 불갑사 일대에서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불갑사는 입장료, 주차료가 없다. 영광군청 061-350-5931, 불갑사 www.bulgapsa.org *백수해안도로 노을전시관(061-350-5600)

*만나떡집(061-351-1462)은 모시가 떨어지면 송편을 안 만드는 집이라고 했다. 모시밭도 따로 있다. 전통있는 떡집은 서울떡집(061-352-0248)과 장산떡집(061-351-3948)이다.

*소금은 현지 농협에서 살 수 있다. 보통 한 부대씩 판다고 한다. 새하얀 소금보다는 우윳빛이 나는 소금이 좋다.

*영광굴비집은 대개 한정식집으로 보면 된다. 한 상에 8만원, 10만원 하는 식이다. 법성포에서는 일번지식당(061-356-2268)이 가장 유명하지만 인터넷엔 별로라는 의견도 많다. 영광군청은 영광읍 문정식당(061-352-5450)도 유명하다고 했다. 이곳 역시 한 상에 얼마씩 하는 방식이다. 동원식당(061-356-2351)과 만나식당(061-356-2377)은 값이 조금 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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