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뒤쫓아다니면 늘 당한다

  • 등록 2002-01-07 오후 12:11:34

    수정 2002-01-07 오후 12:11:34

[edaily] 중심 못 잡고 남들 하는대로 뒤쫓아 다니기만 하다보면 당하기 쉬운 곳이 시장입니다. 최근 몇 회에 걸친 본 칼럼 내용에 불만이 있었던지 가까운 지인 한 명이 다음처럼 충고를 하더군요. "남들 다 환율 오를 거라고 흥분하는 시점에 당신은 왜 맨날 어디서 환율이 다시 떨어질까 하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느냐? 그런 식으로 계속 쓰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잘 생각해 보라."... 뭣 때문에 욕(?)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1320원 이상의 레벨에서 환율이 움직일 때 마냥 달러매수를 외치기에는 좋은 레벨을 다 지나쳐 온 것 같다는 코멘트가 그리 잘못되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번 주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늘 그랬던 것처럼 또 불투명합니다. 달러/엔이 132엔대 안착을 앞두고 조정 폭을 넓힐 것인지, 화끈하게 불붙은 증시가 계속 그 랠리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인지, 결국 135엔을 향해 달러/엔은 달려갈 것인지, 달러/원 환율도 엔화를 따라서 다시 고점을 높여 갈 것인지, 확신있게 얘기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환율예측보다는 시장에서 거래를 해 나가면서 덜 휘둘리는 방법같은 다소 한가한 얘기나 좀 나눌까 합니다.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는다(?)(!) 거래를 해 나가면서 덜 휘둘리는 방법이라... 큰 결제수요나 네고물량으로 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업체이거나 그러한 업체들을 끼고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메이져 은행권에서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없는 사항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시장을 휘두르며 남들이 누리는 평균수익률 이상을 항상 거두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개미들은 그 와중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 헤매고(개미들 손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뉴스나 정보라 할 수도 없는 단계이지만...) 큰손들이 만든 차트라도 분석해 가며 조심스레 거래에 임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주식시장에서도 현물주식을 사서 그 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던 시절, 시카고에서 선물·옵션거래기법이 막 그 꽃봉오리를 피울 무렵 서울에서 옵션을 처음 시도해 보고자 했던 선배 딜러가 옵션을 선전하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이건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는 거야. 죽이는 거지."... 그렇다. 이후 증시에서도 주가지수 선물옵션거래가 도입되고 선물거래소가 설립되면서 채권을 비롯한 웬만한 금융상품을 취급할 때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올라도 터지고 내려도 터지는 시장이 되었으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만큼 빨리 깡통을 찰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거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모르게 롱(Long)을 좋아하거나 반대로 숏(Short)을 편안하게 여기는 습성들을 지니고 있다. 물론 아주 유연하고 탄력적인 뷰를 지니고 시장에 순응하면서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오르는 장에 강한 사람과 내리는 장에 강한 사람들로 나뉘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입사 이래 1~2년 동안 주가가 빠지기만 하는 장을 경험하며 직장생활을 시작한 증권맨은 주가가 마구 오르는 장이 불편한 반면, 환율이 급등하는 장세 속에서 딜링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롱쪽으로 손이 쉽게 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수입업체나 수출업체의 외환담당자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들이 원하는 환율 방향은 정반대이며, 그러다 보니 그들이 민감해지는 장세도 정반대이다. 수입업체는 환율이 오를 기미가 있으면 불안해지고 그에 따른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수출업체라면 그 반대가 될 것이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장황설을 늘어 놓는가 하면 시장에서 덜 휘둘리기 위한 첫째 방법으로 자신은 (환율이) 오르는 시장과 내리는 시장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편안했으며,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가를 먼저 살피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롱돌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내리는 장에서는 바닥신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로, 난 숏돌이(?)에 가깝다고 판단된다면 오르는 장이 꺾이는 조짐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분명 자신이 보다 확신을 갖고 강하게 시장과 어울릴 수 있는 시점과 레벨이 있는데 아무 시점, 아무 레벨에서나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어 보겠다고 덤비다가는 시장(Market)이라고 하는 만만치 않은 거인에 휘둘리기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기다리는 세월이 더 많을 것 아닌가? 한 가지만 얘기하고 마치기에는 서운하여 몇 가지를 더 짚어 본다. 둘째, 모두가 간다고 할 때는 조심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1995년 4월, 급격한 엔화절상으로 인해 역사적 저점(Historical low)인 1달러당 79.80엔이라는 두 자리 숫자 엔화환율을 갖고 시장에서 치고 박을 때 대다수가 60엔까지 간다고 얘기했었다. 가깝게는 작년 4월 초 달러/엔이 127엔 등정을 앞둔 시점에서는 모두가 금방 130엔을 돌파한다고 얘기했지만 그 130엔의 돌파를 이루기 전에, 아니 127엔대의 안착을 이루기 위해서도 달러/엔은 116엔 초반까지의 깊은 조정을 거쳐야 했다.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해 웬만한 금융상품을 거래하면서 남들이 희망하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감 잡을 수가 있다. 외환관련 사이트마다 환율이 잘 오르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거나 짜증을 내는 듯한 글들이 많이 눈에 띄면 한 번 팔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살 만한 세력들은 이미 다 사 놓은 상태에서 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추격매수세를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만큼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을 때 이미 롱을 들고있는 사람들은 조급증을 내기 마련인데, 내가 마지막 매수세력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셋째, 신문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1면 톱으로 환율이 언급되거나 2~3일 연속 환율이 주요 뉴스로 떠오르면 먹고 있는 포지션은 빨리 정리 할 필요가 있다. 예측을 위주로 하는 전문 사이트들과는 달리 신문은 사실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매체이다 보니 가장 늦을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연초 1350원까지 환율이 튈 것 같다는 보도 때문에 지금 마음고생 하는 사람들 제법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필자는 경험적으로 신문에서 어디까지 간다라는 기사가 제목으로 올라 올 때면 이미 다 왔다고 보는데, 이러한 뷰는 앞서 말한 남들이 모두 간다고 할 때가 위험하다는 견해와 함께 나름대로 족보가 있는 이론이다. 이른바 시장심리(Market sentiment)를 이용한 반대의견(Contrary opinion) 기법인데, 이미 열 명 중에 여덟, 아홉의 포지션이 한 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다음 펼쳐질 상황은 뻔하다는 어느 정도 과학적인(?) 배경을 지닌 거래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 환율은? 월요일 오전 장에서 지금 시장은 극도로 피로를 느끼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막상 동경 장이 새해 들어 시작되었음에도 달러/엔은 135엔 등극을 위한 132엔대 안착조차 힘겨워 130엔대에서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고, 원화 환율은 1270원대부터 1334원까지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조정다운 조정 한 번 없이 거침없이 올랐던 후유증으로 30원 가까운 급락세를 보인 터라 위도 아래도 다 지신없어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달러/엔의 경우 130엔, 달러/원의 경우 1300원의 지지여부가 1차적인 관심사항이 될 것이고, 대다수 시장참여자들이 지금의 달러하락세는 엔화나 원화시장 할 것 없이 그 동안의 급등세에 대한 조정국면이라 보기에 어디서 다시 반등세를 재개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급등 후의 급락장세를 경험했고 지금은 조정장세라는 데에 대해 의견이 모아진 만큼, 이번 주 환율은 급등락보다는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달러/엔의 추이를 살피며 이루어지는 시장참여자들의 포지션 정리차원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서울 외환시장은 지난 주 누적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소화과정이 필요해 주초 급격한 상승세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이미 1000원 아래에서 움직이는 엔/원 환율에 대해서는 시장이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 접어 들었는데, 매수 타이밍을 조율하는 측이라면 달러/엔의 조정 폭에 따라서는 1295원까지는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시장을 살펴야 하겠고, 채 정리가 안 된 롱포지션을 들고 있는 측이라면 1310원대 환율이 보이면 일단 던지고 나서 향후 장세를 관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냥 오르기만 할 것 같던 달러/엔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달러/엔만 추종하기에는 최근 국내외 증시가 너무 좋다. 2002년 달러/원 시장은 예년에 비해 훨씬 어려워질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려운 시장에서는 지나친 흥분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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