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특공대의 酒첩]③'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

앉아서 마시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취해
"부드러운 목넘김 한산 물로만 가능해"
생주라 보관기간 짧은 건 아쉬운 대목
  • 등록 2017-05-21 오후 1:16:46

    수정 2017-05-21 오후 2:23:43

“인생은 짧고 마셔봐야 할 우리술은 많다”

‘우리술 전문가’ 이수진 술펀 대표와 프리랜서 김도연 PD와 의기투합했다. 이른바 ‘주막특공대’. ‘취함을 존중한다’(취존)는 누구네 얘기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취존 우리술을 찾아 떠난다. 증류식 소주부터 막걸리까지 맛있는 우리술이 있다면 전국 각지 어디든지 떠난다.

삼화양조장의 ‘한산소곡주’ (사진=삼화양조장 제공)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의 또다른 이름이다. 한산소곡주는 서천군에서는 짝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열어줄 이른바 작업주다. 소주에 버금가는 16도라는 높은 도수에도 달짝지근한 맛과 향에 취해 앉은 자리에서 끊임없이 마시다 보면 인사 불성이 돼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기 일쑤다.

한산소곡주 때문에 일어난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석화에 한산소곡주를 잔뜩 마시고 인사불성이 돼 자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옆자리에 친구 아버지가 있었던 일. 고등학교 때 몰래 사촌 형과 한잔 두잔 마시다가 술에 취해 그 자리에서 뻗어 버린 일 등등 사연도 많다.

마시는 사람을 앉은뱅이로 만들 정도로 맛과 향이 좋은 한산소곡주의 특징은 달콤한 향과 맛 그리고 부드러운 목넘김이다. 훌륭한 맛과 향이지만 재료는 간단하다. 찹쌀·누룩·물이 주원료이고 여기에 양조장에 따라 들국화나 계피 등 개성있는 부재료들이 들어가기도 한다.

조용돈 삼화양조장 대표는 “‘소곡주’(小穀酒)는 소곡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룩을 적게 사용하고 찹쌀을 주원료로 빚기 때문에 텁텁한 맛이 덜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발효 중인 탁주에 용수를 박아넣고 맑은 술만 꺼내 숙성을 거치면 한산소곡주가 완성된다. 막 걸러낸 한산소곡주는 누룩의 거친 맛과 발효할 때 나는 특유의 시큼한 맛이 살아 있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실제로 처음 마셔본 한산소곡주의 첫 인상은 ‘달콤하지만 깔끔하다’였다. 보통 당도가 높게 느껴지는 술은 끈적거리는 성질이 있어 입안과 식도에 눅진하게 눌러붙는 느낌이 남아 많이 마시기 부담스럽다. 한산소곡주는 이런 느낌 없이 목구멍을 깔끔하게 타고 넘어간다.

김도연 PD는 “맛과 향 자체는 ‘삼키기 애석하다는 뜻’의 ‘석탄주’(惜呑酒)와 비슷하지만, 목넘김이 다르다”면서 “석탄주가 시럽 같은 느낌이라면 소곡주는 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서천 한산 지역에서만 빚어야지 이렇게 깔끔하고 달콤한 맛과 향이 살아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한산소곡주의 80%를 차지하는 한산 지방의 특유의 암반수 덕분이다. 한산 지방 물은 염분이 없고 철분이 약간 함유돼 물맛이 독특해 소곡주의 맛을 내기에 알맞다.

주례를 준비 중인 조민경 삼화양조장 부사장. 주례에서는 4종류의 한산소곡주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조민경 삼화양조장 부사장은 “다른 지방에서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똑같은 방식으로 빚어도 이런 맛이 안 난다”면서 “한산 지방의 암반수와 기후가 소곡주를 완성시킨다”고 말했다.

이렇게 맛과 향이 좋은 한산소곡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맛보긴 쉽지 않았다. 이유는 생주(生酒)라 쉽게 쉬어버리기 때문이다. 상온에서는 3일이면 쉬어버리기 때문에 보관도 어렵다.

조 부사장은 “전체 판매량의 50%가 되는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보관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배송할 때 얼음팩을 넣고 냉장고에 꽉꽉 채워도 쉽지 않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멸균기를 도입해 멸균주를 추가 출시했고 앞으로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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