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탱한 면발 속으로 따라와~

‘대박 난 변종 냉면 베스트 7’
작품성 집어치워~ 맛있으면 그만!
  • 등록 2006-05-11 오전 10:39:10

    수정 2006-05-11 오전 10:39:10

[조선일보 제공] 평론가와 전문가들로부터 싸늘한 반응을 얻었지만, 대중으로부터는 폭발적 지지를 받으며 대박 터뜨리는 영화가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사발은 평양 물냉면처럼 차가운 육수로 가득하다. 하지만 함흥 비빔냉면처럼 쫄깃하다 못해 질긴 국수에 매콤새콤달콤한 양념장을 듬뿍 얹는다. 비싼 메밀 대신 밀가루로 국수를 뽑기도 하고, 짬뽕을 차갑게 식혀 냉면처럼 먹기도 한다. ‘냉면 순수주의자’들은 “평양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함흥식도 아닌 변종”이라고 폄하하지만, 대중은 그 맛에 열광하며 여름을 기다린다. ‘대박 난 변종 냉면 베스트 7’을 소개한다.

장도리곰탕 얼음냉면

음식을 눈으로만 즐긴다면, 장도리곰탕 ‘얼음냉면’(8000원)은 100점 만점이다. 물냉면은 투명하게 깍아낸 얼음그릇에 찰랑찰랑 육수를 붓고 국수를 도로록 말아 낸다. 먹는 동안 얼음그릇이 녹아 섞이면서 국물은 더욱 차가워진다. 물론 육수는 묽어진다. 얼음그릇은 정사각형과 하트 두 가지 모양이 있다. 가격은 그릇 모양과 상관 없이 같다.

얼음으로 그릇을 만드는 기막힌 아이디어는 장도리곰탕 주인 이장우(51)씨가 지난 2003년 냈다. 얼음을 손으로 일일이 깍기 때문에 이윤이 후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특출난 생김새 덕에 여름마다 TV·신문·잡지를 통해 소개되니, 홍보효과가 엄청나지 않을까.

곰탕으로 먼저 이름 날린 식당답게 쇠고기 육수는 정직하다. 하지만 레몬즙을 섞는지, 정체 모를 향기가 먹는 내내 거슬린다. 정통 냉면에 익숙하다면 비빔냉면을 시키는 게 낫겠다. 서울 역삼동 차병원 뒤에 있다. (02)569-3032~3


▲ 장도리곰탕 얼음냉면

깃대봉냉면

메뉴판에는 ‘저희 비빔·물냉면은 맵습니다. 주문시 참고 바랍니다’라고 크게 적혀있다. 그 밑으로 ‘매운 맛’부터 ‘보통 맛’ ‘덜 매운 맛’ ‘안 매운 맛’ ‘거의 안 매운 맛’ ‘하얀 맛’까지, 6가지 매운 정도에 따라 주문하란다.

메뉴판의 경고를 무시하고 보통맛으로 주문했다. 노란 쫄면은 파와 깻가루에 파묻혔다. 시뻘건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생각보다 맵지 않고 달다. 그런데 웬걸. 먹으면 먹을수록 매웠다. 혀가 아리더니, 머리는 형틀로 조이는 듯, 입술은 얼얼했다. 희한한 건, 그렇게 괴롭고 고통스러운데도 계속 먹게되는 마력이 있다.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쇠고기 맛 국물과 국수 삶은물을 섞은 뜨거운 육수로 감각이 마비된 혀를 헹굴 땐, 약간 변태적이나 시원한 쾌감이 기막히다.

냉면은 물, 비빔 상관 없이 4000원. 1.5배쯤 양이 많은 곱배기는 4500원. 깃대봉이란 이름은 식당이 서울 종로구 충신동 국기 게양대 옆에서 시작했다고 해서 붙었다. 지금은 충신동에서 멀지 않은 창신동 창신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다. (02)762-4407

유천칡냉면

육수에 뜬 살얼음을 젓가락으로 헤치면 짙은 갈색 국수와 검붉은 고추양념이 보인다. 칡과 다른 재료들을 섞어 만든 국수는 쫄깃하다 못해 찰고무처럼 질기다. 이를 튕겨낼 듯하다. 국물은 처음에는 구수하고 달착지근한데, 먹을수록 맵다. 함께 나오는 뜨거운 육수로 입을 헹구듯 마무리한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6000원, 회냉면 7000원. 왕만두(5000원)는 김치, 부추, 두부가 많이 들었다. 얇은 만두피로 만두소가 발그스름하게 비쳐 보인다. “서울 풍납동 송파세무소 맞은편 풍납사회복지관 골목 안”이라고 쉽게 설명하지만, 찾아가기 꽤 번거롭다. 그런데도 그렇게 손님 많은 걸 보면 의아할 정도다. 주차장은 넓다. (02)485-5102, 5774, 4456


▲ 유천칡냉면

퇴촌밀면

겉보기엔 냉면과 똑같다. 그런데 국수가 유달리 하얗다. 거무튀튀한 메밀 대신 밀가루를 쓴다. 찰기를 주려고 전분과 젤라틴을 조금 섞어 국수를 뽑는다. 그래서 냉면이 아니라 밀면이다. 뽀얀 국물은 냉면 국물처럼 시원한데, 묘한 단맛이 희미하게 감돈다. 감초(甘草)다. 육수를 뽑을 때 사태(쇠고기), 사골(소뼈), 대파, 마늘, 생각, 고추씨 등에다 감초를 더해 끓인다. 여기에 동치미를 섞는다.

국수는 쫄깃한 맛을 살리기 위해 1분 삶는다. 덜 익은 듯한 맛이 약하게나마 남아있다. 일본 규슈 하카다라멘 국수가 연상된다. 이 덜 익은 듯한 국수와 국물이 조화롭다. 아삭아삭한 동치미 무와 아작아작한 오이채가 고명으로 얹어진다. 밀면에 딸려 나오는 백김치만 먹으러 오고싶다. 깊은 시원함이다. 차가운 물에 담근 항아리에서 3년 숙성시킨 작품이다. 통오리밀쌈(4만5000원)도 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도수리에 있다. (031)767-9280


▲ 퇴촌밀면

마담밍 짬뽕냉면

짬뽕이 차가운 냉면으로 변신했다. 서울 선릉역 근처에 있는 중국음식점 ‘마담 밍’은 4년 전 ‘짬뽕냉면’(6000원)을 개발했다. 면발이 압권이다. 짬뽕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국수가 쉬 불어터지는 게 불만이다. 그러나 짬뽕냉면 국수는 불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쫄면처럼 탱탱하다. 국물은 짬뽕을 그대로 식힌 맛. 생각처럼 이상하지는 않다. 기름은 싹 걷어내는지 허옇게 굳은 기름덩어리가 둥둥 뜨지는 않다. 노골적으로 맵다. 그걸로도 모자라 기름에 볶은 매운 고추양념을 듬뿍 담은 중국식 숟가락이 그릇에 꽂혀 나온다. 강신영 조리장은 “젊은 사람들은 그 고추양념을 다 풀어서 먹는다”고 했다. 강철로 만든 위장이라도 그렇게 매운 양념을 퍼부으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02)557-692


▲ 마담밍 짬뽕냉면

소문난냉면

한약재료 냄새로 가득한 동대문 경동시장. 지하 1층 식당가로 연결되는 허름한 입구에 ‘소문난냉면’이라고 적힌 빨간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 냉면집을 공동 운영하는 육남매 중 하나일 경우가 많다. 냉면을 주문하면 고추장 양념이 듬뿍 얹어져 나온다. 고추장을 찍어 먹었다. 맵지 않고 부드럽다. 고명으로 특이하게 쑥갓을 얹는다. 테이블에 놓인 고추양념·겨자·흑설탕을 입맛대로 더하고, 얼음 둥둥 뜬 육수를 부어 양념과 잘 섞이도록 한다. 면발이 질기면서 소박하다. 냉면 3500원, 곱배기 4000원. (02)967-4103

동아냉면

겉에서 보면 그냥 분식집이다. 30석 남짓이다. 메뉴는 냉면 하나. 고추양념을 뿐 국물은 떡볶이처럼 달고 맵다. 무채는 통닭집 네모난 무처럼 새콤달콤하다. 국수는 찰지고 구수하다. 씹을 때마다 깨가 부서지면서 고소한 향기가 퍼진다. 인공조미료를 많이 쓰는지 먹고 나서 잡다한 여러 맛이 입안에 오래도록 남는 건 걸린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국폴리텍 서울정수대학(옛 정수기능대학) 건너편, 버스정거장 표지판과 가게가 있는 모퉁이 오른쪽으로 작은 간판이 보인다. 냉면 소 3500원, 대 4000원, 특 5000원. (02)796-2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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