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개혁 제동..유시민 개혁 첫발부터 삐거덕?

과잉처방약값 환수조항..규개위 "철회권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 한미FTA쟁점 부상조짐
약값도 손 못대는데 연금은 어떻게?
  • 등록 2006-05-30 오전 10:46:05

    수정 2006-05-30 오전 10:52:20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정부의 약값 개혁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약을 과잉처방하는 병원으로부터 약제비를 돌려받겠다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안 신설조항은 무산됐다. 가격 대비 효과가 높은 약만 건보 적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값비싼 신약 생산국인 미국이 한미 FTA 쟁점으로 부각시킬 조짐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약값 개혁은 `유시민표` 개혁의 첫 걸음이나 다름없다"며 "의료급여 국민연금 개혁 등 더 어렵고 굵직한 난제해결을 앞둔 유 장관과 보건복지부의 리더십과 능력을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0일 복지부와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과잉처방한 약제비를 병원으로부터 환수토록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 신설조항(52조의2)에 대해 철회권고를 내렸다.

복지부는 "약국이 병원 처방전에 따라 약을 팔고 건보공단에 청구하는 약제비에 대해서는 전액지급하되, 병원 처방전이 적절한 기준(보험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면 병원으로부터 과잉 약제비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는 의사 진료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기존 건강보험법 상 부당이득 징수조항(52조)에 근거해 이같은 기준초과 약제비를 환수해왔다.

지난 2001년과 2002년 건보공단이 다시 걷어들인 돈은 각각 3억원과 39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껑충 뛰어 2003년 250억원, 2004년 204억원, 2005년 263억원 등 최근 5년동안 759억원을 환수했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약제처방은 병원이, 약제비 수령은 약국으로 나뉘면서 법원 판례에서도 부당이득 징수조항이 약제비 환수 근거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아예 원인제공자인 병원으로부터 비용을 돌려받는 조항을 건보법 개정안에 새로 만들어 넣었다.

여기에는 약값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복지부는 규개위 심사를 받으면서 "기준을 벗어난 조제때문에 발생하는 건보 재정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해당 약제비를 환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약분업때문에 처방주체(병원)과 약제비 수령주체(약국)가 분리됨에 따라 환수대상이 문제가 되지만 비용발생원인을 제공한 병원측으로부터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사와 병원단체들은 의학적 타당성에 대해 보험적 타당성 기준을 들이대면서 잣대질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규개위는 "기준을 벗어난 처방으로 인한 비용부담은 결국 건보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재정누수요인을 제거할 필요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개위는 그러나 "개인별 특성을 감안할 수 없는 건보법 상 기준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병원 등으로부터 비용을 환수하게 되면 환자특성을 고려한 처방을 제한하게 돼 국민 건강권과 의사 진료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규제로 판단되므로 철회를 권고한다는 것. 복지부는 일단 이를 받아들일 방침이다.

하지만 병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참에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환수당해온 약제비과 관련해 법정소송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약값 절감을 위한 유시민 장관과 복지부의 개혁은 더 힘겨운 발걸음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 장관이 발표한 건보적용 약제 리스트 개혁안도 한미 FTA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여, 실행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유 장관은 지난달 초 "모든 의약품을 보험적용 대상으로 관리하는 현행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에서 앞으로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 위주로 선별등재하는 `포지티브리스트`방식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7조원이 넘은 약제비를 지출하면서도 거의 힘을 쓰지 못했던 건보공단이 약값 협상에서 우위에 서게 됨에 따라 약값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자 미국측이 이같은 방안에 대해 강하게 제동을 걸어오고 있다.

미국산 신약의 보험약 등재를 제한하는 조치로 보고, 한미 FTA의 쟁점으로 부각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주한 미 대사관측은 복지부 설명회에 참석, "의약품 포지티브 리스트 전환은 제약분야 연구개발과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에 불리한 것"이라며 재고를 요청한 상태다.

미국의 일부 언론들도 "FTA가 막 시작하려는 때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발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안될 경우 제약업계는 한미 FTA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등과 대응논리 개발에 고심하는 한편 외국 제약사에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납득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도 건보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약값 구조조정에 손을 대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유시민 장관과 복지부의 개혁의 성공은 얼마나 강력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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