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4배…국내 최대·최고(最古) 자연늪

한국의 람사르 등록습지 ① 창녕 우포늪
동식물 1200여종 자생… ''생태계의 寶庫''
탐방코스 다양… 자전거도 100여대 비치
  • 등록 2008-10-24 오전 11:47:00

    수정 2008-10-24 오전 11:47:00

[조선일보 제공] 오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와 창녕 우포늪 등지에서는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람사르협약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상실과 침식을 억제, 물새가 서식하는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협약이다. 람사르 총회 개최를 계기로 국내 11곳의 람사르 등록습지를 차례로 소개한다.

23일 해갈의 단비가 이틀째 내린 경남 창녕군 우포늪은 희뿌연 물안개를 내뱉고 있었다. 물속에서 몸을 세운 왕버들 숲과 갈대, 수면 위로 융단을 펼친 듯한 물풀들은 물 위에 뜬 초원처럼 은밀한 신비감을 풍겼다. 지난 여름 보랏빛 속살을 드러냈던 가시연꽃은 겨울 채비를 하며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자라풀·생이가래·개구리밥·애기부들 등 수생식물은 얼굴을 죽 내밀고 탐방객을 맞고 있다.

연못하루살이와 장구애비, 소금쟁이, 꼬마줄물방개 등 딴 곳에선 종적을 감춘 수생곤충들은 온 발로 물을 차대며 초록색 파문을 일으켰고,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루두루미 등은 먹이질에 여념이 없었다.

▲ 23일 경남 창녕군 유어면 제2탐방로에서 바라본 우포 늪. 물풀로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광활한 습지 너머로 기러기 등 겨울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다.

찌푸린 날씨에도 탐방객들이 적지 않았다. 우포늪 입구 세진마을 부근 주차장에는 서울 등지에서 온 관광버스 여러 대가 서 있었고, 승용차편으로 우포늪을 찾은 사람들은 우포늪 생태관 앞 꽃 화단과 하트 모양의 조형물 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친구와 함께 승용차로 왔다는 김경림(여·34·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우포늪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 놀랐다"며 "전망대에서 많은 철새들을 보았지만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세르비아 환경부 공무원 블라디카 보지크(46·환경고문관)씨는 "세르비아에도 람사르 등록습지가 7곳이 있지만 우포늪은 지금까지 가본 어느 지역보다 태고의 신비를 잘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며 감탄했다.

▲ 우포늪 희귀 동·식물. 왼쪽부터 천연기념물327호 원앙, 장다리물떼새, 가시연꽃.

진객(珍客)들도 잇따라 우포늪을 찾고 있다. 늪 인근 둔터마을 복원센터에는 지난 17일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한 쌍이 안착, 조류독감(AI) 등에 대한 검역이 진행 중이다. 또 지난 주말을 전후해 천연기념물 205-2호인 노랑부리저어새 6마리를 비롯, 큰기러기·쇠기러기·가창오리 등 겨울 철새 3000여 마리가 일찌감치 날아들어 월동을 준비 중이다.

우포늪은 국내 최대·최고(最古)의 자연늪. 창녕군 유어·이방·대합·대지면 등 4개 면에 걸쳐 있으며, 우포·목포·사지포·쪽지벌 등 4개 늪을 통칭해 우포늪이라 부른다. 전체 면적은 8.54㎢(854㏊)이며, 물을 담고 있는 습지 면적은 서울 여의도 크기와 비슷한 2.314㎢(약 231㏊)에 달한다.

강원 대암산 용늪에 이어 1998년 국내 두 번째로 국제습지보호조약인 람사르협약 습지에 등록됐다. 1997년 환경부에 의해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1999년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국내 최대의 자연늪인 만큼 우포늪은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늪 전체를 뒤덮은 마름, 자라풀, 생이가래와 개구리밥으로 마치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여름과 고니 기러기 등 겨울철새들이 하늘을 뒤덮는 겨울 등 우포늪의 사계(四季)는 신비롭기 이를 데 없다. 우포늪에는 노랑부리저어새 등 160여종의 새, 환경부 보호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자라풀 등 168종의 식물, 각시붕어 등 28종의 어류, 삵·두더지·족제비 등 12종의 포유류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포늪 생태학습원 전원배(42) 사무국장은 "이맘때쯤이면 늪 주변 갈대와 억새 등이 대표적이고, 겨울철새가 찾아오기 시작한다"며 "1200여종의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우포늪은 국내 어디와도 견줄 수 없는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라고 말했다.

우포늪에는 세진주차장~대대제방~전망대~쪽지벌에 이르는 왕복 1시간짜리 코스 등 다양한 탐방코스가 있는 데다 100여대의 자전거가 비치돼 있어 여유롭게 생태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대구와 마산을 잇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다 창녕IC에서 빠져나가면 된다.

람사르 총회가 열리는 오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는 KTX 도착 및 출발 시각에 맞춰 밀양역에서 우포늪을 1일 3회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서울 남부·부산 사상·대구 서부·마산 합성 터미널 등지에서는 창녕시외버스터미널까지 고속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창녕군 김춘수 환경과장은 "우포늪은 오는 28일 개막되는 람사르 총회 160여개국 참가자들의 공식 방문 습지"라며 "총회 개막이 임박해서인지 10월 들어 평일 7000여명, 휴일 1만1000~1만2000여명이 우포늪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람사르협약

지난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된 '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스위스 글랑에 사무국이 있으며, 회원국은 158개국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가입했다. 등록습지에 대해선 생태계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람사르사무국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의 보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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