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은행파업 대응과 전망

  • 등록 2000-07-10 오후 5:39:48

    수정 2000-07-10 오후 5:39:48

막판 극적인 타협 여지는 남았지만 사상초유의 은행 파업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금융노조와 한국노총이 11일 총파업 돌입을 사실상 공식선언한데다 정부가 이에대해 공권력 투입과 관련자 사법처리 등으로 엄정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적잖은 파업 후유증이 예상된다. 또 이번 파업을 통해 노조가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향후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통합과 이에 따른 나머지 은행들의 대형화 등 2단계 은행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대응 가닥잡는 정부 = 정부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은행 파업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강온양면 전략을 고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즉 노조에 대한 대화와 설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되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 파업지도부와 가담 노동자에 대해서는 엄정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금융산업노조가 은행 총파업에 돌입하는 즉시 파업주동자, 적극 가담자, 전산업무 방해자, 동료행원 업무방해자 등을 색출해 전원 구속수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특히 정상적인 은행업무가 마비될 경우 즉각 공권력을 투입해 불법 파업에 가담한 노조원들을 연행,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위가 지난 9일 2차 노정협상 도중에 발표한 은행파업 관련 비상대책에도 전산시설이나 주요 거점점포 점거 등에 대해서는 즉각 경찰력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경찰력 투입을 계획하고 있는 일차 대상은 은행 전산센터. 금감원은 지난 7일부터 검사국 직원 44명을 22개 은행 전산센터에 배치해 전산망 접수에 착수한데 이어 10일에는 전산센터 주변에 경찰력을 배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산센터에 파견 상주하고 있는 직원은 관할 경찰과 긴밀한 협조하에 만일의 사태 발생시 경찰력 투입을 요청하고, 지근거리에 배치된 경찰병력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돼 전산시설을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금감원은 예금인출 사태로 혼란이 우려되는 영업점에 대해서는 점포장 판단에 따라 경찰력을 투입키로 했다. 주요 거점점포에 대해서도 경찰의 협조를 얻어 사전 보호활동을 강화하고 불법점거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경찰력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공권력 투입과 사법처리를 감지한 노조측은 9일 2차 노정협상에서 더 이상 정부의 양보를 구하기 힘들다고 판단, 파업지도부를 명동성당으로 옮기고 예비지도부까지 구성하며 파업강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타협 가능한가 = 현재 노조지도부와 정부 협상팀으로는 막판 타결이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설득을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2차 노정협상에서 노조가 자리를 박차고 떠났고 정부도 금융개혁 대원칙에는 타협이 없다고 공언,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10일밤과 11일 새벽 정부와 노조의 입장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사상 초유의 은행파업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지난 98년의 경우 인력감축과 명퇴금 지급을 둘러싸고 벌인 파업협상에서 협상 당사자인 은행장들이 노조위원장들과 밤샘대화를 하며 파업당일인 29일 새벽 극적으로 파업철회를 이끌어냈지만 이번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노조측은 관치금융 전반과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양보를 바라고 있고 정부측은 개혁원칙에 타협할 경우 앞으로 쏟아질 저항들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에 양보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은행파업을 ‘시범케이스’로 강경대처해 향후 뒤따를 노동계와 이익단체 등의 개혁저항을 위축시키고, 집권 후반기 개혁주도권을 쥐고 나가려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외부요인으로는 정치권쪽에 다소간의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정부가 제출한 금융지주회사법이 금융기관 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대형 부실은행을 낳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치금융청산 특별법안을 제출, 지주회사법과 연계할 방침이다. 현재 국회 재경위에 상정돼 심의를 앞두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법안에 대해 정치권이 유보방침을 세운다든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과 함께 관치금융청산 특별법이 만들어질 경우 파업에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지만 파업은 내일로 다가와 있어 당장은 파업철회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 ◆파업지속 여부와 은행구조조정에 미칠 영향 = 파업은 정부와 노조 모두에게 부담되는 선택인 만큼 오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파업에서 은행들이 속속 정상영업을 선언하고 있어 파업의 강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과 병원파업때와 마찬가지로 실제 파업후 예상되는 여론의 비난등이 파업강행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 돌입후에도 노조가 정부와 타협을 할 여지는 남아있다. 이 경우 노조지도부는 그동안 주장해온 요구사항을 보다 압축해 정부에 제시하고 정부도 구조조정시 인원감축 최소화 노력 등의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협상을 통해 파업을 자진해서 철회할 경우 노조측은 파업주도 노조원들을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과 파업 노조원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 등을 함께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대체인력 투입과 통합점포 운영 등의 비상대책으로 파업에 따른 일시적인 업무공백을 막을 수는 있지만 오래 끌기는 어렵다고 보고 노조와의 마지막 설득에 나선 후 공권력 투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어떤 식으로든 파업이 장기화되기는 힘든 분위기다. 파업은 은행권에서 진행중인 2단계 구조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노조의 주장을 수용해 파업이 마무리된다면 정부가 계획중인 2단계 은행구조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은행은 당분간 큰 구조조정 없이 자율구조조정으로 버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반면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으로 이번 파업이 공권력 투입을 통해 마무리될 경우에는 공적자금 투입은행 등에 대해서는 정부주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정부가 1,2차 노정협상 과정에서 개혁원칙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다고 밝힌 만큼 노조가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는 한 파업 후 개혁원칙에 따른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파업을 통해 그동안 수면밑으로 진행돼 왔던 우량은행과 부실은행간의 자금이동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점도 정부주도의 구조조정 추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즉 부실은행에 대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이유를 시장이 판단해준만큼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구조조정 절차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생각대로 한빛 조흥 등이 금융지주회사로 묶일 경우 나머지 은행들도 생존차원에서 대형화와 겸업화를 위한 합병 내지 통합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은행권은 파업이 불거지기 이전인 6월말 분위기로 되돌아가되 정부의 입김은 훨씬 세지는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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