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게임업계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각 게임사 홍보담당자에게 가장 먼저 들은 공통된 얘기가 “가장 안 좋을 때 왔다“였다. 올해는 가까스로 버텼지만, 내년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지금 내우외환의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모바일 게임까지 확대적용한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개정안이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애먼 국내 게임산업만 잡는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내년 1월부터는 온라인 고스톱과 포커 등 웹 보드 게임에 한해서 최대 베팅 금액을 제한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규제안이 시행된다. 불법 도박사이트가 아닌 규제의 잣대를 잘못된 곳에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는 게임시장의 긴장감에는 소위 ‘빅엔(Big N)사’로 불리는 넥슨(NEXON)과 NHN 한게임 등 게임계 맏형들이 제 몫을 못한 탓이 크다.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줘야 할 때 정작 팔짱만 끼고 있다는 거다.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는 “정부가 게임의 중독성을 논하기 전에 대형 게임사들이 먼저 나서서 객관적인 기준과 평가안을 제시했다면 지금처럼 불합리한 기준안은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비대해진 조직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보수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이 제 밥그릇만 챙길 때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