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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주를 이루던 앱 및 관련 서버 개발 분야에서 여성 듀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 쇼핑몰을 한데 모아 패션 포털의 기능을 갖춘 ‘지그재그’란 앱을 개발한 손연미(31)·백서영(31)씨가 주인공이다.
손씨는 사용자들이 접하는 앱 개발을, 백씨는 쇼핑몰 홈페이지 관리와 보안관련 업무 등 서버 개발을 각각 맡고 있다. 이들은 여성개발자로서 설 자리가 많지 않은 척박한 업계 환경 속에서 10년 넘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손씨는 중학생 때부터, 백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그램 개발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대학(같은 학과) 동기에 입사 동기이기도 하다. 2005년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 단짝이 됐다는 이들은 이후 ‘공대 아름이’(공대에서 여학우가 적은 것을 비유한 표현) 파워로 똘똘 뭉쳤다.
2008년 앱 개발회사 라일락에 같이 입사한 이들은 3년이 지난 후 각자의 길을 걷다가 2015년 현재 회사인 크로키닷컴으로 이직하면서 인연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업계에서 여성 개발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지금 회사의 수평적인 조직문화 덕분에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백씨는 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보다 다양한 영역을 잘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를 중요시하는 문화도 회사의 장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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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앱의 강점은 여성패션에 특화됐다는 점과 개인화(사용자별 알고리즘 형성을 위한 빅데이터 구축), 크롤러(쇼핑몰 정보 실시간 업데이트 기능)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개인화는 앱 사용자들이 어떤 제품을 ‘찜’했는지, 어떤 아이템을 즐겨찾기로 등록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쌓아 소비 성향을 분석 후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통해 인지도가 있는 쇼핑몰이든 신생 가게든 고객 유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게 두 사람의 설명이다.
손씨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쇼핑몰 가입 도우미’ 제작 과정을 꼽았다. 지그재그에 포함된 이 기능은 쇼핑몰 가입에 필요한 아이디, 비밀번호, 연락처 등 공통되는 정보를 사용자가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능이다.
두 사람은 현재 쇼핑몰마다 다른 결제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앱·서버 개발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두려움 없이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손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찾다보니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걱정하지 말고 뭐든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특히 앱 개발과 관련해 어렵다거나 두렵다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앱을 개발하다가 서버 개발로 분야를 바꿨을 때 무서웠다”며 “갑자기 신입이 된 듯한 불안감도 느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별거 아니란 걸 깨달았다. 해보지 않고 후회하기보다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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