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미 윤리펀드,관심 급증속 "딜레마"

  • 등록 2002-08-12 오후 1:38:37

    수정 2002-08-12 오후 1:38:37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지난 수년동안 칼버트(Calvet) 소셜인덱스펀드는 에너지 기업 엔론의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다. 엔론이 펀드에서 정한 환경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 2500만달러규모의 칼버트펀드는 엔론과 같은 에너지 기업외에도 담배나 주류를 생산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엔론에 대한 환경 평가가 드디어 칼버트의 기준을 통과했고 펀드는 비교적 소액인 20억3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엔론 주식을 매입했다. 그렇지만 11월 엔론은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칼버트펀드는 부랴부랴 주식을 정리했지만 그때는 이미 원금의 10분 1 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컬버트그룹의 대표인 바바라 크룸식은 "어떤 스크린 과정도 고의적인 사기행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며 "그나마 여러 엄격한 기준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시켰다는 사실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소셜펀드(Social Fund)란 사회적인 후생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부정적인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펀드는 말한다. 예를 들면 도박으로 수익 내는 기업이나 무기를 만드는 방산기업, 담배나 주류를 생산하는 기업 등은 사회적 후생기준에 합당하지 못하다고 해서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원래 종교단체들이 자금을 운용하면서 종교적으로 금기시하는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데서 유래한 이 펀드는 현재는 환경기준,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과 같이 보다 광범위한 평가 기준에서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펀드 평가기관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컬버트펀드와 같이 미국에서 소셜펀드를 전문으로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약 80명이 있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는 7월말을 기준으로 129억달러에 이른다.

최근 기업들의 분식회계와 경영진들의 부도덕성이 하나하나 드러남에 따른 비교적 엄격한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하는 소셜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상반기에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상당수는 환매요구에 시달려 대규모 자금 순유출이 있었지만 반대로 소셜펀드는 13억달러 상당의 신규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지난해 전체 소셜펀드로의 자금유입 규모가 8억5000만달러에 머물렀다는 점과 비교한다면 이는 비약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더욱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수익률이다. 비록 증시 침체로 주식형펀드의 경우 대부분이 원금을 까먹는 것이 현실이지만 소셜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수익률은 -18.83%로 일반 주식형 펀드의 -22.44%에 비해서는 손실폭이 비교적 적다.

그러나 이처럼 비약적인 성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소셜펀드는 항상 논란의 여지를 남겨 왔다. 이는 다름아닌 바로 사회적 후생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그리고 어떤 수준까지 허용하고 스크린하느냐는 것이다.

팍스하이일드펀드는 운용규모가 1860만달러에 이르는 정크본드 전문투자 펀드로 역시 소셜펀드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근 팍스는 케이블사업자 아델피아커뮤니케이션의 회사채를 매입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아델피아의 창업주는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전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팍스측은 투자 당시 아델피아가 다른 케이블 사업자와 달리 성인방송을 방영하지 않는 등 자신들의 편입기준을 통과해 채권을 매입했으며 기업주의 사기행위까지는 미쳐 스크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셜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이에 대해 가능한 철저하게 종목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고는 있지만 모든 기준을 다 커버할 수는 없으며 간혹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면 자신들도 어쩔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미니소셜인베스트먼트의 운용이사인 어담 캔저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노동착위 같은 악행을 하나하나 선별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모든 기준을 다 커버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을 통과하는 기업 자체가 몇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통해 기업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고의적인 악행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기준을 엄격하게 가져갈수록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소셜펀드 역시 수익을 전제한다는 펀드라는 점에서 이들의 딜레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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