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지정·깜깜이 통계·공급 축소…상한제 둘러싼 3가지 쟁점

한남·성수 등 같은 재개발구역 내 상한제 희비
'동(洞)별 시세 데이터' 비공개…"신뢰도 떨어져"
공급부족 논란…과거 시행 당시 정비사업 물량↓
  • 등록 2019-11-10 오후 2:55:55

    수정 2019-11-10 오후 2:55:55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27개 동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배경을 둘러싸고 ‘표적 규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같은 자치구에서 비슷한 속도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데 규제 적용이 다른데다 상한제 지정 요건인 시세 통계도 깜깜이로 이뤄져 국토교통부가 입맛대로 상한제 지역을 지정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상한제에 따른 주택 공급 축소을 ‘공포 마케팅’이라고 단언하면서 향후 주택 물량 부족을 둘러싼 논쟁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4년 7개월 만에 부활하며 서울 주택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상한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 봤다.

◇과천·목동은 빠지고 압구정은 포함…형평성 논란

국토부가 지정한 상한제 적용 지역은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 22개 동과 영등포구(여의도동), 마포구(아현동), 용산구(한남·보광동), 성동구(성수동 1가) 등 8개구·27개 동이다. 서울 전체 467 개동의 약 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상한제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용산구 내 한남·보광동에 속한 한남 2·3·4구역은 상한제를 적용받지만 바로 옆 동네인 한남5구역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성동구 재개발 사업장인 성수1·2지구는 성수동1가에 속해 규제를 적용받지만, 성수3·4지구는 성수동2가에 속해 상한제에서 자유롭다. 한남·성수 정비사업은 개발 규모가 크고 탁월한 입지를 갖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곳들이다. 개발 부지가 넓어 구역이 나뉘어 있지만 대지 용도나 건축물 최고 높이 등은 같은 건축물 규정을 적용받는다. 사업진행 속도가 조금씩 달라도 연계해 통합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한제 적용 여부로 희비가 엇갈렸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상한제 지정 정량 요건으로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또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2019년 9월까지 누적 집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초과하는 곳’을 근거로 삼았다. 이 기간 집값 상승률만 놓고 보면 과천시(14.87%)나 광명시(10.33%)가 서울 평균(8.13%)은 물론 상한제 적용 지역 중 재건축 단지가 가장 많은 서초구(8.32%) 보다도 높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과천은 정비사업이 초기 단계인데다 분양 예정물량이 1000가구 미만으로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광명의 경우 정량 요건은 충족했으나 일부 단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보증을 협의 중인데 아직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없어 당장 지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아직 재건축 사업이 초기에 머물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모두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됐다. 다만 비슷한 사업 단계인 양천구 목동은 상한제 규제서 벗어났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일반분양 시기를 계획 중인 동작구 흑석동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상한제 지정 정량요건(분양가·시세상승률 등)외에도 향후 고분양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이거나 다른 지역에 영향을 집값 우려가 큰 곳이 모두 지정됐다”며 “주변 주택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다소 자의적인 해석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제공
◇동별 시세 데이터 ‘깜깜이’

국토부가 동(洞)별 ‘핀셋 규제’에 나섰지만 해당 근거가 되는 통계 자체가 미미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한제 지정 요건인 동별 시세 데이터 작업을 새롭게 보완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밝히지 않아서다. 또 해당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토부는 상한제를 지정할 때 한국감정원의 시세 데이터 통계를 사용했다. 감정원의 월간·주간가격동향을 먼저 분석하고,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해당 동의 시세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감정원 통계는 시·군·구 단위로 이뤄져 있어 동별 통계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모든 지역에 대해 동별 통계가 있지 않아 이를 앞으로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정원의 서울 주택 통계 자체도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정원은 전국 1038만가구의 아파트 중 8008가구를 표본으로 삼고 있다. 전체 가구의 0.1%도 안 되는 비중이다. 더욱이 서울은 조사 대상 주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서울은 미공시, 국유지건물 등의 건축물이 있다. 통계법상의 이유로 조사 대상 주택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급 축소?…재건축·재건축 인허가 증감 여부 따져야

상한제 시행을 둘러싼 공급 부족 문제도 또다시 논란거리다. 김현미 장관은 분양가상한제 지정 당일인 지난 6일 “상한제는 앞서 8·2, 9·13 대책을 통해 규제를 정비한 이후 시장 안정화를 위한 마지막 퍼즐로 보면 된다”며 “(상한제 이후)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은 ‘공포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과거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상한제를 시행한 이후 2008~2009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 공급이 줄어든 적인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그렇다면 과거 2007~2014년 당시 과연 주택 공급이 줄었을까. 국토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인 2007년 9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당시 서울 아파트 인허가(사업시행인가) 물량은 2007년 5만 가구에서 2008년과 2009년 각각 2만19000가구, 2만6600가구로 줄어든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8~2009년은 전국적으로도 주택 공급이 크게 줄었던 시기다.

이후 인허가 물량은 2010년 5만1400가구로 다시 늘어난 이후 상한제 적용이 사실상 종료된 2015년 4월까지 2014년만 제외하고 4만 가구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를 감안하면 국토부는 주장대로 상한제 시행에 따른 공급 감소가 나타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국토부 제공


그러나 서울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상한제 시행 전후를 보면 서울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물량은 2007년 약 3만 가구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만4000~1만8000가구로 떨어졌다. 이를 보면 당시 상한제 시행으로 정비사업이 위축된 것은 사실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전체 서울 인허가 물량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은 당시 강남권 등에 짓은 보금자리주택를 짓거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등이 이를 상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여러 규제와 부동산 정책 변수에 따른 물량은 유동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급이 늘고 수요를 분산화해야 집값이 안정화되는데, 수요를 억제해 가격을 안정화 시키려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