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은 정부 부처별 산업 육성 정책과 개별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 사이에 브릿지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 산업의 고도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IMF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던 사회 시스템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2000년 초반 초고속통신망 보급과 정보 소통의 급증으로 IT산업이 빠르게 성장했고, 기업이 생존을 위해 IT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좁아진 취업 시장은 교육과 산업의 괴리를 드러냈고, 대학은 ‘학문’+‘취업’으로, 직업훈련도 ‘훈련’+‘교육’으로 상호 수렴적 변화가 있었다.
향후 직업능력의 핵심은 현실과 가상, 사물과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초연결 능력이다.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코딩 교육을 받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대학의 종말이 예견되는 현실이다. 직업교육도 그러할까? 그렇지 않다. 직업교육은 산업의 인력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사회의 일자리 안전망을 책임지고, 교육의 실패까지 보완하는 중요한 국가 기능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선택이지만 일자리는 필수다.
직업교육 강국인 싱가포르는 생애 전주기를 아우르는 체계적 직업교육과 4차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15년부터 정부, 기업 대표, 노동조합, 전문가가 모인 실무협의체 ‘스킬스퓨처 싱가포르(SSG)’가 그 핵심이다.
우리도 직업교육 체계에 대한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위해 산업계, 정부, 노동계, 교육계가 모두 참여하는 “국가직업교육협의체”를 구성하고, 산업간 융복합과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 신산업 육성 등에 필요한 종합적인 인력양성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훈련기관도 고도화가 필요하다. 산업간 융합이나 신산업분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 시설 투자가 필요하며, 특히 공공훈련기관은 전국 단위의 촘촘한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로 재편해야 한다.
메타버스와 융합의 시대에 우리의 직업교육 시스템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이 시대의 선배들이 반드시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양대웅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