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도 대형병원도 위태…꽉 막힌 의-정 대화

응급실 뺑뺑이 속 목숨 잃는 환자들
상급병원 경연난에 허리띠 졸라매기
의협 비대위 조직 정비 통해 장기화 대비
  • 등록 2024-03-31 오후 2:42:32

    수정 2024-03-31 오후 7:16:1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전공의 집단행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가 늘고 있다. 의대 교수들도 1일부터 수술과 외래 진료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라 상황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환자 못 받는 병원 경영난

3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충북 보은에서 마을 도랑에 빠진 2세 아이가 응급치료를 위해 상급병원 응급실로 옮겨져야 했지만 병원 거부 등으로 3시간 만에 숨졌다. 정부는 응급실 408개소 중 97%인 394개소가 병상 축소 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파악했지만 정작 이 아이는 총 11개 도시 10개 상급의료기관에서 소아중환자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 등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최근에 경남과 전북에서도 응급실 뺑뺑이로 추정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조사결과 병원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전공의 부재로 전문의가 투입됐지만 환자 대비 충분한 인원이 확보되지 않으며 환자 대기가 길어졌고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이 진료받지 않고 병원을 떠나면서 발생한 피해 등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병원에서도 전공의 없이 최선을 다해 응급실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조사까지 받으니 이럴 거면 응급실을 닫겠다고 얘기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지난 28일까지 1928건에 이른다. 이 중 수술지연이나 입원지연 등으로 피해신고로 인정받은 것만 594건이다.

하지만 신고하기 애매하거나 혹시 신고했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신고하지 못하는 이들까지 더하면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갑상선 암 통보를 받고 수술을 위해 병원만 3곳이나 찾았다는 김여정(42)씨는 “위치가 위험한 부분에 있다고 하면서도 (전공의 사태로) 수술날짜를 잡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자꾸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들도 어려움을 토로하며 비상경영체계로 돌입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갑자기 사직 투쟁을 벌이며 충분한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수술과 입원, 외래진료를 줄인 탓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 포함 직원 대상 최대 무급휴가 신청 기간을 1개월에서 100일까지 늘렸다. 진료 축소에 따른 손실을 이유로 인건비 줄이기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환자 안전과 인력 운용 효율화를 위해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아울러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1000억원으로 늘렸다. 부산대병원도 지난 26일 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전북대병원은 최근 전체 병원 내 직원들에게 ‘병원 재정 위기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 및 지급 보류 안내’의 공문을 보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국립대병원들이 마이너스통장을 만드는 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지만 현재 상황이 다른 때보다 어려운 건 맞다”고 말했다.

정부 비상진료체계 유지 지원금 추가…의협 조직 정비

의-정 모두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타개할 묘수가 없어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비상진료 체계 유지를 위한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달 한차례 예산을 투입했던 것을 추가로 더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계를 향해 “집단행동을 접고 조건 없이 형식의 구애 없이 대화의 자리로 나와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 당선자는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사표 투쟁 중인 의사들에 대한 복귀 설득에 대해 임 당선자는 “정부와 여당, 용산에 해야 할 질문”이라며 “정부 여당이 빨리 큰 위기를 수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의협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 16개 시도 회장단 회의와 비대위 회의를 잇달아 개최해 조직정비에 나선다. 임 당선자는 “비대위에 큰 변화가 있다”며 “의협 회장 후보에 출마한 사람이 비대위 분과위원장을 맡고 (후보 선거) 캠프에 있던 사람에게 비대위원을 맡기는 식으로 비대위를 이끌어왔는데, 회장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조직 재정비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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