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패션 세계를 이끄는 여신, Muse

  • 등록 2006-05-30 오후 12:15:00

    수정 2006-06-21 오후 4:45:49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트렌드를 읽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필수인 시대입니다. 사업뿐아니라 개개인도 현대의 트렌드를 읽음으로써 시대와 대중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현대 소비사회의 트렌드를 제시하기 위해 트렌드 칼럼 `올 댓 트렌드(All That Trend)`를 게재합니다. 칼럼은 김서나 비바트렌드 기획실장이 맡습니다. 김 실장은 지난 92년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에스에스 디자이너, 동아TV 패션담당 PD등을 지냈습니다. 김 실장은 패션과 뷰티, 문화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트렌드를 영화 등 친근한 장면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써내려갈 계획입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그리스 신화 속에서는 학예를 관장하는 여신들이었지만, 현대에 와선 패션 세계에도 존재하며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뮤즈.

위베르 드 지방시가 만일 오드리 헵번이라는 뮤즈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의 패션하우스는 과연 지금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영화 '사브리나'의 의상을 상의하기 위해 오드리 헵번은 지방시를 찾아 가지만, 미스 헵번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던 지방시는 당시 톱스타였던 케서린 헵번이 아닌, 커다란 눈망울의 낯선 여인이 도착한 것을 보고는 실망한 나머지, 시간이 없다며 작업실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부틱에 남아 혼자 의상들을 둘러보던 그녀에게서 남다른 매력과 옷을 보는 센스를 발견한 지방시는 그녀를 위한 의상을 만들기로 마음을 바꾸었다고.

이후 모델 역을 맡은 헵번이 지방시의 패션쇼에 서는 장면까지 연출한 '화니 페이스', 세련된 리틀 블랙 드레스로 LBD라는 패션 코드를 만들어 낸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많은 영화에서 이들은 함께 작업하며 패션 트렌드를 주도했다.(오른쪽 사진)

지방시의 간결한 기하학적 라인은 헵번의 마르고 곧은 몸매와 너무나 잘 어울렸고, 곧 그녀를 닮고 싶어 했던 마리아 칼라스를 포함한 많은 사교계 여성들로 지방시는 고객리스트를 채울 수 있었다.

오랜 고객이던 스크린 스타들이 자연스럽게 그 브랜드의 뮤즈로 발전하는 경우는 이외에도 많은데, 에르메스는 제인 버킨과 그레이스 켈리의 이미지로부터 버킨 백, 켈리 백을 탄생시켰으며, 이탈리아의 대표미인 소피아 로렌은 아르마니의 뮤즈로 유명하다.
또한, 영화 '세브린느'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에서 카트린느 드뇌브를 위한 디자인을 선보였던 입 생 로랑은 패션쇼마다 드뉘브를 위한 자리 하나를 늘 남겨두었으며, 그의 은퇴 컬렉션에서는 드뇌브가 아쉬운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한편, 샤넬은 다소 생소한 이름인 아만다 할레치가 뮤즈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패션 에디터 출신인 그녀는 영국 귀족인 할레치 가문의 님편과 두 아이를 가진 후 이혼했지만, 여전히 레이디 칭호를 받고 있는 사교계 인사.(왼쪽 사진)

오랜 동안 존 갈리아노의 뮤즈이기도 했던 그녀는 '97시즌부터는 샤넬의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를 위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다. 칼 라거펠트는 그녀에 대해, 자신의 룩을 창조할 줄 아는 여성이며, 앞치마를 가지고서도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칭송하기도.

카 레이스와도 같았던 갈리아노와의 작업에 비해, 편하면서도 섹시한 샤넬 의상을 다루는 과정에서 훨씬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밝힌 할레치는 아마도 자신의 룩을 찾아가는 여정에 따라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도 달라지게 된 모양이다.
 
신선한 모델들을 픽업하는 감각이 탁월한 캘빈 클라인의 경우, 이들을 뮤즈로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케이스.

브룩 쉴즈와 함께 '80년대를 풍미했고, 케이트 모스와 '90년대의 트렌드를 형성한 캘빈 클라인은 모스를 떠나보낸 후, 어린 모델들을 기용한 섹시 광고들을 선보이며 눈길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브룩 쉴즈와 닮은 모습의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와 전속 계약을 맺고 다시 새로운 뮤즈를 키워나가고 있으며, 진 라인의 인기 회복을 위해 최근엔 옛 여신, 모스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수퍼모델 케이트 모스는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맥카트니 등 그녀와 절친한 여러 디자이너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는데, 하지만 맥카트니의 뮤즈라면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향을 준 어머니 린다가 아닐까.

오빠인 지아니 베르사체의 뮤즈였던 도나텔라는 이제 지아니가 세상을 떠난 후, 베르사체 하우스의 명성을 이어가야할 중책을 맡게 되었다.

최근 들어선 뮤즈란 말은 흔해졌다.

시선을 모으기 위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매 시즌 새로운 테마를 설정하고 뉴페이스를 메인 모델로 무대에 세우면서 변화를 계속하기 때문. 또한, 홍보를 위해 스타, 셀러브리티들과 가까이하면서 이들을 모델로 내세우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가 디자인을 맡고 있는 루이 비통의 경우, 유명 스타들을 모델로 마음껏 캐스팅하며 브랜드의 럭셔리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어필하고 있는데, 하지만 그의 이름으로 전개하는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만큼은 본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소피아 코폴라가 뮤즈로서 그의 곁에 존재한다.(오른쪽 그림)

걸리쉬한 이미지의 심플 캐주얼 룩을 즐겨 입는 영화감독 코폴라는 마크 제이콥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면서 동시에, 트렌드를 가미하는 과정 중 브랜드의 기존 컨셉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 엘리자베스 페이튼이 그린 코폴라의 초상화는 마크 제이콥스의 아틀리에 한켠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의 향수 광고에도 사용되었다.

디자이너에게 선택을 받는 뮤즈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

트렌드가 변화해도 그것을 나만의 스타일에 흡수시킬 수 있을 만큼 패션 내공을 쌓아간다면 어느새 주위에 혹은 나 스스로에게도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되어있을 듯하다.

그리고 지방시의 새로운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와 그의 뮤즈인 모델 마리아칼라 보스코노가 과연 어떤 패션 역사를 써나갈지도 재미있게 지켜보자. 위베르와 오드리만큼은 못되더라도.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kr) 기획팀장 및 패션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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