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코로나 진단 키트, 경험·기민함·당국 지원 3박자에 '번개 개발'

코젠바이오, 씨젠,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등 4인방
경험과 빠른 의사결정, 기술 및 제도적 뒷받침
사스 메르스 개발 경험, 당국도 대응 능력 커져
정부 긴급사용승인제도, 벤처의 빠른 결정 등 기민함
낮은 진단 비용 16만원(韓)-35만원(日)-370만원(美)
  • 등록 2020-03-15 오후 2:10:26

    수정 2020-03-15 오후 2:10:26

[이데일리 노희준 박일경 기자] 26만1335건(국내) VS 1만1079건(미국)

14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누적 검사인원은 미국(12일 기준)의 누적 검사 인원의 23배를 넘는다. 세계 제약시장의 40%를 차지하는 1위 미국이 글로벌 제약 톱50위(매출 기준)에 단 한 곳도 없는 한국이 뚝딱 해치우는 진단 건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물론 각국의 방역 정책과 중국과의 근거리성 등 단순히 진단 능력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는 배경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감염증 진단 능력이 부각되는 건 사실이다. 미 의회에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미 행정부의 준비 부족을 질타하는 데 국내 진단 역량을 끌어들이는 건 이제 단골 메뉴가 됐다.

K바이오의 코로나19 진단 경쟁력을 주도하는 전위대에는 바이오벤처기업 4인방이 있다. 지난 4일 가장 먼저 보건당국의 진단 키드 사용 승인을 받은 코젠바이오와 씨젠(096530)(12일), 솔젠트 및 SD바이오센서(27일)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진단 방식은 모두 DNA 및 유전자 분석 등을 일컫는 ‘분자진단법’이다. 흔히 알려진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RT-PCR)방법이다.

진단 방법은 이렇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 콧물이나 가래 등의 검체를 채취한다.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껍데기를 걷어내 실 같은 한 가닥의 유전 물질을 뽑아낸 뒤 여기에 진단 시약을 넣어 극미량의 유전 물질을 증폭한다. 그 결과를 전용 진단 장비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적인 염기서열과 비교해 판정을 내린다. 이렇게 하면 기존(판코로나 검사법)에 하루가 걸리던 결과가 6시간 이내로 나온다.

흔히 바이러스 진단키트 업체란 이 진단 과정에서 쓰는 진단 시약을 만드는 회사다. 우재형 솔젠트 공동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짜빠구리로 치면 라면 재료인 ‘진단 시약’”이라며 “라면을 끓이는 전용 냄비(진단 장비)는 글로벌 회사들이 판매하고 있다. 진단 키트의 핵심은 진단 시약”이라고 말했다.

국내 검사능력이 해외의 호평을 받으면서 덩달아 진단키트 업체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씨젠 관계자는 “생산량은 대부분 국내를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수출 요청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씨젠은 이탈리아, 독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솔젠트 역시 중국, 베트남, 미국, 중동, 중남미 등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팔고 있다. SD바이오센서도 중국, 유럽, 중남미, 중동, 동남아 등 14개여 국가와 수출을 협의중이다.

이들이 국내 진단키트 개발에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뭘까. 무엇보다 경험과 빠른 의사결정, 기술 및 제도적 뒷받침 등이 원동력으로 꼽힌다. 우선 경험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요인은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거치면서 쌓은 감염병 진단 키트에 대한 개발 경험이다.

백묘아 코젠바이오텍 상무는 “과거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 때 진단 키트를 개발하면서 시스템이 갖춰졌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스케일업(대량생산) 양산 시스템, 품질 관리 시스템, 연구개발 대응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코젠바이오텍은 2009년 신종 플루와 2015년 메르스 발생 때에도 진단 제품을 개발해 국가기관과 의료기관에 공급한 바 있다.

씨젠 같은 경우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스템을 꼽았다. 씨젠 관계자는 “AI 컴퓨터의 도움이 없었다면 개발에 3개월은 걸렸을 것”이라며 “AI 컴퓨터가 100명의 전문가가 3개월 동안 할 일을 불과 3시간 만에 끝내줬디”고 말했다.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 때의 경험은 보건 및 방역당국이 제도 정비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감염병 진단검사를 점담하는 감염병분석센터도 신설돼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조직이 구축됐다. 달라진 질본은 1월말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 검사법을 구축, 국내 시약제조 기업에 진단키트 제조를 위해 검사법을 공개했다. 또한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긴급사용승인제도가 도입됐다. 이를 통해 이번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통상 1년 걸리는 승인절차가 1주일 만에 끝났다. 긴급사용승인제도는 감염병의 대유행 시 진단 시약 등 긴급한 사용이 필요하지만 허가 받은 시약이 없는 경우 개발 시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국내 진단키드 회사의 기민한 의사결정도 빠른 진단키트 개발에 한몫했다는 평이다. 새로운 감염병이 터졌을 때 이 감염병 진단 시약 개발에 뛰어들지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재형 솔젠트 공동대표는 “유럽이나 미국이 개발 실력이 없어서 진단 키트를 못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덩치 큰 해외 기업은 얼마나 제품이 판매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속도의 차이인 거 같다”고 말했다. 덩치가 작고 유연한 국내 바이오벤처 진단키트 업체가 이런 면에서는 더 유리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진단키트 개발 기업은 국내에 확진 환자가 단 한명도 없었을 때 개발에 나섰다. 씨젠의 경우 지난 1월 16일부터 천종윤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160개의 진단시약을 만드는 씨젠은 현재 코로나19 진단시약에만 매달리고 있다. 천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엔 없었지만 중국에서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피해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머잖아 한국으로도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솔젠트의 경우도 지난해 12월말 호흡기 바이러스와 폐렴 진단키트를 팔고 있던 중국 대리점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만들어줄 수 없느냐는 의뢰를 받았다. 회사는 바로 1월 둘째주부터 진단키트 설계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체 유전자가 밝혀지기 시작한 무렵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1월 20일이다. 이밖에 잘 갖춰진 건강보험도 국내 진단 능력을 올리고 벤처가 진단 키트 개발에 과감히 뛰어들게 한 인프라로 평가된다. 정승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최대 16만원만 지불하면 코로나 19 진단이 가능지만 일본은 2배인 35만원 수준”이라며 “공보험으로 보험수가를 적용하지 않는 미국은 무료 진단이 불가능하고 진단에만 2000달러(243만원)~3000달러(370만원)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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