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vs. 정몽준..은행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현대家 경영권 경쟁
현대건설 보유한 은행들 `캐스팅보트`
매각가치 높이기 위한 선택 주목
  • 등록 2006-05-02 오전 10:32:52

    수정 2006-05-02 오전 10:32:52

[이데일리 배장호기자]`현氏의 현대냐, 정氏의 현대냐`

기로에 선 현대그룹의 운명이 현대건설(000720)의 현재 주인인 외환은행(004940) 등 은행들의 손에 의해 갈려지게 됐다.   

현대상선(011200)에 대한 현대그룹측 지분과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汎)현대가 지분이 엇비슷한 가운데, 8% 정도 지분을 보유한 현대건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중간 지주회사로서 종전 상선의 대주주였던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 현대증권, 현대아산, 현대택배 등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 현대상선 최대주주 현대중공업으로 변경

지난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 지위는 기존 현대엘리베이터외 8명(20.53%)에서 26.68%를 취득한 현대중공업(009540)과 현대삼호중공업으로 넘어갔다.

이들 신구(新舊) 최대주주들 이외에 현대상선의 주요주주로는 캐이프포츈(10%), 현대건설(8.69%), 금강고려화학(6.26%), 현대백화점(2.31%), 현대산업개발(1.94%), 현대해상화재(1.87%), 현대자동차(0.55%), 그리고 우리사주조합(2.64%) 등이다.

이중 홍콩 허치슨왐포아 계열의 캐이프포츈과 우리사주조합은 일단 현정은 회장 측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금강고려화학,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현대해상, 현대차 등 범현대家 지분은 현대중공업 쪽에 보다 가까워 보인다.

이를 지분율로 다시 나타내면 현정은 회장측 지분은 총 33.17%인데 반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지분은 39.61%로 6.44% 앞선다.

문제는 현대건설 지분 8.69%의 향배다. 만약 현대건설이 현 회장측을 지지한다면 41.86% 지분율로 현 회장측이 경영권을 방어하겠지만, 반대로 현대중공업측을 지지하거나 권리 행사를 포기하기만 해도 현대상선 주인은 바뀌게 된다.

◇ 은행 의결권 행사에 따라 그룹 운명 결정

결국 현대상선을 포함한 현대그룹의 운명은 현대건설에 돈을 빌려줬다 엉겹결에 주인이 돼있는 외환은행 등 국내 은행들의 결정에 따라 갈라질 상황에 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아 은행들이 주인이 된 현대건설과 같은 기업은 이런 경우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대주주가 된 상황이라고 해서 투자한 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 문제에 소극적일 이유는 없다"고 설명한다.

모 창투사 임원은 "은행들로서는 현대건설의 미래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더 많이 회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현정은 회장측에 그대로 남는 것과 범현대가로 넘어가는 것 중에서 선택하는 것도 결국 이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현대상선이 외국 자본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라면 은행들이 여론을 의식해 현 경영진을 공개 지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며 "둘 중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은행들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부담을 느껴 의결권을 포기하거나 새도우 보팅(shadow voting.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할 경우에는 사실상 범현대가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자연스럽게 가져가게 된다는 점이다.

모증권사 투자은행(IB) 담당임원은 "현재로서는 현대건설 대주주인 은행들이 적극적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이럴 경우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홍콩계펀드 향방·정씨 그룹 향수도 변수

홍콩계 허치슨 왐포아 지분이 반드시 현 경영진을 지지할 것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점도 현정은 회장측으로서는 부담이다. 자금의 성격상 어느쪽이 더 좋은 투자성과를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언제든 결정이 바뀔 수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최근 한신정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 당시 한신정 경영진이 전략적 지분 투자자로 끌여들였던 싱가포르계 '반다'(VANDA PTE LTD)가 지난 3월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반대편을 지지해 경영권이 바뀐 바 있다.

모 창투사 임원은 "반다, 허치슨왐포아 등 외국계 자본은 투자한 회사의 주인이 누가 되는게 더 이익인가에 따라 얼마든지 의결권을 팔아먹을 수 있는 자금들"이라며 "현대상선 사례에서 공격자인 현대중공업측이 현 경영진보다 더 큰 보상을 해준다면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는 얼마든지 철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현대상선을 비롯한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정서도 현정은 회장측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여타 적대적 인수합병 사례와 달리 현대그룹은 정주영 선대 회장이란 그늘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출신의 모 증권사 직원은 "현대그룹의 임직원들은 아직도 정氏 회사란 이미지가 박혀 있다"며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는 없겠지만 현대그룹 직원들로서는 범현대가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승자는 누구?
  • 사실은 인형?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