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고인이 된 ‘벤처대부’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생전에 “우리나라는 경직된 규제 정책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있어 미국과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현격히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규제 정책을 오랜 기간 외부와 단절해 ‘자연사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갈라파고스 섬에 비유한 것이다.
지난해는 ‘제2벤처붐’이 일어나는 등 우리 벤처산업이 크게 성장한 한해였다. 우선 벤처투자액은 사상 처음 4조원을 돌파했다. 벤처투자액은 2016년 2조 1503억원에서 이듬해 2조 3803억원, 2018년 3조 4249억원 등 최근 몇 년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어 지난해에도 4조원 이상을 달성하며 이러한 흐름을 이어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을 상징하는 유니콘 기업 수도 크게 증가했다. 바이오의약품에 주력하는 에이프로젠이 지난달 유니콘 기업에 등재되면서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수는 쿠팡,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크래프톤, 무신사 등에 이어 총 11개사로 늘어났다. 이전까지 연간 1개 정도 추가됐던 국내 유니콘 기업 수는 2018년 3개, 지난해 5개 등 최근 몇 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210개사)과 중국(102개사), 영국(22개사), 인도(18개사)에 이어 독일과 함께 유니콘 기업 보유국 5위로 올라섰다.
벤처산업 발전을 도울 법안들 역시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데이터3법을 비롯해 벤처기업특별법, 벤처투자촉진법 등이 그러하다. 이들 법안은 여·야간 정쟁에 가로 막혀 지난해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결국 해를 넘겼다. 이렇듯 표류할 뻔한 법안들은 지난 9일 극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벤처산업 발전에 있어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벤처업계를 뜨겁게 달군 ‘타다’ 논란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와 관련, 이를 운영하는 이재용 쏘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가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이용해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운영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흰쥐의 해’라는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벤처기업들은 부지런한 쥐처럼 생존과 발전을 위한 치열한 한해를 보낼 것이다. 벤처투자액은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유니콘 기업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듯 한층 탄력을 받은 우리 벤처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추가적으로 완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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