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당사자 빠진 반쪽짜리 토론

  • 등록 2013-04-02 오전 11:24:27

    수정 2013-04-02 오후 2:00:50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동부팜화옹 관련 실무 책임자로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이자리에 왔습니다.”

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대역 죄인인양 주눅이 들어 있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 농업진출,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에서다. “공부 많이 하십시오.” “과장이니까 그렇지, 국장이면 저렇게 말 못하지” 등 객석에서 쏟아지는 야유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과장은 이날 ‘공공의 적’과 다름 없었다. 최근 좌초된 동부그룹의 유리온실사업 관련, 유일하게 농민 측과 반대 입장에 선 관계자였기 때문. 한 참석자로부터 “대기업 입장에선 어떤 견해를 밝히나 궁금해 어느 패널이 나오나 봤더니 아무도 안 계셔 아쉽다”는 말이 나올 만 했다. 한국 토마토생산자 대표조직, 녀름, 전국토마토 생산자협의회, 농협교육원, 농촌경제연구원 등 패널들의 소속만 봐도 그랬다. 찬성과 반대 측이 균형있게 있어야 할 토론에 같은 편만 모아둔 듯한 인상이었다. 당초 오기로 돼있던 양준일 동부팜화옹 대표이사가 불참한 데 대해 회사 측은 “(유리온실)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상황에서 참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사유를 설명했지만, 이번 토론회에 가해자 신분처럼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토론의 취지를 흐리게 만드는 데는 국회의원들도 한몫했다. 이들은 주최자 신분으로 자리를 채우고는 토론에 앞선 인사말에서 지역구가 어디어디 농촌지역이라고 소개한 뒤 “농민들 생존권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식의 자기 피알(PR)만 되풀이했다.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이쯤되면 이해관계가 맞물린 집단들이 끼리끼리 모여 벌인 ‘대기업 때리기’식 토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실제 주제발표에선 애먼 삼성전자(005930)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익이 30조원인데 100만 농가의 소득을 합쳐도 20조밖에 안된다” 식이다. 현대자동차(005380)가 글로비스를 만들어 물류를 몰아줬던 것처럼 대자본이 농업에 뛰어드는 것은 부당내부거래를 양산할 것이라는 기우(?)도 나왔다. 대기업의 농업진출이 약인지 독인지를 따져보자는 제목의 토론은 이미 ‘독이다’라는 답을 안고 출발한 셈이다.

농민들의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당사자는 빠진 토론회에서 대기업을 싸잡아 적으로 몰아가는 식의 대응은 아쉬웠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이동필 농축산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동부그룹의 유리온실사업이 무산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대기업의 농업 진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 농민등 이해 당사자간 소통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모두가 한 자리에 나와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오해는 풀어야 하는 건강한 공론의 장이 절실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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