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일이요? 고유의 색과 향이 뚜렷해야죠”

[르포]현대백화점 식품·청과 담당과 가락동 새벽시장 동행 취재
‘과일 1번지’ 현대百, 30년 이상 매일 시장서 최상품 직매입
과일 고유의 선명한 색·향이 뚜렷한 제품이 좋아
적당한 일교차·일조량 중요…무더위는 오히려 과일 맛 떨어뜨려
  • 등록 2022-08-07 오후 2:30:50

    수정 2022-08-07 오후 9:26:36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신선식품은 생물입니다. 사람에게 최적의 생활 환경이 있는 것처럼 과일도 성장 시기와 수확 후 유통과정에서의 온도, 습도, 충격 등 다양한 환경에 영향을 받죠. 좋은 과일을 고르기 위해서는 직접 눈으로 보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에서 서원 현대백화점 식품 청과 선임(왼쪽)과 탁송철 거상푸르넷 이사가 썸머킹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썸머킹 사과는 연중 가장 빨리 출하되는 청사과다.(사진=백주아 기자)
지난 5일 오전 4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몰 청과 시장은 이른 시간부터 산지에서 올라온 과일을 운반하는 화물차와 지게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시간 전 1차 경매를 마치고 제품을 실어 나르며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동행한 서원 현대백화점(069960) 식품 청과 선임(바이어)은 ‘눈·코·입’을 총동원해 이날의 ‘상위 1% 품질 과일’ 선별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가락몰 5개 청과법인 중 총 6개의 협력사와 거래를 한다. 품질이 좋은 과일을 고를 수 있는 비결은 30년 이상의 직매입 경험이다. 당일 경매 이후 중도매인이 개별 포장한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먹어보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서 최상급 상품만을 매입한다.

협력사마다 특화한 과일 품목이 있지만 기후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생기는 품질 편차를 고려해 같은 과일을 골라도 최근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선별한다. 유통 채널 중 1년 356일 중 경매가 있는 날마다 매번 새벽시장에 나와 과일을 고르는 곳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현대백화점이 ‘과일 1번지’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몰 청과 시장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직접 매일 상품을 보는 게 맛있는 과일을 판매하는 비결”

서 선임은 “매일 협력사와 소통하면서 고객 수요를 반영해 상품 선별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며 “과일은 매일 보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청과 바이어, 협력사, 백화점 점원, 판매 사원까지 계속 보고 또 보기 때문에 하자 있는 상품을 판매할 확률을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방법으로 과일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색깔이 선명하게 보이는 과일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수박은 줄무늬가 선명해야 한다. 샤인머스켓은 초록빛보다 은은한 황금빛이 도는 게 좋다. 망고는 표면에 검은 반점이 적고 깨끗한 제품일수록 품질 관리가 잘된 제품이다.

향을 맡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복숭아나 포도는 과일 특유의 향이 풍부하게 올라와야 맛이 좋다.

서 선임은 “과일이 색깔이 잘 난다는 것은 재배과정에서 풍부한 일조량과 충분한 일교차, 적절한 온습도 3가지 조건이 잘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확 후 유통 시기의 온도, 습도, 충격 등 다양한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반적인 과형과 외관이 깔끔한 과일을 고르는 것도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에서 서원 현대백화점 식품 청과 선임이 당일 현대백화점 식품관에 들어갈 제품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백주아 기자)
통상 날씨가 더우면 과일의 당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과일은 무더울 때 맛이 떨어진다. 지표면 온도가 28도 이상 올라가는 열대야가 되면 노랗던 참외는 하얗게 변하고 상처 난 복숭아에서는 곰팡이가 핀다.

이날 가락몰에서 만난 탁송철 거상푸르넷 이사는 “날씨가 더울 때 사람이 옷을 벗고 땀을 흘리는 것처럼 과일도 사람과 똑같이 단맛과 영양분을 다 뿜어낸다”며 “일교차가 적당해야 과일이 응집력이 좋다. 단단할 때 신맛이 나는 과일은 익으면 산기가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백화점과 36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과일 전문가다.

“선호도 다양해지면서 개성 뚜렷한 과일 인기”

지역별 우수 산지와 특별히 맛있는 과일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후 변화 등에 따라 전통적인 과일 산지 지도가 계속 바뀌고 신품종이 재배되고 있어서다. 요즘 사과는 전국에서 재배가 된다. 제주도에서만 나던 애플 망고는 이제 전라남도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서 선임은 “‘이 과일은 대표적으로 어느 지역 제품이 맛있다’라고 특정하기 어려워졌다”며 “각 산지마다 비파괴 당도 선별기를 갖춰 당도 높은 과일을 선별하고 과일 안쪽 갈변까지 잡아내는 등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과일 재배 기술과 품질이 상향 평준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5일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몰 청과 시장에서 2차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협력사 제품 품질 확인이 끝나면 오전 8시부터 2차 경매가 시작된다.

그날 선별한 가장 좋은 과일은 전체 16개 지점 백화점 과일 코너로 즉시 납품된다. 전 지점 중에서도 청과 부문 매출이 가장 높은 압구정 본점 식품 코너는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날 새벽 가락몰 ‘그린나래’에서 봤던 초록 무화과 팩이 오전 11시 이후 방문한 본점 매대에 진열됐다.

서 선임은 “최근 당도, 편의성, 식감 등을 고려한 다양한 신품종 포도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며 “가치소비와 선호도가 다양해지면서 단순히 포도, 사과, 딸기가 아니라 샤인머스켓, 홍로, 설향 등 품종 단위로 개성이 뚜렷한 과일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5일 오전 11시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과일 코너. (사진=백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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