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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동행한 서원 현대백화점(069960) 식품 청과 선임(바이어)은 ‘눈·코·입’을 총동원해 이날의 ‘상위 1% 품질 과일’ 선별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가락몰 5개 청과법인 중 총 6개의 협력사와 거래를 한다. 품질이 좋은 과일을 고를 수 있는 비결은 30년 이상의 직매입 경험이다. 당일 경매 이후 중도매인이 개별 포장한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먹어보는 과정을 매일 반복하면서 최상급 상품만을 매입한다.
협력사마다 특화한 과일 품목이 있지만 기후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생기는 품질 편차를 고려해 같은 과일을 골라도 최근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선별한다. 유통 채널 중 1년 356일 중 경매가 있는 날마다 매번 새벽시장에 나와 과일을 고르는 곳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현대백화점이 ‘과일 1번지’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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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선임은 “매일 협력사와 소통하면서 고객 수요를 반영해 상품 선별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며 “과일은 매일 보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청과 바이어, 협력사, 백화점 점원, 판매 사원까지 계속 보고 또 보기 때문에 하자 있는 상품을 판매할 확률을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을 맡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복숭아나 포도는 과일 특유의 향이 풍부하게 올라와야 맛이 좋다.
서 선임은 “과일이 색깔이 잘 난다는 것은 재배과정에서 풍부한 일조량과 충분한 일교차, 적절한 온습도 3가지 조건이 잘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확 후 유통 시기의 온도, 습도, 충격 등 다양한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반적인 과형과 외관이 깔끔한 과일을 고르는 것도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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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락몰에서 만난 탁송철 거상푸르넷 이사는 “날씨가 더울 때 사람이 옷을 벗고 땀을 흘리는 것처럼 과일도 사람과 똑같이 단맛과 영양분을 다 뿜어낸다”며 “일교차가 적당해야 과일이 응집력이 좋다. 단단할 때 신맛이 나는 과일은 익으면 산기가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백화점과 36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과일 전문가다.
“선호도 다양해지면서 개성 뚜렷한 과일 인기”
서 선임은 “‘이 과일은 대표적으로 어느 지역 제품이 맛있다’라고 특정하기 어려워졌다”며 “각 산지마다 비파괴 당도 선별기를 갖춰 당도 높은 과일을 선별하고 과일 안쪽 갈변까지 잡아내는 등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과일 재배 기술과 품질이 상향 평준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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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선별한 가장 좋은 과일은 전체 16개 지점 백화점 과일 코너로 즉시 납품된다. 전 지점 중에서도 청과 부문 매출이 가장 높은 압구정 본점 식품 코너는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날 새벽 가락몰 ‘그린나래’에서 봤던 초록 무화과 팩이 오전 11시 이후 방문한 본점 매대에 진열됐다.
서 선임은 “최근 당도, 편의성, 식감 등을 고려한 다양한 신품종 포도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며 “가치소비와 선호도가 다양해지면서 단순히 포도, 사과, 딸기가 아니라 샤인머스켓, 홍로, 설향 등 품종 단위로 개성이 뚜렷한 과일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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