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태의 靑春전략)작은 것에 성실하라

  • 등록 2006-11-27 오후 1:07:55

    수정 2006-11-27 오후 1:07:55

[이데일리 한근태 칼럼니스트] 면접 장소에 종이뭉치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아무도 이를 줍지 않았다. 한 사람만이 발견하고 주웠다. 그러자 면접관이 종이를 펼쳐보라고 이야기했다. 종이에는 이렇게 씌여져 있었다. “우리 회사에 입사한 것을 환영합니다” 몇 년 후 종이뭉치를 주웠던 지원자는 사장이 됐다.

1961년 4월 12일, 구 소련의 우주 비행사 가가린은 4.75톤의 보스토크 1호를 타고 89분간 우주를 비행,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됐다. 당시 그는 19명의 지원자와 경합을 벌였다. 그가 왜 선발됐는지 아는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신발을 신은 채 우주선에 올랐는데 가가린만 신발을 벗고 우주선에 올랐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세심함이 사실은 개인과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 우리는 늘 2%가 부족해 일을 그르친다. 일을 크게 잘 벌이지만 언제나 마무리에 약하다. 사소한 것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저우언라이는 아주 세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비서와 수행원들에게 세부적인 일까지 최대한 신경을 쓰도록 했다. 그가 가장 싫어한 말은 `대충`, `아마`, `그럴 수도 있다`였다.

그는 외국 손님과의 만찬에 앞서 자주 주방을 찾아 늘 국수 한 그릇을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궁금했던 주방장이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귀한 손님을 불러놓고 내가 배고프면 어떡하나. 먹는 데만 급급할 것 아닌가.” 이런 세심함이 중국 외교를 승리로 이끌었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큰 일을 할 수 있다” 저우언라이의 말이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차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전철에서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을 채용한 기업들은 뜨거운 맛을 볼 것이다. 먹던 음료수 캔을 길에다 거리낌 없이 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기업에 들어가면 그 조직은 어떻게 될까? 아마 쓰레기통이 될 것이다.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 작은 것에 성실한 사람이 큰 일을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는 사명이 거룩하고 이념적이고 시비 잘 붙는 사람이 너무 많다. 누가 한 마디만 하면 난리를 치고 댓글을 올리고 온갖 소리를 퍼부어 댄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푼다.

성실성은 치밀함이다. 큰 일 뿐만 아니라 작은 일에도 신경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큰 일은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크게 어려운 일은 가장 쉬운 것에서부터 풀어야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이다.

디테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노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큰 나라를 다스림은 작은 물고기를 요리하듯 해야 한다. 양념과 불의 세기가 적당해야 한다. 초조한 마음에 물고기를 자주 뒤집으면 살이 모두 부서지고 만다. 세심함과 신중함이 필수적이다”

20세기 최고 건축가로 손꼽히는 독일의 미스반 데어 로에도 그랬다. “신은 언제나 디테일 속에 있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설계라도 디테일한 부분이 잘못되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원자바오 총리도 비슷하다. “중국에는 13억의 인구가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문제라도 13억을 곱하면 아주 커다란 문제가 됩니다”

어려웠던 벽산 건설을 일으켜 세운 김재우 부회장의 좌우명은 착안대국, 착수소국이다. (着眼大局, 着手小局) 크게 보고 일을 시작하지만, 디테일에도 신경을 쓰라는 이야기다.

멋진 비전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없이 세세한 일을 생각하고 챙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비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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