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속 풍경…뉴질랜드 영어배낭여행

아름다운 숲 장려상 ‘영광 숲쟁이숲’
  • 등록 2006-10-26 오후 12:40:00

    수정 2006-10-26 오후 12:40:00

[조선일보 제공]


▲ 퀸즈타운 완카타푸 호수의 토요일은 여유로왔다. 산책나온 두 소녀가 신발을 벗어놓고 참새처럼 지저귄다.

1. 케빈은 과격했다

100여 마리 양떼가 53인승 코치(coach)의 길을 막았을 때, 우리의 드라이버는 신경질적으로 엑셀을 밟아댔다. 그냥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뉴질랜드의 알프스라는 마운트 쿡은 순결한 흰색이었다. 뉴질랜드 남섬을 일주하는 패키지 ‘컨티키 시닉 서던’(Contiki Scenic Southern) 이틀째. 나고야에서 혼자 왔다는 일본 여대생 유키가 “왜 혼자 왔느냐”고 탐색하듯 캐묻는다. “당신과 같은 이유”라고 다시 ‘공’을 던져주고 창 밖으로 시선을 넘겼다. 투명한 강물에 우유를 부은 듯 하다고 ‘밀키 블루’라는 이름을 얻은 테카포 호수의 푸른 물결이 햇볕을 튕겨내고 있었다.

Tip 1 저렴한 가격의 뉴질랜드 남섬 여행상품 호주에 본사를 둔 이 패키지 배낭여행상품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가격 대비 성능 때문. 남섬을 일주하는 7박 8일 일정이 67만9000원이다. 상품 종류에 따라 물론 가격대는 다양. 한국에서 뉴질랜드까지의 왕복 항공편은 개인이 알아서 구입. 여행기간 내내 이동은 53인승 대형버스다. ‘우등’보다는 못하지만, 일반 고속버스보다는 쾌적하다. 전 일정 숙박·교통·아침식사 전부·저녁식사 4회가 포함되어 있다. 옵션과 점심식사는 개인 부담. 하지만 일부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있다. 자격은 18~35세, 그리고 사용 언어는 영어다. 한국인은 한 상품에 7명까지만 신청 가능. 외국 친구들과의 ‘강제적 친교’를 위해 붙인 조건이다. www.contiki.co.kr (02)3481-9680 


▲ 빙하가 빚은 피요르드 협곡. 밀포드 사운드엔 무지개가 반짝인다.

2. 조안은 그 방이 맘에 들었다

겨울이면 스키어들의 보금자리로 변하는 레이크 오하우(Lake Ohau) 호텔. TV도 없고 카펫도 고급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창을 가지고 있었다. 아일랜드 처녀 조안은 키보다도 더 큰 통유리창 앞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지우개로 살짝 지운 것처럼 고혹적인 초승달과 선명하게 빛나는 북두칠성, 그리고 오하우 호수가 같은 프레임 안에 담겨 있었다.

뉴질랜드 남섬 여행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매혹적인 자연의 풍경이 빚어내는 하모니. 8일간의 여정은 흰 눈으로 덮인 마운트 쿡(제 2일)-열대우림의 거대한 습지 밀포드사운드(제 3일)-영화 ‘반지의 제왕’을 찍은 와카티푸 호수(제 4일)-퀸즈 타운 자유일정(제 5, 6일)-빙하지대 방문(제 7일) 등으로 꾸려져 있다. 뉴질랜드의 허파인 양 맑은 공기를 내뿜는 만년설, 밑둥부터 실가지 끝까지 이끼로 뒤덮인 밀포드 사운드의 나무들 앞에서 정신 없이 셔터를 눌러대다 카메라를 내렸다. ‘기록’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지도 참조>

Tip 2 풍경 좋은 스파에서 크루즈 여행까지 배낭여행에 가까운 가격인 탓에 숙소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당연히 독방은 아니고, 사정에 따라 2인용 혹은 4인용 방을 쓴다. 첫째 날 크라이스트처치의 퍼시픽파크 호텔은 수도꼭지가 불량이었지만, 둘째 날 숙소부터는 합격점이었다. 특히 3일째 밀포드 사운드의 ‘배 위에서의 하룻밤’을 잊을 수 없다. 오후 4시 30분 출항해 피요르드를 가로지르며 17시간 30분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돌아오는 크루즈 여행이다. 퀸즈타운 롯지에서는 ‘무료 공동 스파’ 강추. 비록 플라스틱으로 만든 10인용 욕조지만, 출입구 반대쪽 문을 열어 제치면 우람하게 솟아있는 마운틴 리마커블의 웅장한 위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야외 온천 느낌이다. 남녀 공용. 수영복 필수.


▲ 데카포 호수의 명물 `착한 양치기의 교회`에서는 마침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3. 후들거리는 내 육체를 이사벨이 안았다

왼쪽 귀에 피어싱을 한 독일 친구는 “난 죽어도 못해. 네 용기가 부럽다”라며 응원했다. 난생 처음 시도해 본 번지 점프. 그것도 ‘번지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퀸즈타운 인근 카와라우 다리(Kawarau Bridge)에서. 높이는 43m. 교관은 “하기 싫으면 돌아갈 수 있다. 뛰는 것은 네 의지”라고 반복했다. 하지만 이미 지불한 135 NZ$(약 8만7000원)는 돌려주지 않는다.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를 육체가 보여주고 있었다. ‘타이타닉’에서 팔 벌렸던 케이트 윈슬렛의 포즈로 추락했다. 롤러코스터 몇 배의 쾌감이 왼쪽 발가락 끝에서 뒤통수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번지 점프 팁 하나. 티셔츠를 밖으로 빼 입지 말 것. 추락 순간 몸보다 먼저 일어서는 셔츠는 얼굴을 휘감으며 시각을 빼앗는다.

Tip 3 ‘액티비티의 천국’ 퀸즈타운 남섬 퀸즈타운은 ‘액티비티·activity의 천국’이라 불리는 도시. 가격은 만만치 않다. 마운트 쿡의 빙하를 하늘 위에서 관람하는 에어 사파리-45분·240$, 초원에서의 말타기-90분·89$, 제트보트 탑승 1시간을 포함한 ‘반지의 제왕’ 코스 사파리-4시간·189$ 등이다. 모두 뉴질랜드 달러. 1 NZ$는 24일 현재 약 635원.

4. 미즈호의 입이 튀어나왔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왔다는 이 스무 살 일본 처녀는 “영어가 서툰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투덜거렸다. 53인승 코치에 탑승 인원은 운전사와 투어가이드까지 모두 36명. 대다수가 유럽과 미국, 그리고 호주 출신이다. 게다가 소위 ‘키위(kiwi) 잉글리시’라고 불리는 뉴질랜드 영어는 상당히 난해한 편. 뉴질랜드 태생의 투어가이드 케이트는 “궁금한 건 언제든지 물어보라”며 친절했지만, 그녀의 육성을 이해하는 건 난이도 별 다섯(물론 별 다섯 만점이다) 퀴즈를 푸는 것과 비슷했다. 자기 성격을 파악한 뒤, 여행을 결정해야 한다. 영어는 서툴지만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유쾌한 기회. 친구와 영어를 함께 사귈 수 있다. 영어도 잘 못하고 내성적인 캐릭터인 경우. 한국인 친구 한 명과 함께 갈 것. 이 때는 자연관광에 더 무게중심을 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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