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리스크 부담됐나, 리커창 사망에 ‘입단속’ 나선 중국

포털·SNS에서 리커창 부고 소식 축소 움직임
中대학, 학생에 “추모행사·부적절 발언 삼가라”
톈안먼 사태도 추모식 발단…"정부 조치 할 듯"
  • 등록 2023-10-29 오후 4:20:20

    수정 2023-10-29 오후 7:27:29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중국의 ‘경제통’ 리커창 전 총리가 사망하자 중국 내부에서도 적잖이 놀란 눈치다. 한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쟁자로도 부상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 세상을 뜬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리커창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시민이 리커창 전 총리 사망 기사가 게재된 신문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리 전 총리는 지난 27일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중국 정부는 부고를 통해 “공산주의 투사, 혁명가, 정치자이자 공산당과 국가의 뛰어난 지도자, 당원”이라며 “그의 생애는 공산주의 위업을 위해 헌신한 생애였고 그의 죽음은 당과 국가에 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리 전 총리는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경제학자다. 시진핑 체제에서 국무원 총리직을 맡으면서 경제 정책을 총괄하다가 올해 3월 물러났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던 그는 한때 시 주석의 경쟁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리창 총리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퇴임한 후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리커창 전 총리 별세 소식에 온라인상 중국 내 애도가 이어지자 중국 내부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단속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은 리 전 총리 사망 사실을 알렸지만 해당 게시물 댓글은 막았다. 환구시보, 중국일보, 중국신문망 등 관영 매체들의 웨이보 계정은 사망 소식에 대해 다른 사람이 쓴 댓글은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 반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나 신화통신 계정은 추모 댓글을 모두 열어둔 상태다.

29일에는 중국 대표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 50위에 리 전 총리 관련 해시태그가 없어지기도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리 전 총리의 부고는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 1~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행렬을 경계하는 시각이 있다.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도로에서 시민이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부 중국 대학은 학생들에게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행사를 조직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리 전 총리 죽음을 두고 ‘부적절한 발언’을 삼가라는 주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리 전 총리에 대한 전국민적인 애도 분위기를 걱정한 이유는 추모 행사가 시위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한 명문대 관계자는 SCMP에 “리 전 총리를 기념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애도에 대한 당 지도부의 세부 사항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30여년 전에 일어났던 일처럼 지나치게 감정적인 (행동은)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30여년 전 일이란 1989년 발생한 ‘톈안먼 사태’를 말한다. 톈안먼 사태는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의 추도식이 계기가 됐다. 개혁 의지가 컸던 후야오방 전 총서기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격한 시위로 번졌고 중국 정부는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제압해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톈안먼 사태를 경험한 중국 정부가 ‘학습 효과’를 발휘해 이번 국면을 잘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치평론가인 천다오인 전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SCMP에 “중국 정부는 어떤 사고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안 강화에 들어갈 것”이라며 “중국은 리 전 총리에게 ‘호화로운 작별 인사’를 함으로써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당 청년들을 위로하고 잠재적인 정치적 위험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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