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신설…탄소중립엔 속도 붙어도 전기료 인상 우려

[정부조직 개편]④이재명·정치권 "기후에너지부 신설"
산업부의 `에너지`·환경부의 `기후` 떼어내 통합부처로
두 부처 모두 소극적 입장…"조직 내 시너지 낮을 것"
"일관된 목표로 탄소중립 속도 낼 수 있어" 장점 부각
"에너지 요금 뛰고 산업 경쟁력 약화할 듯" 우려도
  • 등록 2021-11-07 오후 4:24:47

    수정 2021-11-07 오후 4:24:47

[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와 환경부의 ‘기후’를 떼어 내 새로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탄소중립이 새로운 국제질서로 대두하며 환경 문제를 외면하는 국가는 존립이 어려워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에 기반해 성장한 탓에 다른 나라보다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부담이 심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일관적이고 속도감 있게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빨라지며 전기·가스요금 등의 가격이 오를 수 있고 산업 부흥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공약 포함…국회도 전담부처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선거 후보는 지난 7월 첫 정책 발표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에너지 관련 업무가 분산돼 있어 통합정책을 할 수 없다”며 “2025년까지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해 통합부처가 필요하다”며 배경을 밝혔다.

국정감사에서도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까지 에너지를 산업 성장과 함께 하는 분야로 봤다면 앞으로는 환경과 에너지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프랑스, 중국 등 주요국도 산업통상과 에너지를 분리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된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두 가지 안이다. 산업부에서 에너지를, 환경부에서 기후를 분리해 이를 관할하는 새로운 부처를 만든 1안과 산업부가 담당해 온 에너지 분야에 기후부문을 흡수하는 2안이다. 이 중에서 1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두 부처 모두 난색…“시너지 의문”

일단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산업부와 환경부 모두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산업부는 현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이 부활하고 에너지차관(2차관)을 신설하는 등 거대 부처로 개편됐다.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에너지를 떼어주게 되면 또 한 차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앞서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원회 종합국감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대해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기후변화, 에너지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 형태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산업부보다 유보적인 의견을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감에서 “정부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조금 유연하게 움직일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 방식이 부서를 만들 것인지, 다른 방식을 통해서도 가능할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산업부 입장에서는 산업·통상·에너지 중 막강한 규제 권한을 가진 게 에너지 분야인데 이를 분리하는 게 좋을 리 없다”며 “환경부 역시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 화두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를 떼어주면 반쪽짜리 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에 있던 조직을 떼어서 만드는 개념이기 때문에 두 부처가 융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산업부와 환경부는 기후 대응과 관련해 때론 물과 기름처럼 시각 차가 크다”며 “기후에너지부로 합쳐 놓으면 통합 부처 안에서 둘로 쪼개져 시너지가 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탄소저감 정책 속도 vs 전기요금 인상 부작용”

다만 에너지와 기후분야만 떼어 내 새로운 부처를 만들면 정책적 면에서 이점은 있다. 우선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이행 관련한 정부의 불명확한 거버넌스가 해소되고 나아가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다.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장은 “기후 정책 총괄은 환경부가 담당하지만 온실가스 배출과 연관된 에너지 정책은 산업부가 주관하고 있어 환경오염 감축과 산업 진흥이라는 부처 간 상이한 목표로 이해가 상충한다”며 “행정부에 통합적 기후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면 일관성 있게 목표를 가지고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에 대한 접근법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전기·가스요금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수출 확대와 산업 지원을 위해 저렴하게 제공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우리 에너지 정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실한 것은 에너지를 산업과 경제 부흥을 위한 부수적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50 탄소중립,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이니셔티브) 등이 말해주듯 친환경을 외면한 상태에서 산업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에너지분야가 산업부에서 떨어지면 에너지 요금이 급격히 인상될 수 있는 점은 단점이다.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서민 생활 지원과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인위적으로 눌러왔는데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걸맞은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에 접근하기 때문에 전기·가스요금 가격 체계와 거래 방식 등을 혁신해야 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율이 확대하면 지금과는 다른 계통을 만들고 전력시장도 달라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영국이 지난 2007년 에너지기후부를 설립했다가 2016년 폐지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규제가 주를 이루는 기후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고 산업 진흥이 뒤로 밀렸다. 이렇다 보니 재계도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경계하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와 산업이 연계된 만큼 같은 시각에서 봐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면서 “탄소 배출 저감이 버거운 상황에서 기후와 에너지를 묶은 부처가 생기면 규제가 더 강해질 게 뻔하고, 환경부와 기후에너지부의 이중 규제를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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