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헌재가 길 열어준 '구하라 친모 방지법'

패륜 가족 ‘무조건 상속’ 안 된다
"국민 법 감정에 반해…내년까지 개정"
국회 무관심에 방치된 '구하라법'
21대 국회 사실상 폐기…22대는 서둘러야
  • 등록 2024-04-28 오후 5:02:48

    수정 2024-04-28 오후 7:17:08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장기간 유기하거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고인(故人)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부모 등 직계존비속이 받는 상속에 대해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 유류분은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고(故) 구하라씨와 같은 사례가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본 것이다. 앞서 2019년 구하라씨 사망후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한 결과 그의 유산 가운데 40%가 친모 몫이 됐다.

헌재는 이번에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유류분 산정에서 기여분 규정을 두지 않은 민법 조항이 불합리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내년 말까지 법 개정의 시한을 뒀다. 이에 따라 기한 내 법 개정은 국회의 몫이 됐다.

문제는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유류분 청구 소송은 수천 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만약 재판 당사자가 유기 또는 학대 등 가족의 패륜적 행위를 사유로 소송을 끌어가면 재판부는 국회 개정 입법 내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분화된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여 정도 등에 따라 유류분 산정이 이뤄진다면 상속 분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헌재가 이번에 ‘구하라법’의 법률적 근거를 일부 제시했기 때문에 구하라법이 통과되면 민법 조항들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 본다. 구하라법은 구하라씨 친모와 같이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녀·배우자·부모 등의 상속을 제한하는 내용이고 이번 헌재 결정은 구하라씨 친모의 유류분을 제한하려는 내용이다. 다만 구하라법은 20대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내달 29일 21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또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에서는 구하라법을 비롯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민법 조항까지 서둘러 법을 개정해 ‘구하라 친모’와 같은 나쁜 사례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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