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좀비사업장 안돼"…금융당국, 밀착 점검 통해 부실PF 정리 속도

금감원, 2금융권 결산서 충당금 적립 집중점검
이복현 "PF 손실 회피하면 금융사 엄중 책임" 압박
지지부진 한 PF 정상화펀드 채권 허용 방식 확대
"만기연장 통해 부실 인식 늦추는 것 막을 것"
  • 등록 2024-01-28 오후 4:44:19

    수정 2024-01-28 오후 7:06:22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 충당금 적립 강화를 주문하고 이에 대해 집중점검하기로 했다. 충당금 적립에 부담을 느낀 금융사를 중심으로 PF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매물이 쏟아지며 부실 PF 사업장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저축은행과 캐피탈, 상호금융 업계 임원들을 불러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본PF로 전환이 안 되는 브리지론에 대해서는 손실 100%를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지시했다. 또 본PF로 전환한 사업장 중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으면 단계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에서 일반대출로 분류하고 있는 토지담보대출이 사실상 부동산PF 대출 성격을 지닌 만큼 PF대출 수준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브리지론과 성격이 같은 토담대는 일반대출로 분류된 탓에 고정 이하는 자산의 20%, 회수의문은 55%를 충당금으로 적립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PF 기준에 맞춰 각각 30%, 70%로 상향 조정한다. 아울러 이번 금감원의 충당금 적립강화 주문으로 앞으로는 이자 유예나 만기 연장을 통해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했던 저축은행의 PF대출도 대거 ‘고정 이하’로 변경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최근 증권업계에도 충당금 적립과 관련해 보수적인 기준을 주문하는 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2.42%로 상승했다. 특히 상호금융의 PF대출 연체율은 0.09%에서 4.18%로 급등했다. 카드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업계의 PF대출 연체율도 2.20%에서 4.44%로, 저축은행은 2.05%에서 5.56%로 뛰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금감원은 조만간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을 포함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경·공매가 진행 중인 PF 사업장은 12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PF 사업장 3000여곳 대비 4% 수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금융권은 부실 PF 사업장에 만기연장 등을 통해 경·공매를 통한 정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제값을 받겠다’는 입장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0조원(브리지론 30조원+본PF 100조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만기 연장을 통해 연명 중인 곳으로 부실 사업장으로 분석했다. 부실한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본PF 전환이 장기간 안되는 브리지론 등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금융사가 2023년 말 결산 시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정리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어 이 원장은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과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매입 활성화를 위한 보완작업도 진행 중이다. 금융위는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서 PF 정상화펀드의 PF사업장 채권 취득 허용 방식을 확대하기로 하고 실무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PF 정상화펀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서다. 캠코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플랫폼에 등록된 전국 80여개의 부실 우려 사업장 중 새 주인을 찾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저축은행업계가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PF 부실채권 정리펀드 역시 사업장 1곳을 매입한 데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장들이 땅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돈도 묶여 있고 사업도 안 되고 하는 상태여서 그것을 지금 빨리 적정한 가격에 팔고 이를 낮은 가격에 산 사람이 다시 사업을 진행해야 건설경기가 일어나는 구조다”며 “사업성이 없는 것을 단순히 만기 연장으로 그냥 끌고 가면서 부실 인식을 늦추는 것은 막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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