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리스크관리의 주역들)LG칼텍스 박용철(하)

  • 등록 2001-11-21 오후 12:21:36

    수정 2001-11-21 오후 12:21:36

[edaily] 이번주 "환리스크관리의 주역들" 대상자는 LG칼텍스 박용철 대리입니다.
(중편에서 이어집니다)
-거래상품 비중은 어떻게 됩니까. ▲현물환이 절대 다수죠 뭐. 배에 싣고오는 원유가 다 달러니까 이걸 살때 현물환으로 결제합니다. 전체적인 포지션에 변화가 있다면 큰 움직임이 일어날 때는 저희도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 그때 옵션과 스왑거래를 합니다. -재미있었던 거래는 어떤 게 있습니까. ▲2000년도에 가장 유행했던 거래가 타겟포워드(target forward) 옵션이었습니다. 작년말이 되기 전까지 환율이 꾸준히 빠지니까 비싸게 팔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난거죠. 이 상품은 비싸게 팔 권리를 주는 겁니다. 지금 환율이 1200원인데 1250원에 팔 수 있게 만들어준 대신 1250원 넘어가면 두배로 팔아야하는 구조입니다. 1350원까지는 천만달러를 팔면 1350원 넘어가면 이천만달러를 파는 식이에요. 그런데 그만큼 달러를 넉넉히 가진 곳이 많겠습니까. 연말에 가니까 환율은 이미 기준선을 넘어가서 달러를 팔아야하니까 더 사들이게 되고. 타겟포워드가 유행한 게 작년 환율 급등의 원인이죠. 상식적으로 우리나라는 달러 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금융기관 종사자들도 달러팔자는 생각을 거의 안해요. 작년에 유행했던 또다른 거래가 어큐멀레이트 포워드(accumulate forward)입니다. 어떤 업체가 매일 5000만달러씩 팔아야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러면 1년 365일 1000만불씩이라도 똑같은 환율로 팔 수 있게 만들어주는 상품이 어큐멀레이트 포워드에요. 더 먹지는 못해도 일정부분 손실은 막을 수 있는 구조죠. 이런 식의 상품들이 손익계산서 차원에서는 가장 완벽한 상품이지만 타겟포워드 이후 파생상품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려서 크게 빛을 발아지는 못했습니다. 모 대기업의 CEO가 "2002년에는 원화환율이 1100원이라고 가정한 후 경영해라"라고 말했습니다. 이 업체야 하루 수출액이 수천만달러니까 일정 환율에 꾸준히 얼마만큼을 팔아치울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겠죠. ◇시장은 언제나 기회를 준다 -작년말부터 시작된 환율급등은 미리 인지하셨나요. ▲작년말 환율상승 주범이 저희 정유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저희가 대비를 전혀 안한 건 아닙니다. 원유 매입대금말고 다른 쪽 부채도 줄였고요. 이미 작년 여름무렵부터 경고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300원 갈 거라는 얘기, 대만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속도가 무섭다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돌았었죠. 그러한 경고가 나와도 실제 달러 물량공급이 충분했으니까 사람들이 인지를 잘 못했어요. 결정적으로는 지난해 9월 포드가 대우인수를 포기하면서 난리가 시작됐습니다. 외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완전히 무너진 겁니다. 주식시장은 이미 여름부터 죽어버렸으니 말할 것도 없고요. SK텔레콤이니 외환카드니 그 다음부터 진행된 외자유치들이 계속 삐걱대는데 그걸 왜 몰랐겠습니까.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죠. 파생상품시장만 봐도 그렇습니다. 타겟포워드가 기본적으로 달러매도초과(숏)이잖아요. 근데 숏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니까 반작용(환율 급등폭)이 더욱 커진 겁니다. 그러면서 시장이 완전히 바뀐 거에요. 연초에 보던 장이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장이 등장한 겁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시장은 언제나 기회를 줍니다. 한 방향으로 막 가지는 않아요. 저는 대한민국 외환시장이 최초로 엘리어트 파동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실제 이런 식으로 움직여왔고요. 어떻게보면 작년이 가장 시장다운 시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상승장이랄까요. 시장다운 시장을 작년에 경험했으니 현재 침체기가 오는 건 일정부분 타당한 면도 있습니다. -업무 분장은 어떤 식으로 이뤄집니까. ▲딜은 전적으로 제가 알아서 하고 팀장님은 뒤에서 말리는 역할을 하십니다.(웃음) 손절매나 거래규모 한도도 팀장님이 정해주시죠. 시장에 들어가면 중독성이 있으니까 한번씩 쉬고가자는 말씀을 해 주십니다. 관련 업무규정도 마련돼있고요. -목표한도는 연초에 정합니까. ▲시점에 관계없이 항상 조정합니다. 그러면 제가 그 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딜링때문에 회사 업무가 방해받아선 안 됩니다. 저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되도록 뒷받침하는 사람이니까요. ◇이제는 "신용"이 돈을 버는 시대 -환거래를 통한 이익이 목적이 아니란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돈을 잃어서도 안 됩니다. 농담이 아니고 그래도 저희가 한국 외환시장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손인데 돈을 잃어서 되겠습니까. 특별히 무리하지 않으면 시장에게 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진짜 저희가 사면 환율이 오른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투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원유 매입자금 결제를 위해 달러를 사는 데도 그렇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시장이 움직인다고 해서 저희가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잖아요. 돈을 얼마나 버느냐를 떠나서 저희는 한국 기업중 최상의 크레디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그런 크레디트를 쌓아올린 건 LG칼텍스 30년 역사인데 아직 그걸 가지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전 다릅니다. 크레디트는 힘이고 크레디트가 돈을 버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러니 제가 하는 딜링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저희가 우리나라 정유사 중에서는 부채구조가 좋은 편인데 돈을 못 번다면 제가 물러나야죠.(웃음) -매우 자신만만한 말씀이네요.(웃음) ▲저희 팀장님이 이런 저런 강연회를 많이 다니시는데 한 강연회에서 "이론적으로는 금융시장에서 차익거래(arbitrage)가 없는거나 다름없다"는 말을 들으셨다더군요. 설사 차익거래의 기회가 있어도 40초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요즘은 통신매체가 발전하면서 독점정보가 없어져 더욱 그렇죠. 그렇지만 제가 딜을 해보니까 기회가 눈에 보여요. 저희 회사 이름을 걸고보면 그게 보인단 말입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이건 딜러의 역량과는 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옛날에는 잘 몰랐습니다. 어쩌면 위험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용도 관리일 수 있습니다. 단순한 헤지보다는 이런 식으로 환위험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죠. 회사 크레디트가 좋다는 건 어마어마한 자산이고 어떤 딜러가 와도 이만큼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놔야 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회사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죠. 옵션거래도 아무 기업이나 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그게 회사의 힘이죠. 이건 트레이딩을 해서 얼마를 버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달러부채를 발행할 건지 원화부채를 발행할 건지 회사 재무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1285원에 잡아 1290원에 먹는 단순한 거래야 뭐...그렇게 딜을 잘하면 금융기관에 가면 됩니다. 실질적으로 환거래에서 생긴 이익이 회사전체로 봤을 때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까지는 저희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이 자기 회사의 자산, 부채규모, 크레디트에 관해 계량화하려는 노력을 안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게 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에요. 반면 언더라인이나 크레디트도 없으면서 시장이 저기 있으니까 뛰어들어가서 돈 벌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모 지방은행이 대표적인 예였죠. 이런 사례는 개인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습니까. 잃지않으면 다행이죠. 저희가 가진 신용도 가치가 얼마인지를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이걸로 장사를 하니까 돈 벌길이 보입니다. 코카콜라가 가진 브랜드 네임의 파워와도 비슷하죠. 저희도 저희가 가진 잠재능력을 사실 잘 몰랐는데 "이제는 이걸 한 번 이용해 보자" 하고 시장에 나갔더니 확실히 유리했습니다. 남들이 함부로 대하지못하고 무서워하고. 그러니 우리는 일상적인 달러결제 거래를 해도 "정유사가 샀다더라" 하고 시장에서 난리가 나는 겁니다. 물론 우리가 사면 따라오는 세력들도 생기지만요. 점점 비즈니스 경계영역이 없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잖습니까. 옛날에는 야먀하라면 사람들이 전부 수공예 피아노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 전자피아노거든요. 듣는 사람이야 소리가 똑같으니까 모를뿐이지 공장 가보면 천양지차입니다. 목수가 하던걸 기계장비가 대신하는데 엄청난 차이죠. 산업이 점점 발전하면 이익을 창출하는 부분이 어떤 곳이든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합니다. 정유회사라고 기름팔아서 돈 벌 필요는 없어요. 그게 바람직한 방향이고 그러기위해서 많은 공부와 노력을 해야합니다. 그게 은행 딜러들과의 저와의 차이점이죠. 어쨌든 훌륭한 마켓리더가 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가상(virtual) 위험을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위험관리 -위험관리의 정의는. ▲실질적으로 기업이 주목해야 할 위험은 경제학상의 위험이에요. 앞서 말씀드린 유럽의 스키장이 입을 수 있는 위험을 주목해야 합니다. 경제학상의 위험은 가상의 위험이지만 이게 진짜 위험변수입니다. 진실은 항상 가려져 있지만 가려진 위험요소를 판별해내는 게 진짜 위험관리입니다. 물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필수겠죠. 손익계산서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들어오는 부분과 나가는 부분을 맞추는 것 말입니다. 컨설팅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 나름의 무언가도 필요해요. 그게 경영층의 역할이자 능력이고요. 가상 손익계산서에서 외환 매출과 코스트를 일치시켜야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합니다. 경영자는 회계상에 나타나는 숫자가 아닌 그 버추얼 대차대조표를 매일매일 관리해야 합니다. 완벽한 계량화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위험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처음 입사하고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1년동안 대구지사에서 주유소 영업 판촉을 담당했습니다. 달력 나눠주는 일 말입니다.(웃음) 그 후 경리팀에 잠깐 갔다가 팀장님한테 쫓겨나고 국제금융팀으로 옮겼어요. 재미있는 건 그때 저를 쫓아낸 경리팀장님이 지금 자금팀장님이십니다. 하하. 국제금융팀에서는 유전스(usance, 무역결제에 있어 어음의 지급기한을 지칭하는 용어. 어음지급인이 지급약속을 하고 일정기간 후 어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담당했습니다. 유전스도 대표적 막일 중 하나거든요. 요즘은 안 그런데 맨날 장부쓰고 도장찍는 게 일이었습니다. 당시 관계규정도 복잡해서 대표적인 기피직종이었어요. 원래 1~2년 정도만 그 일을 하려했는데 외환위기가 나는 바람에 더 오래하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중요업무였지만 인식은 그렇지않았는데 외환위기를 겪고 갑자기 중요해졌어요. 그리고 99년에 딜링팀으로 옮겼습니다. -LG칼텍스에 입사한 이유는.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만해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호황기라 수요도 많았죠. LG칼텍스는 봉급 많이 준다고해서 왔습니다. 이곳이 제가 뽑힌 회사 중 월급이 제일 많았거든요. 요즘에는 안 그런 것도 같습니다만.(웃음) -국제금융팀으로 옮긴 건 전공때문인가요. ▲경영 전공했으니까 재무 쪽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겠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수는 누구였습니까. ▲특별히 없습니다. 전에 딜을 담당하시던 분들이 바쁘셔서 전문적인 도제교육을 받진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임성민 아나운서라고 쓰셨군요. ▲지금은 아나운서가 아니라 엔터테이너죠. 지난번에 공연한 연극 "한여름밤의 꿈"도 보러 갔을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제일 섹시한 여자 연예인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향후 목표는. ▲일단 기업에 입사했으니까 CFO는 한 번 해 봐야죠.(웃음) -외환시장이 발전해야할 방향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신다면. ▲현물환 거래는 기본적으로 사이버 거래로 바꿔야한다고 보고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우리 정부가 시장관리는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작년에 원화가치가 빨리 절하된 게 올해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됐거든요. 그러나 규모를 늘리는데 좀더 신경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시장관리가 시장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나타난 것이 국내시장의 문제니까요. 참가자가 적을수록 시장불균형이 커지기때문에 사실 저희같은 사람이 먹기는 더 좋아요.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잖습니까.(웃음) (박용철 대리 약력) 1970년 출생(본적 경북 영천) 1989년 경북대 사대부고 졸 1989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입학 1995년 LG칼텍스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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