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Cafe)로켓사이언스와 포트폴리오 보험

  • 등록 2005-05-16 오후 12:10:36

    수정 2005-05-16 오후 12:10:36

[edaily]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비에트연방, 월스트리트. 이 세가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재무경제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 봤다. 한 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한 학생이 대답했다. "세 곳 모두 툭하면 거짓말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소련 공화국이었던 벨라러스에 온 학생의 대답이었다. 소련이 공산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강조하려다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조금" 하게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이 학생이 왜 미국의 NASA가 툭하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학생은 월가의 대표 기업인 JP모건에서 한 동안 인턴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니까 월스트리트가 거짓말을 잘 한다는 주장은 어쩌면 그의 개인적 경험에 바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그의 대답은 내가 기다리고 있던 대답은 아니었다. 한 가지 힌트를 줬다. 현대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 그러자 같은 학생이 두번째 대답을 내놨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세가지 모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기대했던 답은 아니었다. 소련이 결국 해체됐으니 소련이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NASA의 우주선이 몇 번 실패했다고해서 NASA가 실패했다고 하는 건 무리다. 또 월스트리트가 때로 주가폭락을 맞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월스트리트의 실패를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결국 내가 답을 말해야 했다. 1980년대 소련이 약화되면서 미국 정부는 NASA를 비롯한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지출을 삭감했고, 그 결과로 다수의 과학자 및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나섰다. 이들 중 상당수가 당시 호황을 맞고 있던 월스트리트로 자리를 옮겼고, "과학적 포트폴리오관리"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냈다. 월스트리트에서 이들은 "로켓 사이언티스트"로 불렸다. 실제로 NASA등에서 로켓과 관련된 연구를 하던 사람도 있고, 물리학을 전공한 박사들도 많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를 수업 중에 꺼낸 이유는 왜 현대 재무경제학에 미분, 적분, 행렬 등 그토록 많은 수식이 나오는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수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80년대 "로켓 사이언티스트"들이 대거 월스트리트와 경제, 경영학계로 옮기지 않았더라면 재무경제학에 쓰이는 수식이 조금 덜 복잡해지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재무경제학에 복잡한 수학이 쓰이는 데에 대한 책임은 소련에 있다. 고도의 수학적 지식을 가진 로켓 사이언티스트가 두각을나태낸 분야는 단연 주식옵션 분야였다. 옵션이론을 이해하려면 복잡한 미분방정식을 풀 줄 알아야한다는 게 한 가지 이유. 로켓 사이언티스트 중 일부는 옵션이론을 개발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옵션을 이용한 "포트폴리오 보험"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불이 날 것이 걱정되면 화재보험을 사고, 목숨을 잃을 게 걱정되면 생명보험을 산다. 그렇다면 주식투자로 돈을 잃을 게 걱정되면 어떤보험을 사야하나?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개발된 게 포트폴리오 보험이다. 포트폴리오 보험의 운영방식은 다른 보험과 동일하다. 주식투자자들은 매달 일정액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대신 일정 정도 이상의 투자손실을 입게 되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게 된다. 위험부담이 큰 주식에 투자하면 보험료가 높아지고 위험부담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면 보험료가 낮아진다. 화재위험이 높으면 화재보험료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포트폴리오 보험의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면 보험사는 삼성전자 풋옵션을 산다.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하면 보험사는 풋옵션으로 이익을 보게 되고 이 이익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80년대 중반 상당한 인기를 끓던 포트폴리오 보험은 87년 주가폭락과 함께 그 위세를 잃게 됐다.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가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되면서 보험금 수요가 보험사의 지급 능력을 초과하게 됐고, 다수의 보험사들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풋옵션만으로는 보험금을 모두 지급할 수 없었던 것이다. 포트폴리오 보험의 대중화 시도는 실패했지만, 옵션을 이용한 포트폴리오 보험의 원리는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87년의 경험을 통해 포트폴리오 보험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진 것도 포트폴리오 보험이 기관투자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는 한 가지 이유다. 87년의 경험에서 얻은 한 가지 분명한 교훈은 주가가 움직이는 원리와 로켓이 날아가는 원리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김대환 아메리칸 대학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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