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국민은행 이성돈 외화시장팀 차장(중)

  • 등록 2001-11-02 오후 12:34:39

    수정 2001-11-02 오후 12:34:39

[edaily] 이번주 "금융시장의 연금술사"는 국민은행 이성돈 외화시장팀 차장입니다.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현대차와 거래하면서 마켓메이커로 자리잡아 -Corporate desk를 꾸린 후 기억나는 재미있는 거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희가 파생상품 시장의 마켓메이커 노릇을 한 게 99년 초입니다. 본격적 영업은 99년 6월에 했고 7월에 현대자동차와 거래를 텄어요. 그당시 현대차가 창사이래 최대호황을 누리고 있었어요. 거래금액도 엄청났고 만기도 3년으로 길었어요. 저희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외국금융기관과 다른 시중은행을 제치고 먼저 거래를 따냈죠. -제휴팀이 생기고 나서 처음 큰 거래를 따내신 거죠? ▲현대차는 현물쪽에서 원래 기존고객이었습니다. 파생상품만 따로 거래한다는 건 없으니까요. 저같은 코퍼레이트 딜러들은 매일같이 고객에게 전화를 해요. 거래가 있건없건. 현대차는 현재 자타공인 가장 역동적으로 헤지하는 기업입니다. 그러니 외국계은행들이 호시탐탐 눈독들이죠. 현대차가 헤지에 관심가지게 된 건 전적으로 이계안 전사장의 공입니다. 재경출신 이계안 사장께서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현대가 얼마나 보수적인 기업입니까. 예전에 씨도 안 먹혔어요. 현대차로선 장기간 거래해야하니까 가격만 나쁘지않으면 시중은행이 좀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이쪽 분야는 외국계은행이 워낙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접근이 쉽지않았습니다. 99년 당시 환율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였고 현대차는 매년 40~50억달러의 외화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필요했죠. 이 엄청난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을 헤지할 필요성을 느낀거죠. ALM(Asset Liability Management. 개별거래가 아닌 자산,부채 전체를 조정하여 위험관리를 해 최대수익을 꾀하는 금융기법) 차원에서 회사재정을 본 거에요. 전체매출의 60%이상이 달러매출이니까 "달러부채에 비해 달러자산이 너무 많으니 달러부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비중을 맞추자"라는 결론이 난 겁니다. 그때가 외환위기 직후라서 달러부채를 늘이자고 달러를 빌릴만한 기업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통화스왑을 이용해서 인위적으로 원화부채를 달러부채로 바꿨어요. 국민은행에서 매 3개월마다 8% 정도 원화 고정금리를 받아서 현대차는 회사채이자 지급을 했어요. 현대차는 8% 원화금리를 받은대신 달러이자를 리보+스프레드로 저희에게 줬어요. 현대차 입장에서 통화스왑과 회사채거래 전체를 종합하면 실제 나가는 건 달러밖에 없죠. -달러부채가 생긴 셈이군요. ▲네. 현대는 1억달러를 받고 이에 상당하는 원화(99년 확정환율)를 받아서 회사채 원금상환에 썼어요. 캐시플로우 상으로는 원화는 지워지고 달러만 남는거죠. -내년에 현대차는 국민은행에게 1억달러를 주고, 자기들은 부채에 해당하는 만큼 원화를 받고. 환율은 미리 고정돼있고. 그러니 통화스왑을 하신거죠? ▲전형적인 통화 스왑이었습니다. -구조가 복잡한 건 아닌데 거래규모가 컸던 거군요. ▲상품구조의 문제를 떠나서 당시 통화스왑을 커버할만한 시장유동성이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데도 1억달러를 소화했으니까 의미가 있다고 자부합니다. 당시 통화스왑 시장유동성은 하루 천만달러도 안됐을 겁니다. -국민은행으로선 1억달러를 받음으로써 새로운 헤지를 해야했을텐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때마침 반대방향 거래가 생겨서 4천만달러 정도를 커버했어요. 일부는 리스크를 커버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반대거래를 시도했고요. -국민은행은 원화로 회사채 이자가 나가지만 달러 리보금리로 이자가 들어온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쉽게 말해 저희가 달러 사자입장이니까 달러 팔자만 만들면 되는 겁니다. 커버거래할 때는 금리따로 환율따로 합니다. 금리는 신용위험을 계산해서 크레딧 마진을 얼마나 넣느냐가 문제죠. 외국기관보다는 저희가 현대 쪽에 후한 신용점수를 줄 수 있으니까 유리했습니다. 마침 반대거래가 생겨서 가격도 낮출 수 있었어요. -반대포지션을 항상 따로 만드십니까. ▲현대차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그게 일부러 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이번에 국민카드가 3억달러 ABS 발행을 했습니다. ABS 발행은 결국 달러차입이거든요. 국민카드는 지금 달러를 빌리지만 원화가 필요하고 3년뒤 달러로 갚아야하니까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스왑이 필요하죠. 맥쿼리 업무제휴데스크와 저희 데스크가 그 거래를 맡았습니다. 마침 상당규모의 반대거래도 자연스레 생겼습니다. 북 관리하는 사람의 장점을 누렸다고 할까요. -난이도가 있는 상품 중 기억나는 거래는 어떤 것입니까. ▲현대차도 쉬운 거래는 아니었습니다. 금리 리스크를 따로 헤지해야 하니까. 상품하나를 만들기위해서 관련된 여러시장을 들어가야하니까요. 문제는 옵션이에요. 특히 복잡한 구조는 옵션거래가 지니고있죠. 옵션은 특히 똑같은 구조의 반대거래로 리스크관리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까. 통화스왑에 비해 금액은 미미해도 레인지 포워드나 타겟 포워드 같은 국내시장에서 유행하는 옵션거래 정도는 해봤습니다. -매우 고생한 거래는요. ▲올해 모 공기업하나와 큰 규모로 5년짜리 통화스왑을 했습니다. 그 공기업이 부채는 달러, 자산은 원화로 일어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환 위험관리가 필요했어요. 공기업이다보니 여러개 은행에 대해 입찰을 실시했고 저희가 1호 입찰을 따냈습니다. -거래규모는요. ▲7500만달러입니다. 상당히 크죠. -입찰가격을 써낼 때 어려웠단 말씀이군요. ▲커버할만한 시장이 규모가 작았던 게 문제였고 가격경쟁은 오히려 저희가 유리했습니다. 사실 현대자동차 계약은 꼭 저희한테 유리한 계약은 아니었어요. 현대차의 경우 은행입장에서 "달러 선물환 사자-현물환 팔자" 의 경우니까요. 달러를 빌려와서 팔아야하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당시 시중은행이 달러를 빌린다는 건 엄청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그 공기업은 은행이 "선물환 팔자, 현물환 사자"구조니까 가격경쟁력이 생겨날 수 밖에요. 시중은행인 저희가 원화를 빌리는건 너무 쉽잖습니까. 쉽게말해 "달러를 바이 앤 셀" 하는 방향은 국내은행이, "셀 앤 바이"는 외국은행이 훨씬 유리합니다. -달러에 대한 차입능력이 중요하단 말씀이로군요. ▲그렇습니다. ◇파생상품 시장의 역사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역사도 좀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파생상품, 특히 외환관련 파생상품이 들어오게 된 역사를 말씀드리죠. 플라자합의 아시죠? (주 : 1985년9월 미국과 일본등 G5가 합의한 내용.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나날이 증가하는 와중에 강한 달러정책으로 세계 각국간 국제수지 불균형이 심화되자 미국 정부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G5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를 통해 "각국은 달러화 매각과 자국통화 매입 등의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개입한다"는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 를 이끌어냈다.) 플라자합의의 내용은 달러가치를 일부러 떨어떨어뜨자는 거죠. 국내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막 떨어지니까 국내기업들이 환투기를 굉장히 많이했어요. 당시 환투기에 나선 기업들이 88년까지는 이익을 많이보고 그 이후엔 그동안 벌어논걸 다 토해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환율은 막 떨어지면서 달러가치가 싸졌으니 그러니 달러를 많이 빌리는 사람이 속된말로 장땡이었습니다. 그때 원화금리는 달러의 두배나 됐고요. 기업자금팀이 하는 일이 오로지 달러를 가능하면 많이 빌리는 거였어요. 그걸 눈여겨본 외국은행이 파생상품을 국내기업에게 소개한 겁니다. 문제는 파생상품의 본질적인 의미인 위험관리는 무시되고 자금조달의 한 방법으로 소개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변칙적인 파생상품거래가 생겨났어요. 차익을 지금 고객에게 주고 이자를 붙여 만기때 고객에게 되돌려받는 방법이죠. 1억달러의 1%만 해도 100만달러니까 거래가 제법 됐죠. 86년경부터 차례로 금리스왑, 통화스왑, 통화옵션 이런 순으로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금리, 환차익 두가지를 통해서 다 돈을 벌수 있으니 재미본 기업이 많았어요. 파생상품의 메커니즘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겁니다. 그러다보니 감독당국에서 그 부작용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통화증발효과가 발생하면서 당국은 펀딩목적의 파생상품 거래를 금지시켰고 환투기도 엄격히 규제했습니다. 90년대는 파생상품시장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97년 베어링은행 파산사건까지 겹쳐서 기업주들이 "파생" 자만 들어도 손을 내젓기도 했죠.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율이나 금리헤지에 몸을 사려요. 더욱이 금리는 환율처럼 헤지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조업쪽에서는 더합니다. ◇금리헤지에 관한 인식 전무 -회사채는 3개월 이표인데 기업쪽에서는 반기로 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들었습니다. IRS를 이용해 3개월을 6개월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던데요. ▲물론 IRS를 이용해 가능합니다. 아직 금리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금리스왑 시장규모가 크지는 않습니다. 제가 업체쪽으로 강연도 많이 하러다니는데 반응이 영 시큰둥해요. 대기업들은 회사채(고정금리) 비중이 높아서 금리가 떨어지면 손해인데도 말이죠. "금리가 하락추세니까 부채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라.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바꾸는 IRS나 FRN(변동금리부사채)로 충분히 위험관리를 할 수 있다"고 누누이 말해도 들은 척도 안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부분은 아직 수요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금리에 대한 헤지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향후에는 더 늘어날 것 같은데 의외로군요. 강연 때 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시는 편입니까. ▲고정금리:변동금리 비율을 회사정책에 맞게 적당히 섞으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리 쪽에서 재미있는 거래는 없었습니까. ▲아까 말씀드렸듯 외환:금리의 시장규모가 9:1 이라 특별한 거래는 없어요. 최근 투신사들의 IRS거래가 크게 늘고 있어서 아마 내년에는 데이타가 좀 달라질 걸로 기대합니다만. 금리 쪽에는 정말 일부 고객층밖에 없고 금리스왑은 가격마진도 정해져 있어서 대개 수익성이 그리 큰 거래는 아닙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일부 건설업체 정도죠.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어떤 거래인가요. ▲모기업 건설부분입니다. 이 회사에 들어오는 자금의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는거에요. 저희가 계속 시장을 지켜보다가 이 금리수준에서 거래하겠냐고 물어봐서 "오케이" 하면 거래가 성사되는 오더(Order) 베이스로 거래했죠.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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