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逆계열분리 강행 숨은 의도는(종합)

  • 등록 2000-06-30 오후 7:15:16

    수정 2000-06-30 오후 7:15:16

현대가 또다시 정부와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벼랑끝 대결"을 벌이고 있다. 누차에 걸친 공정위의 사전 불가 방침에도 현대는 “역 계열분리”라는 강공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즉각 반려하는 한편 금융 당국도 곱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자칫 현대 계열사의 자금난이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는 방북한 정주영 명예회장이 돌아온 30일 방북성과를 발표하는 시점에 맞춰 과천 공정위에 계열분리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현대는 신청서에서 자동차 소그룹을 그룹에 두고 나머지 계열사 25개를 묶은 뒤, 정몽헌 전회장을 계열주(동일인)으로 해 계열분리를 신청했다. 현대는 경영은퇴를 선언한 정몽헌 회장 대신 현대 건설을 동일인으로 해달라는 청원서도 법무 법인 율촌의 법률의견서를 첨부해 제출했다. 현대가 정부를 상대로 이같은 밀어붙이기식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 재계 관게자들은 한결같이 “과연 현대다운 발상”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의 입장=현대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강조한 대목은 크게 서너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지분 9.1%만 소유할 뿐 어떤 회사에 대한 경영도 하지 않아 계열주로서 동일인 인정의 1차적 기준인 “지분”을 상실했고, 2차적 기준인 “현실적 경영지배”도 하지 않는 자연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 명예회장의 현대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된 상태라고 지적한 셈이다. 반대로 정몽헌 회장의 경우 경영일선에서 물러선다고 밝혔지만 건설, 전자, 상선 등 지배구조상 상위에 있는 회사를 지배하는 최상위 “독립경영자”이기 때문에 친족 계열회사를 하나의 묶음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 전명예회장이 자동차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하기 때문에 자동차 소그룹 외의 계열사를 분리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계열분리 지연이 재무약정의 의무 조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는 계열분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재무 약정의 의무조항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리고 이미 국민들에게 상반기 중에 분리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시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기관들이 계열분리 지연을 이유로 여신을 회수하는 등 금융 제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대는 “6월 공정위가 보낸 공문에는 계열주가 분명 정주영 회장이었는데 신청서 제출직전에 계열주를 바꿨다”며 “시간적 한계 때문에 이 같은 변경 사항을 고려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공정위의 방침에 맞서는 모양새를 가능한 한 피하면서 공정위의 일관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 관계자는 “공정위가 우리가 낸 자료를 검토도 하지 않고 “불가”라는 방침을 흘리고 있다”며 “공정위가 이런 것은 되고, 저런 것은 안된다는 식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현대측이 준비한 안을 일단은 공정위가 진지하게 검토해달라는 뜻에서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의 숨겨진 의도= 공정위의 불가 방침에도 불구, 현대가 역계열분리 신청서를 제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계열 분리 지연의 책임이 현대가 아닌, 정부측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그중 하나다. 계열분리에 필요한 형식논리를 짜맞춘 후 이를 신청함으로써 현대는 “약속은 지키려 했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공정위를 우회 비난함으로써 지연의 책임을 정부당국에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단 계열분리를 늦춰보자는 “시간 끌기”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관계자는 “우리와 정부사이에 입장차가 큰 만큼, 일단 시간을 갖고 협의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주영 명예회장 소유의 자동차 지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앞으로 대화를 통해 타협책을 찾는 실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을 그대로 둔 채 다른 것을 양보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현대 구조위의 노림수가 자동차 경영권 흔들기에 있는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시중에는 정몽헌 회장측이 25~34%가량 자동차 지분을 확보했다는 설이 차츰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현대가 이처럼 강공을 펴는데는 일단 계열사의 자금난이 고비를 넘겼다는 판단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MH)계열사들의 지주회사격인 현대건설이 6월말이후 도래하는 회사채의 만기연장을 자신하면서 자금난이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최근 그룹 경영진이 내렸다는 설이 있다”며 “자금난이 완화되자 다시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 당장 현대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현대측 주장대로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분리가 재무 약정의 의무조항이 아닐지는 몰라도 금융시장은 계열분리를 당연시해왔다. 때문에 “사실상의 약속위반”에 대해 크게 실망할 공산이 커보인다. 이는 현대 계열사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현대측 움직임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의 신뢰도 추락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현대는 이번 계열분리 신청을 계기로 형성되는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장기적으로 끌고가기보다는 적당한 시점에서 타협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재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대북 경협 등에 발벗고 나섬으로써 타협의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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