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장관들도 `위헌 장관?`…임명절차 `또다른 논란`

헌법94조 `장관은 국무위원중 제청·임명`…관행과 달라
헌재소장 임명절차 엄격 준용하면 장관도 `위헌 장관`
전문가 "헌법은 관행까지 포괄…정치타협 통해 해결해야"
  • 등록 2006-09-12 오전 11:44:11

    수정 2006-09-12 오전 11:44:11

[이데일리 문주용 선임기자]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에 임명절차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명절차를 헌법 조문대로 엄격히 적용할 경우, 역대 행정부의 장관들은 물론 현직 장관 대부분도 `위헌 장관`이라는 지적이 있어 주목된다.

12일 청와대, 총리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새로운 장관을 임명할 때,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은 장관임명시 국무위원 임명과 장관 보임을 같은 날 동시에 하는 임명장 수여 절차를 따르고 있다.

이는 헌법 제87조1항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

그러나 행정 각부의 장(장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규정한 조문은 헌법에 따로 있다. 이 규정이 논란의 소지를 일으키고 있다.

헌법은 제94조에서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엄격히 해석하면, 장관은 국무위원중에서만 국무총리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국무위원이 아닌자는 국무총리의 제청도 받을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이 조항을 엄격 적용하면, 정부는 먼저 국무위원 풀(pool)을 만든 다음에 그들중에서 장관을 보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논리"라며 "역대 어느 장관도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고, 현 장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김종철 법대(헌법학) 교수는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면서 "헌법재판소 임명절차와 함께, 이 역시 헌법의 불비 조항에 따른 것으로 책임은 불비조항을 방치한 국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기관의 임명절차에 따르면 선출직으로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고, 국회의장과 부의장도 의원중 선출한다. 또 국회 동의를 전제로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등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호선직으로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위원중에 호선한다.

반면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중에서 대통령이 임명`(제111조)하고, 행정각부의 장(장관)도 국무위원중 국무총리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만일 헌재소장 임명절차에도 `재판관중에서`라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행정부의 장관도 국무위원중 제청받지 않은 장관은 모두 `위헌 장관`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大(국무위원)은 小(장관)를 포함한다`는 논리에 따라 지켜왔던 장관임명 절차의 관행이며 이에 대한 시비가 없었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헌재소장 임명절차도 이같은 논리와 관행을 인정한다면 문제가 될 게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년짜리 헌재소장도 나올수 있다?
 
헌법 조항을 엄격히 해석할 경우, 헌재소장 임명 뿐아니라 역대 장관 임명이 모두 위헌 시비가 붙을 수 있다. 그러면 헌법을 무시하고 관행에 따를 것인가, 헌법을 엄격히 해석해 잘못된 관행을 잡을 것인가.

헌법을 엄격 해석할 경우는 의외로 간단치 않은 문제가 생길수 있다. 무엇보다 헌재 소장의 임기가 1년이 될 수도 있다. 

헌법은 헌재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하고 있을뿐, 헌재소장의 임기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역시 불비조항이다.

때문에 정치적 위험을 감수, 대통령이 재판관중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극단적인 상황도 예상을 할 수 있다. 1년짜리 헌재소장은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지위를 감안할 때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 것.

또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의 지위가 동일한가에 대해서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재판관중 헌재소장을 임명한다고 하지만, 헌재소장은 재판관이외에도 헌법재판소의 행정직 직원을 포함한 행정직의 최고 책임자인 만큼 지위가 다르다는 것. 그런 만큼 재판관의 지위에 헌재소장이 종속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번 사태에는 청와대의 잘못도 있다.

청와대는 전효숙 헌재소장 내정자의 임기 6년 보장을 위해 전 내정자를 재판관에서 사퇴한 후 다시 임기가 시작될 수 있도록 `완벽한` 전략을 짰다. 이것이 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헌재소장의 임기규정이 없는 만큼, 재판관 사퇴보다는, 새 헌재소장의 임기를 6년으로 하겠다고 발표, 정면 대응하는게 정치적으로 더 나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청와대가 정치적 욕심때문에 `치명적 실수`를 했다는 인상만 줬다. 

김종철 교수는 "국회의원 일부나 언론들이 법률에 무지해 용감한 해석을 하고 있지만, 헌법을 하위 법률 해석하듯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헌법의 개방구조를 감안할때, 그동안 쌓아온 헌법적·정치적 관행도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헌재 소장의 임명절차와 임기에 대해서도 정치적 타협을 통해 헌법적 관행을 만들면 헌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야 3당이 전효숙 헌재소장 내정자 인준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노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 "현재까지는 사과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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