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으면 살기힘든 시대다. 그런데 이제는 사물까지 네트워크에 모두 연결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발달하며 눈앞에 닥친 ‘초연결사회’가 왔다. 인간 대 인간뿐 아니라 물건들끼리 살아 움직이며 소통하는 SF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너도나도 초연결사회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한다. 관련 기업들은 초연결사회의 무한한 기회를 거머쥐기 위해 들떠 있다. 정부 당국도 2년 뒤에는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를 지금보다 두 배(4조8000억 원)이상 늘려 나가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창조 경제의 엔진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한국을 거쳐 간 역대 태풍 중 최대 피해를 낸 ‘루사’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복구하는데 수개월이 걸렸으며 피해액이 5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사물인터넷 시대 융합 보안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초연결사회에서 발생한 해킹 피해액’은 13조 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의 피해를 가져온 자연재해의 2.5배인 것이다.
초연결사회에서 발생하는 해킹 사고는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명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청사진은 요란하지만 인프라인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구축하는 보안에 대한 투자나 관심은 별로 없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컴퓨터과학자 래리 피터슨은 “네트워크는 복잡해질 수록 더욱 불안정해진다”면서 “현 시스템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책을 별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관론자들은 폭발적인 접속량, 사이버 공격, 임시 기술패치 등을 네트워크가 처리하기에 버거운 순간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심지어 ‘디지털 붕괴’를 예견하기도 한다
보안은 초연결사회의 태생적 아킬레스건이다. 벌써 곳곳에서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면 지금처럼 사이버 정보 침해와는 차원이 다른 생존과 관련된 위험이 뒤따른다. 얼마 전 열린 한 보안행사에서 어느 해커는 당뇨병 환자에게 자동으로 약물을 투여해 주는 인슐린 펌프를 해킹,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모습을 손쉽게 보여줬다.
국가 인프라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네트워크화된 IT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는 초연결 사회를 앞두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사이버 테러 관련 방어책을 별로 갖추고 있지 않다. IT가 불안하면 삶의 모든 요소들이 불안하게 된다. 마치 곧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초연결사회의 태생적 아킬레스건인 보안 문제를 등한시 한다면 대재앙의 파국이 생각보다 빠르게 닥칠 수 있다. <장편소설 ‘해커묵시록’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