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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 덩그러니 서 있는 언덕에서 늙수그레한 두 남성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지루한 기다림을 계속하는 두 남자는 대화를 하고 웃고 쓸데없는 농담을 던지며 시간을 견뎌낸다. 그러다 만난 포조와 럭키는 이들의 기다림에 또 다른 화두를 제공하며 관객들에게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무려 16년 동안 블라디미르 역을 맡아 온 한명구와 감칠맛 나는 에스트라공을 만들어낸 박상종의 연기는 이번 공연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자랑한다. 배우들이 주고 받는 대화는 철학적이면서도 위트와 코믹함까지 들어 있어, 15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딱히 지루하지 않다. 포조 역의 이문수와 럭키 역의 박윤석, 소년 역의 윤준호 또한 두 사람의 연기와 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극의 매력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