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산다는 건 기다림의 연속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 등록 2011-10-26 오후 12:37:37

    수정 2011-10-26 오후 12:39:42

▲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사진=산울림 소극장)
[이데일리 장서윤 기자] “이제 가야겠다.”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차, 그렇지.”

나무 한 그루 덩그러니 서 있는 언덕에서 늙수그레한 두 남성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지루한 기다림을 계속하는 두 남자는 대화를 하고 웃고 쓸데없는 농담을 던지며 시간을 견뎌낸다. 그러다 만난 포조와 럭키는 이들의 기다림에 또 다른 화두를 제공하며 관객들에게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현대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새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다시 돌아왔다. 산울림 소극장 개관 26주년 기념작이다. 1969년 초연한 후 산울림 소극장에서만 19차례 무대에 올린 작품은 난해한 만큼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비춰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볼 때마다 다른 해석의 여지를 주는 이 점이 바로 장수 요인이 됐다.

무려 16년 동안 블라디미르 역을 맡아 온 한명구와 감칠맛 나는 에스트라공을 만들어낸 박상종의 연기는 이번 공연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자랑한다. 배우들이 주고 받는 대화는 철학적이면서도 위트와 코믹함까지 들어 있어, 15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딱히 지루하지 않다. 포조 역의 이문수와 럭키 역의 박윤석, 소년 역의 윤준호 또한 두 사람의 연기와 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극의 매력을 더해준다.

극의 빼어난 완성도에는 42년째 작품을 만들고 다듬어온 임영웅 연출의 관록이 숨어 있다. 그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방황하는 인간을 발가벗겨 무대에 올려놓고 구경하는, 그래서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 바로 ‘고도를 기다리며’”라고 전했다. 11월6일까지.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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