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집을 짓듯,양감을 벗어던진 조각

소마미술관 2가지 조각전
  • 등록 2009-07-15 오전 11:29:32

    수정 2009-07-15 오전 11:29:32

[경향닷컴 제공] ‘조각’ 하면 묵직한 덩어리가 먼저 떠오른다. 조각의 본질은 양감이다. 그런데 조각이 양감을 벗어버린다면?

지난 9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가지 조각전은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면서 조각의 본질을 묻는다. 강영민·김세일·박선기·장연순·전강옥·함연주 등 국내작가 6명이 출품한 ‘드로잉조각:공중누각’과 뉴욕에서 각각 나무와 종이를 활용해 공동작업을 하는 보리스 쿠라톨로와 매리 설리번의 ‘나무가 종이를 만나다’전이다. 두 전시의 특징은 드로잉과 조각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조각공원을 끼고 있으면서 지난해 드로잉센터를 설립해 ‘드로잉 나우’라는 기획전을 이어가는 소마미술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 ‘드로잉 조각 : 공중 누각’ 전에 출품한 강영민
‘드로잉조각:공중누각’은 “허공에다가 집을 짓는” 전시의 성격을 보여준다. 포스트모던 미술의 ‘탈조각’ 경향을 따르는 작품들은 가볍고 뚫렸으며 공중에 떠있다. 재료도 돌이나 나무, 금속이 아니라 종이·숯·가는 철사·실·스타킹 등이다.

강영민은 도시풍경 사진을 디지털 프린트로 출력한 뒤 그것을 가로로 가늘게 썰어 조형물을 만든다. 블라인드처럼 모이면 면이 되고 흩어지면 선이 되는 조각이다. 미디어를 구성하는 이미지들이 팝업북처럼 튀어나온 작품도 있다. 그의 목적은 “환영이 중심이 되는 현대 이미지환경을 조명하는 것”이다.

함연주는 스타킹·라텍스·용수철·머리카락 등의 재료로 장력과 탄성을 실험한다. 미세한 재료를 다루는 과정은 긴장감을 유발하며, 정작 작품은 존재감이 희박한 반면 벽의 그림자가 두드러짐으로써 실체와 그림자의 위계를 뒤집는다. 아카바(마닐라삼) 섬유를 이용해 쪽염색과 풀먹임, 바느질만으로 사각의 조형물을 만들어낸 장연순, 가느다란 철사를 얼기설기 뭉쳐놓은 김세일의 작품도 전통조각의 양감에 도전한다.

▲ 함연주의 작품
박선기와 전강옥은 나일론줄로 재료를 공중에 띄웠다. 작은 숯을 매단 박선기의 작품은 회화의 본질을 빌려왔다. 가까이 보면 물질덩어리이지만 멀리 보면 형태가 드러난다. 나일론줄에 돌을 얹어놓은 전강옥은 불안정한 일시적 균형을 통해 곧 사라지는 나약한 것, 쇠락과 와해에 대한 미학적 고찰을 시도한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고충환씨는 “통구조·망구조를 채택해 양감을 결여한, 물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실체감이 희박한 조각들”이라면서 “동양화의 전통적 여백과 의미가 상통하며 조형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고 밝했다.

한편 쿠라톨로와 설리번의 작품 ‘나무가 종이를 만나다’는 공간 전체에 드로잉을 하는 개념이다. 두 사람은 뉴욕(2006년), 마드리드(2008년)에 이어 세번째 공동작업을 했는데 공간의 성격에 맞춰 포플러 합판으로 다양한 원과 곡선을 만들고 아바카로 만든 종이가 면을 채운다. “음악의 리듬을 생각한다”(쿠라톨로), “바깥의 풍경까지 작품으로 끌어들인다”(설리번)는 설명이다.

소마미술관은 전시기간인 이달 18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두 전시를 활용해 창작·감상 등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세한 안내는 인터넷 홈페이지 www.somamuseum.org (02)410-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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